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호

집, 살 것인가? 팔 것인가?

웬만하면 팔지 말고, 팔 땐 화끈하게! 무주택·1주택자는 지금이 구입 적기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입력2007-10-08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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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살 것인가? 팔 것인가?
    “작년 11월 방 3칸, 화장실 2곳, 100㎡(34평) 크기의 아파트를 샀습니다. 82㎡(25평)짜리 내 집을 팔고 큰 집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다급함에 대출을 3억원이나 받아 버블세븐 지역에 어렵게 집을 마련했습니다. 주변의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아내도 더 오르기 전에 집을 늘려가자고 저를 졸랐습니다.

    그리고 1년이 가까워옵니다. 갖고 있던 82㎡ 집은 아직 못 팔았습니다. 4억5000만원에 팔려고 내놓았지만 이제는 4억원에도 안 팔립니다. 3억원 융자금은 1년새 월 이자가 50만원이 더 붙었습니다.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됐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또 ‘처분조건부 대출자’라고 합니다. 빨리 융자금을 갚거나 종전 주택을 팔지 않으면 금리를 15%까지 올리고 집을 경매 처분한다고 은행에서 전화도 걸려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집값이 급락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오거나 파산에 이르지는 않을지 두려워 잠을 못 자겠습니다. 이제 곧 새집을 등기한 지 1년이 되고 2주택자가 됩니다.”(H씨와의 상담 중에서)

    성큼 다가선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다. 녹색은 점차 갈색으로 변하고 공기는 선선해진다. 오곡이 결실을 보고 단풍은 아름다운 성숙의 계절. 조금씩 집을 늘려가고, 넓어진 공간에 행복을 담아가는 그 자연스러운 작업이 왜 이리도 혼란스럽고 힘들단 말인가. 지난해 부동산 가격 폭등의 광풍을 타고 집을 사거나 늘려간 사람들은 세금폭탄과 대출폭탄에 이 좋은 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달갑지 않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지나치기까지 한 부동산 정책과 각종 경제 변동 상황, 낮은 금리 때문에 애써 모아둔 돈이 허송세월을 한다는 심각한 고민은 많은 개미에게 서둘러 집을 사게 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은행에서 수억원을 빌리며 자발적 채무자가 된 이들은 자신의 인생 드라마가 비극의 흑백 화면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기대하던 장밋빛 화면은 오간 데 없고 흑백 화면에는 월급의 절반을 은행에 가져다주고 금리가 더 오를까 두려워하는 가난하고 초라한 이방인이 우두커니 서 있다. 돌이켜 반성하면 시황에 눈이 멀어 집을 사서 돈을 벌고자 한 ‘욕심’이 문제였다.



    삐라처럼 날아드는 규제의 폭탄들

    자본과 부동산이 만나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 그리고 ‘필요한 숫자나 크기만큼 내 집을 가질 수 있는 권리’. 이 두 가지 주제는 지금 이 나라에선 인정돼서는 안 될 정부의 구속 대상이다. 1주택자가 이처럼 규제의 대상이 된 것은 국내 부동산 사상 초유의 일이다. ‘6억원 이상의 종부세 대상 주택’ 소유주는 이번 규제의 대표적인 피해자다. 2003년 말 또 하나의 부동산 보유세 개념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종부세는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으로 그 마각을 드러냈다. 그것은 정부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금이자 오르는 주택에 가해진 벌금형이었다. 그래도 이후 한두 해는 세금의 상승폭보다 집값의 상승폭이 컸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저런, 세금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랐다고 좋아하다니…. 집이 현금으로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싸움은 틀림없이 집을 가진 자가 진다. 집값은 끝없이 오를 수 없고, 다들 집을 팔지 않는 한 꾸준히 늘어나는 세금을 낼 돈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우려는 2년이 지나 현실이 됐다. 그 사이에 ‘확실한 보너스 규제’인 대출규제가 또 생겨났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의 매수 세력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아이구, 이젠 정말 큰일 났어요. 집은 안 팔리고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네요.”

