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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8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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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뚱한’ 농부 김광화씨가 이번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내기를 가르치는 시골캠프를 연 것. 모 심는 법은 물론 연애하는 법도 가르친다니 전국에서 아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화음 또는 불협화음, 그리고 캠프를 개최한 산골 농부의 속셈.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지민이 누나와 팔씨름하는 현빈이. 누가 이길까. 곁에서 응원하는 아이들 표정이 재미있다.

나는 가끔 엉뚱한 욕심이 생긴다. 자식을 더 가지고 싶다는 욕심. 우리 집은 아이가 둘인데 나이 차가 많다. 큰아이는 스무 살, 작은아이는 열세 살이다. 아이들에게 느끼고 배우는 것도 많고, 아이들이 농사일에도 나름대로 한몫을 하니 자식 덕을 톡톡히 본다. 그렇다고 이제 아이를 새로 낳기에는 나이가 많고, 입양을 하자니 선뜻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고민은 아내 역시 비슷하다. 조금만 더 일찍 산골로 왔다면 아이를 더 낳았을 거란다. 큰아이 탱이도 제 아래 동생이 하나쯤 더 있으면 했고, 작은아이 상상이는 누나랑 나이 차가 적었으면 했다. 식구마다 갖고 있는 이런 생각을 밥상머리에서 나누다가 일을 하나 벌이기로 했다.

자식을 여럿 갖자!

이름하여 ‘모내기 캠프’. 일정은 2박3일, 아이 친구들을 모아 모내기를 함께 하는 작은 캠프를 열어보자는 거다. 이왕 캠프라는 이름을 걸 바에는 좀더 그럴 듯한 구실이 필요하겠다. 캠프 기간만이라도 우리 식구가 추구하는 꿈,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반반으로 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모내기하는 데 네 시간, 그리고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데 네 시간. 주제는 청소년이라면 관심을 가질 ‘자기 사랑’ ‘연애’, 그리고 ‘평화로운 출산’으로 잡았으며 마지막 날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공부로 글쓰기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렇게 대강 틀을 잡고 아이들을 모았더니 이틀 만에 인원이 찼다. 마감을 했는데도 한사코 오겠다는 아이들로 예상을 넘어 아홉 명이 함께했다. 사실 더 받고 싶어도 방은 비좁고, 뒷간도 불편했다.

‘평화로운 출산’이라는 주제는 여기 이웃인 박경미(38)씨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그이는 흔쾌히 동의했고, 이 기회에 모내기 캠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단다. 이 다음에 산골자연학교를 꾸리는 데 경험이 된다고 하면서. 엄마가 한다니 이 집 아이인 현빈(11)과 채연(9)이도 함께 하겠단다. 이렇게 하다 보니 캠프 규모가 제법 커졌다. 나는 팔자에도 없는 열한 아이의 아비 노릇을 하게 생겼다.

캠프 첫날. 가까이서 또 멀리서부터 아이들이 하나 둘 우리 집으로 왔다. 대전, 전주를 비롯해 서울, 봉화, 인제. 연령도 골고루, 아홉 살 채연이부터 스무 살 탱이까지. 남녀 성비도 어느 정도 잘 맞다. 여자가 여섯에 남자가 다섯.

먼저 온 아이들은 우선 집둘레를 익히고, 우르르 앵두나무로 가 앵두를 따 먹고, 어울려 농구를 한다. 아이들이 다 오자, 캠프 안내에 이어 식사 조를 짰다. 먼저 캠프에 대한 간단한 일정 소개와 집 안내.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게 뱀 이야기다. 우리로서는 걱정되는 부분. 캠프 때 흥분하면서 보내다 보면 자칫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좋을까?”

산골 생활 경험이 많은 현빈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정신 차리면 안 물려요.”

아이다운 답이다. 정환(14)이 답은 조금 합리적이다.

“아빠가 그러는데요. 풀이 많아 땅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는 가지 마래요.”

그러고 보니 시골에 사는 아이가 많아 다들 알 만큼 안다. 나쵸(15)와 명지(16) 이야기는 아주 걸작이다.

“우리는 멧돼지가 땅을 하도 문대서 땅이 다 보여요(웃음).”

“뱀 목덜미를 잡으면 못 물어요(배꼽 잡는 웃음).”

도시에서 온 아이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민지(15)는 조금 무섭다고 했다. 지민(15)이는 그렇지 않단다.

“뱀을 많이 봤고요. 제가 뱀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렇구나. 산골에 사는 아이든 도시에서 온 아이든 나름대로 자신을 방어할 힘이 있지 않겠나. 아이들은 자연에 한결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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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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