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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한국인 납치사건 보도로 본 일본 언론 파워

조수 정보원 운전수 청소부 고용한 日 특파원, “현장취재가 원칙… 왜 한국 기자는 안 오죠?”

  • 서영아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탈레반 한국인 납치사건 보도로 본 일본 언론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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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한국인 납치사건 보도로 본 일본 언론 파워

자국민의 납치관련 뉴스를 외신보도로 접해야 하는 한국 시청자는 슬프다.

기타가와 특파원은 본래 파키스탄 주재 특파원이다. 2005년 9월 이슬라마바드에 부임했다. 담당 지역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본거지를 두되 월 평균 한 번 정도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며 일한다. 휴대전화도 파키스탄용, 아프간용 두 개를 가지고 필요에 따라 사용한다.

지한파(知韓派)인 그와는 3년 전 도쿄에서 몇 번 술자리를 함께한 사이. 겨우 통화가 됐을 때 그는 당장 “왜 한국 기자들은 취재하러 오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래는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을 도쿄로 보내고 자신도 7월말에 여름휴가를 내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서 포기했다고 한다.

“빨리 끝나길 기대했는데, 마음을 비웠습니다. 휴가는 사태가 마무리된 뒤에 가야죠.”

가능한 ‘현장’에서

임시 사무실인 세레나 호텔은 카불에서도 최고급 호텔이다. 아침 8시(한국시간 12시 반)에 기상해 외신을 확인하고 나면 9시경. 조수가 출근하면 호텔방에서 종일 취재하고 본국의 마감이 모두 끝난 밤 9시경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하루 세 끼를 해결하는 데 질려, 가끔 호텔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이때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조수를 대동하고,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차를 타고 간다.

“생활은 괜찮은데, 낙이 없네요. 가져온 책을 읽는 게 전부입니다.”

본사와 통화할 때마다 몸조심 당부부터 듣는다. 가족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위험지역 취재에 대해 “당연한 일”이란 반응이다.

“기자는 가능한 현장 가까이에서 취재하는 게 원칙이니까요. 분쟁지라도 접근이 가능한 데까지는 들어가야죠. 비록 지금은 탈레반의 납치 위협 때문에 호텔방에 갇힌 신세지만요.”

‘직접 취재’도 또 하나의 원칙이다. 이번처럼 설령 전화만으로 취재가 이뤄지더라도 자기 매체의 이름으로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요즘은 납치사건이 일어난 가즈니 주 당국자나 교섭 관계자, 탈레반 관계자를 대상으로 직접 취재하고 있습니다.”

문득 무장단체에 의한 외국인 납치사건이 잇달았던 2004년 이라크가 떠올랐다. 당시 미국인, 독일인이 연달아 참수당한 시체로 발견됐고, 한국인 김선일씨에 이어 일본인 배낭여행객도 희생양이 되었다. 도처에서 폭탄이 터지고 무장단체가 외국 기자들을 타깃으로 노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일본 언론사들은 정상적인 취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대부분 철수했다. 그러나 NHK는 끝내 바그다드에서 떠나지 않았다. 설사 호텔방에서 취재한 내용들을 보도하는 데 불과하더라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기자를 둔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NHK는 아직도 바그다드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

아는 사람들에게는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일본 언론은 전세계에 취재망을 갖추고 있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같은 대형 언론사들은 50명이 넘는 특파원망을 꾸리고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국을 개설할 후보지를 찾는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월 쿠바에 지국을 신설하기도 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의 사망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NHK나 통신사는 이보다 더 많은 특파원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아사히는 전세계 34개 지국에 53명의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다. 워싱턴 지국 6명, 뉴욕 지국 5명, LA 지국 1명 등 미국에만 12명이 주재한다. 베이징 5명, 상하이 2명, 선양·홍콩·광저우에 각 1명, 타이베이 1명 등 범(汎)중국권도 11명이다. 심지어 아프리카 나이로비, 브라질 상파울루, 필리핀 마닐라에도 상근 특파원이 나가 있다.

중동권의 경우 이집트 카이로에 3명을 비롯, 이란 테헤란,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에도 1명씩 특파원이 상주한다. 특파원이 1명이라고 혼자 일하는 게 아니다. 한국 특파원들은 대부분 그날그날의 신문, 방송, 통신, 잡지 기사 챙기기에서 취재, 기사 작성, 잡무까지 자기 손으로 다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일본 특파원들은 현지 고용인을 대거 활용한다.

세계적인 거미줄 취재망

우선 특파원마다 현지 취재보조원 1명씩이 기본적으로 따라붙는다. 이때 아프가니스탄처럼 특수한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은 영어가 가능한 인력을 고용해 커버한다. 통상 ‘조수’라 부르는 이들 취재보조원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며 현지에서는 아사히신문 기자 직함을 들고 활동한다. 기명 기사를 쓰지 않을 뿐이다.

사실 2~3년마다 바뀌는 특파원에 비해, 현지에 밀착한 이들 취재보조원이 특종을 건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이 물어온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책임은 물론 특파원에게 있다. 그래서 유능한 취재보조원을 확보하는 것이 특파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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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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