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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전방위 관찰하는 미국의 눈

대사관·CIA·싱크탱크 3각편대… ‘2002년 사태’가 반면교사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국 대선 전방위 관찰하는 미국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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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여름, 대선 국면의 뜨거운 한철을 관통하고 있는 광화문과 여의도 정가 곳곳에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시선들이 날카롭게 움직인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이며, 그의 정책은 무엇이고, 이는 한미관계와 동북아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예의주시하는 미국의 눈이다. 공식 조직과 비공식 루트, 외교부처와 정보당국, 싱크탱크와 퇴직 관료들을 아우르며 이뤄지는 미국의 한국 대선 관찰은 주요 캠프 참모들의 면면과 최근 한반도 이슈에 대한 각 대선주자의 견해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뻗어나간다. 5년 전, 10년 전보다 훨씬 정밀해진 초강대국 미국의 ‘한국 대선 신경망’을 해부했다.
한국 대선 전방위 관찰하는 미국의 눈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주한 미대사관(왼쪽 건물).

# 장면 1

5월29일 오후 광주 5·18기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경선후보 경제정책 토론회. 각 후보 지지자들이 빼곡히 메운 좌석 사이로 분주하게 오가는 거대한 체구의 외국인이 눈에 띈다. 각 캠프와 당 관계자들은 물론 출입기자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며 메모를 하는 품은 언뜻 외신기자 같아 보이지만, 그의 신분은 미국 국무부 소속 외교관이다. 주한 미대사관 정무파트의 헨리 해가드 국내(한국)정치팀장. 국회와 정치권을 담당하는 그는 2007년 한 해 동안 대사관에서 가장 바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대목’이 왔기 때문이다.

1972년생으로 서울에서 근무한 기간만 5년이라는 그는, 비(非)교포 출신 미국 외교관으로는 한국말을 가장 능숙하게 구사하는 데다 웬만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를 앉은 자리에서 줄줄 꿸 만큼 한국 정치에 밝다. 각 당 의원들은 물론 주요 출입기자들, 캠프 외교안보 참모들과도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폭탄주 술자리와 노래방 뒤풀이를 마다하지 않는, ‘전임자들에 비해 매우 정력적인 활동’을 1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 장면 2

서울 종로구 세종로 32번지 미대사관 5층. ORS(Office of Regional Studies·지역조사과)라는 간판이 달려 있는 이 방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20여 명의 번역팀이 평시 3교대, 바쁠 때는 2교대로 근무하는 이 사무실 이름은 CIA(중앙정보부) 서울지부의 대외명칭이다. 일본어나 중국어 번역을 담당하는 이들도 있지만, 70% 가까이는 한국말로 발행된 각종 언론보도와 보고서 등을 실시간으로 영역해 버지니아주 랭리에 있는 CIA 본부로 보낸다. 매일 번역되는 원고 가운데는 조선중앙방송이나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관영매체 보도내용도 꽤 있다. 그러나 서울의 주요 동향, 특히 대선관련 뉴스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번역팀 외에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는 다섯 명 남짓한 ORS 소속 요원들은 한국의 정보당국자 등을 대면접촉해 얻은 정보를 암호화해 역시 CIA 본부로 타전한다. 이 가운데는 통칭 ‘CIA 한국지부장’으로 불리는 ORS 서울과장도 있다. 20여 명 안팎으로 알려진, 그러나 실제로 몇 명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한 비공개 요원들의 첩보수집 결과는 ORS와는 별도의 채널을 통해 본국에 전달된다. 같은 건물, 같은 사무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근무했지만, 이임한 뒤에야 그 신분을 ‘바람결에’ 듣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 장면 3

지난 2월 하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한 애시턴 카터 하버드대 교수,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 쟁쟁한 거물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공식 방한 목적은 스탠퍼드대 예방외교연구소 차원의 학술활동. 그러나 실제로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정동영 등 주요 대선주자나 그 캠프 참모들을 죽 ‘훑고’ 돌아갔다. 전·현직 정부 당국자들이나 서울의 전문가들 역시 이들의 접촉대상 리스트에 포함됐다. 한 캠프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예비역 한국군 고위장성의 말이다.

“상당히 구체적인 질문이 많아 좀 놀랐다. 대선이 10개월이나 남은 때였는데도 단순히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캠프별로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의 위상 등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하나하나 기록했다. 단순히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묻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묻는 이도 답하는 이도 명확히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나 정치권을 위해 한국 대선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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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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