    2005년 말 9억원 이상 주택 소유주에게 부과된 종합부동산세는 그래도 잘 넘어갔다. 비싼 집을 가진 사람들은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의, 견딜 수 있을 만한 세금을 내고 푸근한 연말을 맞았다. 그러나 2006년 말 6억원 이상 주택 소유주에게 부과된 종부세는 문제가 심각했다. 과세표준이 70%로 오른 데다 공시가격이 30% 이상 올라갔고 종부세 부과선도 6억원으로 내려갔다. 과장을 좀 보태 전국 방방곡곡 모든 고을이 시끄러웠다. 아파트촌에는 플래카드가 붙고 곳곳에서 ‘주민모임’이 열렸다. 정부는 큰소리로 외쳤다.

    집, 살 것인가? 팔 것인가?

    지난해 2월 부동산 정책토론회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 “집값은 반드시 내린다”는 그의 말은 어쨌든 현실이 됐다.

    “누구든 종부세 납부를 방해하거나 거부하기를 선동하면 처벌할 것입니다.”

    하지만 ‘종부세 대책모임’에 모인 사람들은 불복 절차만 문의할 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 사람들 속에 세무서 직원이 있을지도 몰라. 말 잘못 꺼냈다가 괜히 시달림당할라.”

    2007년 연말, 세 번째 종부세고지서가 날아온다. 과세라인 6억원, 과세표준 80%, 과세 기준일은 2007년 1월1일. 상당액이 될 것이다. 이른바 ‘세금폭탄’. 지금껏 앓는 소리로 말하던 ‘세금폭탄’은 장난감 폭탄일 뿐이다. 올겨울, 하늘에서 삐라처럼 날아드는 세금폭탄 고지서는 실전(實戰) 폭격만큼이나 무섭고 파괴력이 클 것이다.

    언제 집을 살까?

    “차라리 지금이 집을 살 때가 아닌가요?”

    “에이, 쓸데없는 소리…. 뭐 하러 불구덩이로 들어간단 말이오.”

    “그러면 언제 집을 사야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일반적 해답은 ‘2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날’이다. 부동산시장을 억지로 누르고 있는 각종 규제는 지금 2주택자를 집중 공격하는 중이다. 2주택자를 누르면 ‘주택시장’이 가라앉는다. 알고 그랬을까? 아무렇게나 여러 방법을 쓰다 보니 그 방법이 먹혔을까? 어찌됐든 그 답은 ‘2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날’이다.

    2주택자는 억제책과 부양책의 바로미터다. 2주택자는 지금 고통 받고 있다. 2007년 1월1일부터 2주택 소유자의 양도소득세는 양도 차익의 50%다. 거기에 주민세 10%가 붙으니 실제 양도시 세금은 55%다. 거기에다 10년 이상 보유하면 깎아주던 양도소득의 30%에 달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사라졌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머리 위에 또 하나의 주택을 올려놓고 그 몸통 중 6억원 이상 부분에 과세를 해 목을 죈다. 여기에 실거래가 신고와 대출 제한으로 매수자를 매도자의 근처에도 못 오도록 저 멀리 쫓아낸다. 9월부터 시행된 청약가점제는 2주택자와는 무관하고 1주택자와도 거리가 먼 무주택자를 위한 법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를 꺾어놓고 5년에서 10년의 전매제한을 만들어내 시장을 가라앉힌다.

    우리나라에는 총 1400만 가구의 ‘집’이 있고 1400만 가구의 ‘가구주’가 있다. 이른바 주택보급률 100%, 1가구 1주택 시대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1주택자의 비율은 68%, 2주택자에서 11주택 이상자까지 다주택자의 비율이 32%다. 다주택자 32%는 1주택자의 몫을 잠식해 무주택자로 만들어놓는다.

