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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287일 대권 도전’ 비화

폭탄주 들이켠 정운찬 “나,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어!”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정운찬 ‘287일 대권 도전’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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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장은 충청이라는 확실한 지역연고가 있다. 경기고-서울대를 나와 20대에 미국 명문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 박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 대학 교수가 됐다. ‘총리급’인 서울대 총장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론과 실무 모두 능하다. 입지전적 인생 스토리, 교수직을 걸고 군사정권에 맞선 용기와 개혁성, 한국은행 총재직을 고사한 겸손함도 갖췄다.”

화려한 파티, 싸늘한 그 후

정운찬은 서울대 총장에 취임한 뒤 총장 관사를 대폭 줄여 교수들의 숙소로 내줬다. 그 자신은 검소하게 총장직을 수행했다. 그런데 정운찬의 소장파 지지 그룹은 “정 총장은 그간 몸을 낮추며 살아왔다. 총장 퇴임 때만큼은 제대로 해드리자”고 했다. 지난해 7월 초 서울대 모처에서 ‘총장 퇴임 축하’ 야외 만찬이 열렸다. 정치권, 재계, 언론계, 학계, 문화계에서 많은 사람이 왔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중진 의원들, 유력 언론사 간부들도 초청됐다. 참석자들은 “서울대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앞으로 더 큰일을 하시라” “상식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정운찬 부부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상당수 참석자는 ‘정운찬의 대선 출정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자리가 무르익자 누군가 양주 1박스를 풀었다. 정운찬의 지인 중에는 “오늘은 그만하자”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운찬 지지자인 인기가수 J씨와 시비가 붙기도 했다.

파티가 끝난 뒤 시니어 그룹에선 “정 총장에게 득이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왔다. 아니나다를까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간 ‘따뜻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정치권, 언론의 기류는 냉랭해졌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교육 문제를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싸워준 정운찬에게 동질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 이 파티가 화제가 되면서 ‘사람 끌어모아 세 과시하는’ 정운찬에 대한 경계심이 일었다. 며칠 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정운찬 대세론’을 공개리에 거론한 것도 이런 심리의 반영이었다. ‘경계의 대상’은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됐다.



언론계의 분위기도 미묘하게 변했다. ‘그래? 대통령이 되시겠다고?’ 하는 의식이 발동했는지, 한 신문사는 정운찬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정운찬은 이 신문사 회장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이 신문사 사장이 정운찬을 찾아와 사과했다. 그러나 한번 방향을 튼 언론의 태도는 쉽게 ‘원위치’ 로 돌아서지 않았다.

이후 정운찬과 언론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언론은 그에게서 ‘대선 커밍아웃’을 원했고 천성적으로 신중한 그는 중간지대에 머무르려 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사이, 실체 없는 레토릭(rhetoric)만 계속 보도됐다.

“정치를 안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 “여권에서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한다” “대통령에 관심이 없다. 특히 열린우리당에서 거론되는 게 더 싫다” “한때 언론에서 이야기해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지 않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를 ‘절대’ 안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대선 출마 생각을 안 했다고 한다면 거짓말”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은 다 지난 얘기다”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언론은 ‘정치 참여의 수위가 미세하게나마 높아지고 있다. 결국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연히 “빨리 결단하라”는 비판성 주문이 나왔다. 정운찬은 사석에서 “어떻게 그 신문이 내게…”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지인들은 “언론이란 원래 그렇다. 대통령이 보통 자리냐. 이런 정도의 비판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년밖에 더 남았나”

정운찬은 ‘대통령의 꿈’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 술자리를 좋아하는 그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이런 그의 권력의지를 북돋우는 데 적극적이었다.

정운찬의 한 측근은 지난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에 박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박 전 대표 측에서 “정운찬 총장도 함께 만나자”는 응답이 왔다. 순간 이 측근은 ‘내가 들러리냐’는 생각이 들어 박 대표 측에 화가 났다고 한다. 이후 이 측근은 정운찬의 대선 독자출마를 앞장서서 돕게 됐다.

정운찬은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5대 원칙을 갖고 있었다. ▲2007년 1학기 강의(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대상 ‘경제학연습Ⅰ’ 과목)는 끝까지 맡는다 ▲나의 당을 창당한다 ▲경선이나 오픈프라이머리는 하지 않는다 ▲정치참여 선언 전 지지율이 3%는 돼야 한다 ▲2012년 총선까지 책임진다 등이었다.

이 5가지 원칙을 지켜가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김종인 의원은 “늦어도 3월 말, 4월 중순엔 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정운찬을 압박했다. 조순 전 시장도 그의 출마를 독려했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점점 더 다가오면서 정운찬의 고민도 깊어졌다.

개강한 지 얼마 뒤인 일요일 오후, 그는 학교에 있었다. 그가 맡은 수업 준비를 위해서였다. 지인들이 그를 불러냈다. 지인들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하면서 그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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