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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교육학자의 체험적 ‘공부 잘하기’ 조언

목적 찾기, 스승 품기, 오거서(五車書), 그리고 여행

  • 백순근 서울대 교수·교육학 dr100@snu.ac.kr

교육학자의 체험적 ‘공부 잘하기’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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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지표가 있는 이들은 인생을 성실하게 꾸려 나간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주변 모든 것이 선생님이다. 목표와 호기심은 이렇듯 삶을 풍부하게 하는 소금이다. 공부도 인생과 다를 게 없다. 목표와 호기심이 있으면 공부가 즐거워진다.
교육학자의 체험적 ‘공부 잘하기’ 조언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란 인생을 자유롭고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사는 방법과 같다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방법’이라는 원고 주제를 받아들고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독자가 공부 잘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부 잘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지천으로 깔려 있어 이미 모든 이가 정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학과 공부 잘하는 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부의 목적을 찾아라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보통 그 이유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출발해 삶의 의미를 찾는 범위로 확대된다. 학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아마 “공부해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에 “일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

내 고향은 지금은 행정구역상 대구광역시에 속하는 산업단지가 된 경상북도 달성군 낙동강변의 한적하고 조그마한 농촌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와서 호롱불 신세를 면한 ‘깡촌’이었다. 우리집은 동네에서 부유한 편이었지만 농사일이 많아 나는 어린 나이에도 종종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특히 모내기나 추수철에는 학교에 가는 대신 농사일을 도와야 할 때도 많았다. 농번기에는 학교에서도 집안일을 도우라고 사나흘씩 공식적으로 휴교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은 농사일이었다. 특히 TV가 들어와 안락하고 화려한 도시 생활의 일면을 알게 된 뒤부터는 농사일이 더욱 싫어졌다. 그토록 싫은 농사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공무원이 되기를 바랐던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하고 있으면, 특별히 바쁜 경우를 제외하고는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머슴이나 인부를 사서 일을 시키더라도 놀지 않고 공부하고 있는 내게는 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게다가 아버지는 내가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올 때는 용돈을 두둑이 주시며 무슨 일을 하든 자유롭게 놔두셨다. 그야말로 공부만 잘하면 자유와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나에게 있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가장 싫은 농사일을 피할 수 있고 자유를 얻는 확실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내 가슴속에 품은 예쁜 영혼의 사진 두 장이 있다. 어린 시절 마음에 새긴 장면이지만 하도 예뻐 요즘에도 이따금 명상할 때 꺼내보는 소중한 사진이다.

내 눈에 비친 세상은 그저 평범했다. 봄에는 살구꽃이 피고, 여름에는 참외와 수박이 풍성하고, 가을에는 사과와 감이 영글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그런 세상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큰형이 고향에 내려와 친구들과 앞산 언덕에서 놀고 있던 나를 데리러 왔다. 귀가 길에 큰형이 서쪽 하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순근아, 저 노을이 어떻게 보이니?”라고 물었다. 항상 봐오던 저녁노을이지만 특별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게는 그냥 저녁노을일 따름이었다.

그러자 큰형이 “똑같은 저녁노을이지만 어떤 사람은 저 모습을 ‘장미꽃처럼 붉은 저녁노을’이라고 했단다”라고 했다. 그 순간 ‘모두가 보는 저녁노을이라도 다르게 보는 눈이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낙동강의 구불구불한 물줄기 너머 높게 솟은 가야산의 능선 뒤로 넘어가는 붉은 저녁해와 ‘장미꽃처럼 붉은 저녁노을’이 하늘에 수놓인 아름다운 장면을 영혼의 사진으로 간직하게 됐다.

잠시 후 마을 한가운데 높이 솟은 교회의 종탑에서 저녁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큰형은 내게 다시 물었다. “순근아, 저 저녁 종소리는 어떻게 들리니?” 매일 듣던 저녁 종소리였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큰형은 그런 내게 “똑같은 저녁 종소리이지만 어떤 사람은 저 소리를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라고 했단다”라고 했다.

모두가 듣는 저녁 종소리라도 다르게 듣는 귀가 있었던 것이다. 교회 본당의 저녁노을이 붉게 비친 유리창과 높은 종탑, 그리고 하늘 높이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엄한 장면은 내게 남겨진 또 다른 영혼의 사진이다.

이 두 장면은 세상에는 나와 다른 눈과 귀를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그날 저녁 나는 큰형에게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책을 선물로 받았고, 어린 나이에도 몹시 재미있어서 밤을 꼬박 새워 다 읽었다.

그 책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을 갖게 해줬다. 비록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만, 그때부터 나에게 공부는 자유와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 다양하고 경이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방편,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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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근 서울대 교수·교육학 dr1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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