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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진보가 내놓은 더불어 잘사는 길 ‘복지국가 혁명’

  •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 참여사회연구소장 lbch@kangwon.ac.kr

진보가 내놓은 더불어 잘사는 길 ‘복지국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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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식 복지국가가 이들의 대안이다. 이 대안은 실업, 교육, 의료, 주거, 출산, 아동보육, 노후, 빈곤, 장애인 문제 등 전반에 걸쳐 빈부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기본적 사회권으로서 보편적 복지를 향유하는 것이다. 또 공공 부문에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일자리 창출의 우선 정책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덴마크와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 모델을 수용한다. 보편적 복지와 함께 능동적 복지가 또 하나의 축이다. 이는 사회구성원에게 잠재 능력 개발의 평등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복지가 지식기반 혁신경제의 동력으로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복지와 성장,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가져온다. 이렇게 해서 역동적 복지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

이 책의 3부는, 발상 전환이 요구되는 의제들을 다루고 있어 특히 관심이 간다. 참신한 만큼 부담을 져야 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교육 분야는 무상 교육뿐만 아니라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라든지, 대학을 연구중심대학·교육중심대학·일반 대학으로 3중화하는 방안 등 교육 제도와 내용의 선진화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공감할 만한 부분이 꽤 많다. 재벌 개혁 분야는 아무래도 뜨거운 감자다. 여기서는 솔로몬의 해법이 제안되고 있는데 스웨덴의 발렌베리 재단과 같은 공익 재단을 활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또 그렇게 하려면 기업집단을 법인격으로 인정하는 독일의 콘체른법 같은 것이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그대로만 된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고 이는 스웨덴이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불신의 덫’ 벗어나야

그러나 그간 재벌의 온갖 천민적 행태, 금산 복합체로서 갖는 폐해, 그 정치경제적 지배력과 대조적인 약한 노동의 힘 등을 생각하면 타협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제시하는 대안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또 이런 조건 속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만들어진 사정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주주자본주의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수탈을 심화시킨다는 설명은 좀 심하다 싶다.

노동 개혁 분야의 경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보나, 왜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해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방안은 언급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노동시장 문제의 해법을 너무 복지 쪽으로 넘긴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복지국가 혁명은 조세의 혁명적 개혁 없이는 불가능할 텐데, 우리 사회에서 증세 논의가 부딪치는 곤란은 이 책에서도 느껴진다. 그래서 돌파구로 ‘선 복지 후 조세’ 원칙이 제시된다. 그러나 잘못할 경우, 복지의 뒷받침 없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모순을 방치하게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역시 우리 사회 진보는 공적 권력, 제도,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린 ‘불신의 덫’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새 길을 개척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을 느꼈다. 이 책은 공들인 아주 잘 짜인 책이다. 우리에게 한국형 복지국가 정책 모델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한다. 이 큰 그림은 구체적이면서도 간결한 각론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널리 이 책을 읽고, 배우고 또 토론하기를 권해 마지않는다.

신동아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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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 참여사회연구소장 lbch@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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