    결국 1400만 가구는 600만 가구의 1주택자와 270만 가구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 530만 가구의 무주택자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600만 가구의 1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해 2주택자가 되려는 것을 방해하고 2주택 이상자가 집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어놓으면 부동산시장은 기력을 잃어버린다. 그럼 2주택자의 매도 물량을 받아낼 대상은 530만 가구의 무주택자인데, 그 사이에는 상당한 경제적 갭(gap)이 있다. 2주택자가 가진 집은 무주택자가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빈익빈 부익부, 억겁의 윤회

    부자와 빈자. 세상은 불공평하다. 모두 다 부자인 세상, 그런 사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들은 재화를 가운데 두고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싸움을 진행 중이다. 그 대상물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정책에 따라 움직이며 급격히 가격이 오르다가도 각종 규제가 생기면 거래가 뚝 끊기는 그래프의 반복.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가격 곡선의 꼭짓점, 즉 ‘상투’ 지점에서 물건을 사게 된다. 생활 인프라나 시스템이 자금과 정보, 그리고 예측력 측면에서 열악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 부동산시장에 최대의 거래량이 터졌다. 웬만한 전문가라면 예측이 가능한, 이른바 ‘꼭지’였다.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억원 더 늘어났다. 더불어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1조6000억원 늘었다. 2002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보이며 증가한 5조8000억원의 대출금은 고공행진을 벌이며 춤을 추는 금리 때문에 대출자에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애물덩이가 됐다. 올해 하반기 두 차례의 콜 금리 인상을 기반으로 올라간 여신 금리로 말미암아 1억원을 빌린 사람은 작년 대비 연 150만원씩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

    집, 살 것인가? 팔 것인가?

    지난 6월 경기도 동탄 신도시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선 정부 합동 투기단속반.

    지난해 말, 새집을 살 때 가지고 있던 집은 조만간 ‘판매조건부 주택’에 물리거나 새집 등기 후 1년 내 팔지 못하면 2주택이 되어 집이 팔리더라도 양도세 50%를 내야 한다. 빨리 팔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이미 때는 늦었다. 시장 형편은 ‘매수인 1명에 매도인 15명’인 상황. 제 가격을 받는 정상적인 거래가 어렵다. 이 시장은 대체 어떻게 될까? 그 답은 명확하다. 막차를 탄 ‘착한 서민’들은 결국 손해를 보고 빠져나와야 한다. 그것이 ‘현실’이고 ‘운명’이다.

    ‘부동산 폭등 → 막차 타기 → 각종 규제 → 세금 증가 → 금리 인상 → 매물 증가 → 집값 하락 → 저소득층 타격….’ 안타깝지만 과거의 역사나 지표는 늘 이렇게 흘러왔다. 또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다. ‘기회를 선점’하고 동시조건으로 ‘레버리지’를 쓴 사람들은 돈을 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을 여러 차례 보면서 막판에 타인의 돈을 빌려 시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사연이 어떻든 대개는 잃고 나온다. 그 와중에는 급작스레 오르는 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시간, 늘어나는 세금 등 과거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계절의 변화와 비바람’이 있었다. 항상 ‘예상치 못한’이란 전제가 붙지만.

    일단 사두고 보자!

    그 고비의 시간이 깊어질 즈음 다시 ‘돈 있는 사람’들이 그 물건을 산다. 각종 규제는 완화되고 그리고 새로 물건의 주인이 된 사람들은 야금야금 돈을 벌어간다. 다시 원래대로 시장이 풀려가는 것이다. 그것은 자본시장의 원리이며 기억 속에 있는 현실이다. 그 환경을 만드는 이유에는 정치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 심리적 요소 등 각종 내재상황이 존재한다.

    그럼 이런 구렁텅이에 빠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기는 곧 기회이고, 기회는 또다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이 위기인지 기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어떤 자에겐 기회의 시기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침잠의 시기, 고통의 시기가 될 수 있다.

    무주택자는 지금이 집을 살 때다. 청약통장을 가졌다고 무작정 청약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납입 횟수가 제법 쌓인 청약저축 가입자나 청약 가점이 어느 수준에 오른 청약예금 가입자는 청약을 기다려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청약통장이 없는 경우는 집을 살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본인이 직접 거주할 경우는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 내의 융자를 얻어서 사면 되고, 일단 사두려는 사람이라면 전세를 끼고 살 것을 권한다. 올 연말까지 나올 수밖에 없는 매물을 감안하면 지금 시장 상황은 매도 15, 매수 1 상황으로 15: 1 정도의 매도: 매수 비율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집을 사기에는 시장이 제법 괜찮은 상황이다.

