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봉준호의 ‘아파트’·마지막회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상상 가능한 모든 규제가 있는 곳… 강남은 달리고 싶다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2/5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많은 투기세력이 몰린 1982년 11월 개포 주공아파트 분양권 당첨자 발표현장. 일부 중개업자는 즉석카메라로 당첨자 명단을 인화해 ‘복부인’들에게 건네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개포주공 2단지는 1983년 입주한 32개동, 1400가구로 저층 아파트 중 가장 작은 평수인 7.5평형과 가장 큰 평수인 25평형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16, 19, 22평형도 있으며 중앙난방식을 차용했다. 땅 면적은 2만9331평.

나무가 울창한 개포공원을 사이에 두고 2단지와 붙어 있는 개포주공 3단지는 2단지와 동시에 입주했으며 11, 13, 15평형, 1160가구로 구성돼 있다. 대지면적은 1만9347평으로 개포주공 중 가장 작은 단지다. 3단지는 작지만 전철역과 버스정류장이 인접해 있으며 개포시립도서관과 경기여고, 수도전기공고가 가까워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수요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단지다.

개포주공 4단지는 11, 13, 15평형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서민 아파트다. 2840가구이며 총 대지면적은 6만6423평이다. 개포시영 아파트는 1984년식이며 1970가구의 5층 아파트로 10, 13, 17, 19평형이 있다. 단지와 이어지는 달터공원이 있어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쾌적하다.

경기여고의 추억

개포주공 저층단지의 기존 용적률은 70~80%다. 200% 가까운 용적률로만 재건축이 돼도 개발이득이 충분히 있을 만하다. 그러나 주민들은 270~300%의 용적률을 이뤄낸 잠실, 반포와 비교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밀도로 개발해야 그만큼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러나 순수하게 주거가치만 고려한다면 용적률이 낮을수록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 또한 훨씬 더 쾌적할 것이다. 어쩌면 낙후된 상가시설만 보완된다면 지금 그대로가 가장 편하고 아름다울지 모른다.

강남구 개포동 152번지. 교훈 ‘진 선 미’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워라’. 두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고등학교. 개포주공 3단지와 담장을 맞댄 경기여고는 1988년 정동1번지 덕수궁 돌담길 끝자락에서 개포동으로 옮겨온다. 1976년 경기고, 1980년 서울고가 강남에 새 터를 잡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뒤늦은 이전이었다.

1960, 70년대 허리를 졸라맨 교복 차림새의 경기여고생들은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넘버원 공립학교 배지를 단다는 것은 얼마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 시대 최고의 프라이드였다. 경기여고가 옮겨 오면서 이름도 낯설던 개포동은 뜨는 동네가 됐다. 경기여고를 나온 엄마들과 경기여고를 우러러본 추억이 있는 아빠들은 초등학생, 중학생 딸을 경기여고에 넣기 위해 일찌감치 이곳으로 주거지를 옮겨왔다.

경기여고 덕에 개포초, 개원초, 개포중 등도 덩달아 명문이 됐다. 고교 평준화 30년이 지났지만 경기여고의 명문대 진학률은 공립여고 중에는 아직도 톱 클래스이며 동창회 파워 또한 여전하다. 교정은 단아한 정동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왔고, 유흥가나 업무시설이 없어 주변의 학습 환경 또한 최고수준이다.

경기여고 정문 앞에는 분당선 연장선 개포동역이 3년 전 개통됐다. 개포동역은 3호선 도곡역과도 연결되며, 선릉역에서 2호선과 환승된다. 분당선은 내후년쯤 강남구청, 압구정동, 뚝섬, 왕십리로 뻗어 나갈 계획이다.

7.5평의 행복

2004년 여름, 38세의 인테리어 업자 S씨는 이혼했다. 10억원이 넘는 전 재산을 아내와 열 살짜리 아들에게 주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남긴 채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집을 나왔다. 친구 집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 헤어진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당신 통장에 3억원 넣었어. 오피스텔이라도 한 채 구해봐. 고마웠어, 그리고 안녕.”

“오피스텔이라…, 나도 고마워.”

S씨는 이왕이면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매어 있는 사업체가 문제였다. 이곳저곳 살 만한 집을 찾아 헤매다가 얼마 전에 인테리어를 해준 기억이 있는 개포주공 7.5평을 떠올렸다. 지난 삶에 대한 회한과 가슴에 가득 담은 열을 식혀줄 곳은 산속에 있는 작은 아파트가 최고라는 생각을 해냈다. 그해 7월, 직접 인테리어를 새로 할 요량으로 개포주공 7.5평을 2억6000만원에 샀다. 당시에도 평당 3500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아파트였다.

“엄청 비싸네. 방 한 칸짜리 아파트가 금값일세….”

“그 돈 주고 왜 그렇게 작은 평수를 사냐? 나 같으면 강북에 34평을 사겠다.”

2/5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목록 닫기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댓글 창 닫기

2019/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