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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美 대선戰 중간점검

힐러리 “나, 잘난 여자 아니에요” 오바마 “나, 앞만 보는 남자예요”

  • 최형두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choihd@munhwa.co.kr

불붙은 美 대선戰 중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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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美 대선戰 중간점검

6월3일 후보 토론회에 나온 민주당 대선 주자들. 힐러리 상원의원의 왼쪽이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오른쪽이 오바마 상원의원이다. 오바마 의원의 오른쪽 인물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7월4일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을 전후해 힐러리 의원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선거전에 긴급 투입했다. 아이오와주는 내년 1월14일 첫 당원대회(코커스)가 열리는 중요한 지역. 힐러리는 전국 여론조사에서 확실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유독 이곳에서만 오바마 의원, 존 에드워즈 전 의원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힐러리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강한 반감에도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도를 바탕으로 견고한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오바마도 만만치 않다. 비록 연방 상원의원이 된 지 2년밖에 안 된 정치신인에다 흑인이지만 힐러리를 끈질기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대 오바마 구도는 이미 2008 미국 대선에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뉴스위크’의 7월초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미국인은 여성 대통령후보나 흑인 대통령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 중 누가 되든 미국 정치사를 뒤흔드는 사건이 되겠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 때문일까. 지금 미국 대선전의 최고 관심사는 건국 이후 218년간 유지돼온 ‘백인 남자 대통령’ 기록이 내년 대선에서 과연 깨질 것인지 여부에 쏠려 있다. ‘뉴스위크’의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 보자. 7월2일과 3일 미국의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흑인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과반수인 59%는 ‘미국이 실질적으로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86%는 ‘여성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고 밝혔으며, 58%는 미국이 ‘여성을 군 통수권자로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66%와 62%는 ‘흑인인 오바마와 여성인 힐러리가 각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힐러리 대 오바마의 당내 경쟁에서 ‘힐러리(56%)가 오바마 (33%)를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고 응답했다. 후보별 호감도에선 힐러리(56%)가 오바마(54%)를 앞섰지만 간발의 차이였다. 주목할 점은 5월에 31%이던 오바마에 대한 호감도가 23%포인트나 급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의 ‘모금 태풍’

이런 마당에 2/4분기 후원금 모금에서 오바마가 힐러리를 월등히 앞섰다는 보도가 나가자 힐러리 캠프뿐 아니라 선거전문가들도 충격을 받았다. CNN 등 언론은 “워싱턴 인사이더들이 민주당 후보 대세론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 대선에서는 선거 직전 연도 마지막까지 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으고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선 사람이 당내 후보로 결정된다는 경험칙이 있다. 실제로는 예비선거가 실시되기 전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예비선거(Invisible Primaries)’에서 승부는 이미 가려진다는 것.



그런데 이번 예비선거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선 힐러리가 앞서지만 모금액에서는 오바마가 앞서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의 경우 2/4분기 모금액도 훨씬 많지만, 당내 예비선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도 힐러리의 모금액보다 절반가량 더 많았다. 모금 당시 지정된 목적에 따라 정치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미국 정치자금법의 조문 때문에 당내 경선전에서 힐러리는 ‘실탄 열세’에 놓이게 된 셈.

2/4분기 전체 모금액은 오바마 3250만달러(약 300억원), 힐러리 2700만달러이지만 이 중 당내 예비선거용으로 기탁된 돈은 오바마가 3100만달러인 데 비해 힐러리는 2100만달러에 그쳤다. 2/4분기 실적만으로 보자면 오바마의 실탄이 힐러리보다 1.5배나 많다. 두 사람의 분기별 모금실적은 사실 민주당 대선주자들로서는 기록적인 액수였다. 2004년 대선을 1년 앞둔 2003년에는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만 매분기 300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2003년 2/4분기의 경우 부시 대통령은 3510만달러를 모금했다. 미국에선 돈의 위력을 말할 때 ‘돈이 말한다(Money talks)’라는 표현을 쓰는데 선거처럼 돈이 막강한 위력을 떨치는 공간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미국 언론은 후보들의 모금액을 종전 선거 당선자의 같은 시기 모금액과 비교하면서 각 후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오바마는 당초 선거자금 면에서도 힐러리보다 열세일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1/4분기 지지자들의 소액 다수 헌금에 힘입어 오바마가 2560만달러를 모금한 것. 2600만달러를 모은 힐러리는 바짝 긴장했다. 연방 상원의원 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오바마가 이런 가공할 만한 성적표를 내놓자 선거 전문가들도 경악했다. 그런데 2/4분기 들어 힐러리를 큰 차이로 따돌리자 그들은 할 말을 잃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2/4분기의 오바마 모금액은 25만명의 소액 후원자가 냈다는 사실이다. 후원자가 많다는 것은 더 많은 모금을 가능케 하며 폭넓은 ‘풀뿌리 선거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물론 돈이 모두 표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전 대선 때 민주당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나 무소속의 로스 페로도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뿐이었다. 그럼에도 돈이 있으면 TV 광고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 판세를 가르는 결정적인 지역에서 후보를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의 공세에 역공을 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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