    1주택 소유자도 청약통장을 사용해 신규분양을 받을 것을 권한다. 신규분양 주택은 집으로 완성될 때까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데다, 분양 후 집이 지어질 때까지의 시간, 즉 앞으로 약 3년 안에 현재의 세금폭탄 정책과 무리한 강경 일변도의 부동산 규제에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이 없는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지역이나 평형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일단 기존 주택을 매입하고 나면 되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게 말하면 ‘환금성이 떨어지는 시장 환경’이라는 이야기다.

    이때의 ‘안전모드’는 종부세를 완화할 만한 ‘확신’이 드는 때 결행하는 것이고, 위험모드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세상을 지배할 때 싸게 나온 매물을 사놓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주택을 사는 것은 100% 자기 자금으로 하는 것이 좋다. 금리 등 경제상황이 조금 더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소 2008년 말까지의 종부세는 염두에 둬야 한다.

    ‘느림의 미학’을 배울 때

    팔려는 사람은 조금 더 느긋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상황이 불안하겠지만 ‘과감하게’ 느긋해야 한다. 물론 여유 자금의 상황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얼마만큼을 차입했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집을 내놓는다고 당장 팔리지도 않는데다, 빨리 팔려면 값을 크게 내려 손해를 볼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연말까지의 상황일 뿐이다.

    이미 2주택자라면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 종부세가 부담스럽다고 집을 한 채 싸게 팔아 50%의 양도세와 그에 따른 10%의 주민세를 낸다면 양도 차익이 큰 주택은 오히려 더 손해일 수 있다. 세금이 많아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이 뭔가에 다시 투자할 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집 팔고 남은 돈으로 종래 집의 가치에 달하는 집을 살 수도 없을뿐더러 저축이나 증권 등에 투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펼쳐진다.

    일시적 2주택자나 양도세 일몰기간이 도래한 5년간 양도세 면제 주택 소유자로 또 다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10~15% 내려서 ‘바겐세일’로 물건을 처리해야 한다. 이미 상황은 변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옛날의 가격으로는 거래가 쉽지 않다. 종전에 6억원 나가던 집은 5억3000만원 정도까지 할인해 시장을 앞서가는 매매를 해야 한다. 정 깎아주기가 아깝다면 지인이나 매수 조건이 허용되는 무주택자에게 ‘일단 이전’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재판매하거나 가격을 정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주택 가격 폭등 시점에서 수억원을 빌려 내 집 마련에 나선 주거형 1주택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은행의 대출이자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파산 직전의 상태가 아니라면 집을 팔지 않는 게 유리하다. 집값이 조정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구입가격보다 15% 정도 싸게 집을 팔 경우 거래세 등 각종 세금을 합치면 앞으로 몇 년간 물어야 할 이자보다 더 손해를 볼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 꼭짓점에 다다른 가격은 반드시 떨어지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는 힘, 즉 재력이다.

    더욱이 대선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두 번의 콜 금리 인상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정부가 가까운 장래에 다시 콜 금리를 올려 서민의 목을 옥죌 일도 없어 보인다. 6억원 이하의 집을 가진 이들에겐 그 무서운 세금폭탄의 위험도 없다. 사실 이들은 현재의 부동산시장에선 오히려 ‘해피한’ 사람들에 속한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청약예금통장을 이용해 노른자위에 싸게 나오는 중대형 분양물을 노려봄 직하다. 중대형 아파트 등은 전체 분양물의 50%가 1주택자에게도 자격이 주어지는 까닭이다.

    한 줄기 햇빛…대선

    그렇다면 올 연말과 내년까지의 주택시장은 어떨까. 도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2007년 10월부터 연말까지는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물건은 급속도로 늘고, 판매가 부진한 공사 현장을 서너 군데 보유한 건설사들은 줄줄이 부도를 낼 것이다. ‘신일 해피트리’와 ‘세종 그랑시아’는 시작일 뿐이다. 그룹사가 아닌 단일 건설사들에 있어 아파트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자금난은 더욱 심각하게 목을 죄어온다.

    은행 융자를 얻어 2주택자가 된 사람은 종부세와 높은 양도소득세로 인해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가 대출을 통해 집을 사기에도 지금까지의 여신 금리 인상은 악영향을 준다. 집을 살 사람은 줄고 조건은 나빠지는 상황, 시간이 지날수록 아파트 현장이 전 재산인 시행사나 시공사는 위기를 맞게 된다. 공인중개사, 법무사 등 부동산 거래를 통해 먹고사는 사람들은 연말까지 개점휴업 상태다.

