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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보그’ ‘던힐’은 ‘Made in Korea’… 수출도 합니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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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커다란 상자마다 잘게 잘린 담뱃잎이 가득하다

첫 번째 공정이 이뤄지는 PMD (Primary Manufacturing Department) 구역은 아쉽게도 생산을 중단하고 청소작업 중이었다. 성인의 허리를 넘기는 높이의 커다란 상자들 속에 잘게 잘린 담뱃잎이 가득했다. 누렇고 가는 잎에선 마른 볏단이나 시래기에서 나는 묵은 냄새가 났다. 담뱃잎을 이동시키는 커다란 컨베이어벨트는 가동을 멈춘 상태였는데, 박 차장은 “담배를 식품으로 취급하기에 컨베이어벨트에 쓰는 오일 하나도 식품에 적합한 등급을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 엽연초에 수분을 공급해 자르고 섞어서 건조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모든 담배회사가 동일할까. 기본적인 공정은 같지만 어떻게 섞느냐 하는 레시피와 블렌딩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제조사에 따라 빵, 복숭아, 사과, 체리, 인삼, 도라지 등을 넣는 등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에 향을 입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잘린 잎에 향을 분사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필터에 향 캡슐을 넣기도 하고, 담배케이스 안에서 담배개비를 싸고 있는 호일 표면에 향을 바르기도 한다.

자체 품질관리

2차 공정이 이뤄지는 SMD(Secondary Manufacturing Department) 구역에선 2분 단위로 1만개비의 담배가 생산되고 있었다. 잘 만들어진 담뱃잎을 종이로 감싸니 기다란 전깃줄 모양이 됐다. 일반 담배 길이보다 짧게 자른 두 개를 마주보게 가로로 길게 놓고 그 사이에 필터를 끼우고 다시 종이로 감싼 다음 필터 중간을 자르니 담배 두 개비가 만들어졌다. 담배에 필터를 끼우고 케이스에 포장하기까지는 모두 자동화 시스템이다. 따라서 생산라인에서 작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PMD구역과 SMD구역 사이엔 품질연구소가 있어 완성된 담배의 말린 정도와 입으로 빨 때의 느낌을 기계로 점검한다. 담배를 태워 니코틴과 타르 함량을 분석하는 기계도 있는데, 담배사업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국가가 정한 기관에서 검사받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항시 관리한다.

생산을 시작한 첫해부터 글로벌 그룹 내에서 최고의 품질지수를 인정받은 사천공장엔 총 27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초기엔 숙련된 외국인 담배 제조 전문가가 상당수 있었지만, 지금은 3명만 남았고 이들마저 올해 안에 한국을 떠난다. 나머지 한국인 중엔 과거 담배공장에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의외다. BAT본사에서도 사천공장의 이러한 배경과 성과에 놀라워하고 있으며, 지난 7월 첫 한국인 공장장으로 임문섭 상무를 임명함으로써 두터운 신뢰를 보여줬다. 임문섭 공장장은 “본사가 한국 직원만으로도 BAT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국인의 역량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BAT는 2002년에 한국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터키와 아프리카에도 투자했다. 그러나 두 지역의 생산성이나 품질지수는 사천공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생산설비, 생산공정은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임 공장장은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하고,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을 때 더 잘하려 하는 한국인 특유의 승부욕, 그리고 사람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BAT의 기업문화가 맞아떨어져 상승효과를 낸 것 같다”고 분석한다.

“외국 공장 관계자가 사천공장을 5~10분만 돌아보고 나면 한결같이 ‘직원들의 에너지 레벨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한국 사람은 뭔가 하려고 한다고 하죠. 한국인의 DNA가 남다르다고도 합니다.”

BAT코리아의 기업문화 중 돋보이는 4가지 원칙은 다른 사람의 견해를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고려하며 편견 없이 들으려 하는 ‘열린 마음’, 구성원·문화·견해·브랜드·시장·아이디어의 ‘다양성 추구’, 직무 분야에 상관없이 누구나 책임감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책임감을 통한 자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함으로써 사업과 가치를 발전시키는 ‘진취적인 정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큰 틀이 ‘인재육성’이다.

“에너지 레벨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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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정이 이뤄지는 SMD구역.

사천공장에선 생산담당기술자 중 9명을 매니저로 발탁하기 위해 교육 중이다. 현재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경우 그보다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그 지위가 요구하는 역량을 회사가 키워주는 셈이다. 그밖에도 직원들이 평소 자신의 부족한 점, 계발하고 싶은 점 등에 대해 매니저와 상담하고, 회사는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공장 입구의 작은 방에 외국인 강사가 상주하고 있는 것도 3교대 근무하는 직원들이 적당한 시간에 영어 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천공장의 역사가 짧은 터라 임직원 대부분이 다른 직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지금의 근무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최홍민 과장은 “영어강의, 리더십강화 교육 등 업무적·비업무적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해 나 자신이 날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노조가 없는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각 부서 대표와 임원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회사의 발전방향과 사원복지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를 ER(Employ Relationship)이라고 하는데, 각종 스포츠행사 및 피크닉 계획도 ER을 통해 결정된다. 최 과장은 한동안 ER의 부서 대표로 활동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히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다며 “시야가 넓어지니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니 행동이 바뀌었다”며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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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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