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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신데렐라’ 데릴사위들의 꿈과 절망

“아들 같은 사위? 머슴, 액세서리, 종마(種馬) 신세도…”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남자 신데렐라’ 데릴사위들의 꿈과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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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으로 사위를 쇼핑한다
  • 재산관리, 딸 보호, 家系 승계가 데릴사위 목적
  • 기본조건은 ‘평범한 집안 막내’ ‘전문직 종사’ ‘학벌’
  • ‘든든한 후원자+믿음직한 후계자’ 공생 꿈꾸지만…
  • 전문직 남성 46% “데릴사위? 가능하다”
  • 처가 입적하는 입부혼(入夫婚) 한 해 80여 명
  • “피 안 섞인 양자보다 딸 통해 대 잇겠다”
‘남자 신데렐라’ 데릴사위들의 꿈과 절망
올가을 개봉을 앞둔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가제)은 ‘여자가 남자를 쇼핑한다’는 게 콘셉트다. 전문직에다 예쁘고 돈까지 많은 여주인공(한예슬)이 백화점 진열대에서 물건 고르듯 여러 남자 중에서 결혼 상대자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남자들이 미모와 재력, 실력을 두루 갖춘 여자가 내놓은 유리구두(결혼 자격)에 자신의 발을 맞춰 신데렐라가 되려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이다.

신데렐라가 여성만의 꿈은 아닌 모양이다. 아내의 내조를 받아 성공하는 ‘온달족’, 아내에게 빌붙어 편안하게 사는 ‘셔터맨’을 꿈꿔보지 않은 남자가 얼마나 될까. 지난 6월 ‘남자 신데렐라를 뽑는다’는 공모가 있어 화제가 됐다. 1000억대 재산가가 자신의 외동딸 배우자를 찾는다니 많은 남성이 귀가 솔깃할 이야기였다.

결혼정보업체 (주)좋은만남 선우가 홈페이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000억원대 재산가의 외동딸은 38세로 키는 조금 작지만(158cm) 얼굴은 ‘A급’이라고 한다.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현재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데, 본인의 재산만 2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배우자의 조건은 집안에 아들이 없는 만큼 아들 노릇을 하면서 집안을 이끌어갈 ‘데릴사위’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외모가 단정하고 종교가 같아야 하며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전문직 종사자나 그에 준하는 똑똑한 남성을 원했다. 이 밖에도 장남이 아니어야 하고, 최소한 자신의 딸에 준하는 학벌을 갖춰야 하며, 불필요한 자격지심이나 자존심이 없어야 할 것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데릴사위 공모 이틀 만에 270명 몰려

선우는 당초 데릴사위 후보자 접수기간을 2주 정도로 예정했지만 이틀 만에 270명이 몰리자 서둘러 마감했다. 지원자는 대부분 30대 후반∼40대 중반의 의사, 공인회계사, 부동산업자, 대기업 직원, 벤처기업 부사장 등 전문직이라고 한다. 선우는 지원자들 가운데 5명을 추천해 일주일에 한 명씩 맞선을 보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끈 것은 데릴사위 공개모집 공고가 나간 후 “내 데릴사위도 찾아달라”는, 딸만 가진 부모들의 주문이 쇄도했다는 것. 선우에 따르면 보름 사이에 100여 명이 신청을 했는데, 상당수가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1000억원대 재산을 가진 재력가라고 했다. 선우 이웅진 대표는 “과거에도 데릴사위에 대한 수요가 있기는 했지만 드러내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그동안 숨어 있던 욕구가 1000억원대 갑부의 데릴사위 공개모집을 계기로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몇몇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재산가일수록, 더구나 데릴사위를 얻으려 할 때는 더욱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은밀하게 배우자감을 찾는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구할 리가 없다”며 공개모집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딸만 가진 부모들 가운데 데릴사위를 얻으려는 욕구가 있다는 것 자체는 대부분 인정했다.

결혼전문업체 비에나래의 손동규 대표는 “넓은 의미의 데릴사위를 골라달라는 요청이 최근 2~3년 사이에 많이 늘었다. 요즘은 한 달에 10건 정도에 달한다”고 했다. 이곳에 가입하는 여성 회원이 한 달 평균 200명 정도라고 하니 전체의 5%인 셈이다.

선우 이웅진 대표는 “최근에는 경제력 없는 사위가 처가에 기대어 산다기보다는 아들 없는 집안에서 아들을 맞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앞으로 데릴사위가 주요 결혼풍속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4년 전에 조사할 때만 해도 처가에 들어가 사는 경우가 100쌍에 1쌍꼴이었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경향이 됐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육아와 가사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처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가족제도가 해체되고 자녀의 수도 크게 줄어들면서 새로운 현대적 가족상이 정립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딸 같은 며느리’와 ‘아들 같은 사위’를 찾는 게 이미 보편화하고 있다. 특히 딸만 있는 가정에서 ‘아들 노릇도 해주면 더없이 좋을 든든한 사윗감(신 데릴사위)’을 찾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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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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