    “연말까지만 버텨보려고요. 특별히 좋아질 것이 없어 보입니다. 연말에도 이 모양이면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죠.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제시한 가격 차가 수천만원이고 실거래가 신고에 각종 세금 등 집을 사라고 권유하기가 낯 뜨거운 상황이에요. 뭔가 조치가 나오겠지요.”

    연말에는 오른 공시 가격과 과표 인상으로 종부세 대란이 날 조짐이 보인다. 2005년 9억원에서 2006년 6억원으로 종부세 기준이 내려오면서 시장이 급속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2006년 말보다 더욱 더 큰 덩어리의 종부세가 나올 태세다. 그나마 정점에 머물던 종부세가 과표 인상으로 2007년 1월1일 기준의 현실화한 공시가격으로 집 소유자에게 과세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 서서 정치를 볼 때, 집 가진 사람들에게 그나마 남은 희망은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대선주자들의 공약이다.

    2007년 12월19일 목요일. 새 정권이 탄생하면서 무겁고 과다한 세금의 무게가 가벼워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무너지려는 시장을 그나마 유지시키고 있다. 2007년 12월20일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거래 활성화 대책, 투기지역 해제, 대출규제 완화 등 미분양 아파트를 줄이고, 죽어가는 시공사를 살리는 방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7월1일부터 2008년 12월31일까지는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에 대한 구체적 토론이 벌어질 듯하다. 이미 나온 선거의 각종 공약에 1주택자와 장기 보유자, 고령자 등에 대한 보유세금 완화와 법을 바꿔 거래의 숨통을 트이게 하려는 의지가 다분히 보이는 까닭이다. 무주택자나 유주택자나 정적인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문어와 오징어를 구별하라

    문어와 오징어는 비슷하게 생겼다. 연체동물에다 다리에 빨판이 있고 먹물을 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문어는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고 머리도 매끈하다. 오징어는 10개의 다리에 머리엔 삼각형 모자를 쓰고 있다.

    요즘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많은 사람이 청약통장을 빼앗기고 있다. 일단 청약은 했는데 당첨되고 보니 그 아파트가 내가 가지고 갈 블루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애매한 300가구 미만의 주상복합, 본인의 생활권에서 먼 거리의 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델하우스에 몰린 수많은 인파와 고급스럽게 장식된 수입 자재, 비싸 보이는 빌트인 집기를 보고 인터넷 청약을 했지만, 막상 경쟁률이 생각보다 낮게 나왔을 때 청약자들은 당황한다. 더욱이 바뀐 대출 여건으로 본인이 예상한 대출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을 때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집을 선택하거나 청약할 때에는 충분히 조사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때다.

    ‘문어’인 줄 알고 그물을 던졌지만 잡고 보니 ‘오징어’인 경우, 아까운 재산은 손실을 입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청약하거나 주택을 사고자 할 때는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모델하우스나 현장에 최소 5번 이상 가보고 카탈로그도 수십번 보고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교통망이나 근린시설 등 인터넷 검색도 충분히 해봐야 한다. 실수요자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접근해 장기 투자할 생각을 해야 하는 때다.

    집,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봉준호

    1962년 출생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졸업 (건축사), 동 대학 국제경영 대학원 졸업

    현대건설 근무, 네이버·조인스랜드·머니투데이 재테크 칼럼니스트

    現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 부동산컨설팅사 닥스플랜 대표

    저서 :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닥터봉의 부동산 쇼’ 등


    “이 아파트 어떻게 생각해요?” “위치나 가격 경쟁력은 어떤가요?”…주변의 ‘똑똑한 전문가’에게 많이 물어볼수록 좋다. 우연한 광고나 소개로 5%나 10%의 계약금을 내고 전부 이월해서 잔금 처리하는 ‘조건변경’ 미분양 아파트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전체적 상황이 어떻든 시세차익이 있는 곳에는 엄청난 돈이 몰린다. 분양가 상한제 시대, 더불어 공공택지 분양 물건은 7~10년, 민간택지는 5~10년 전매가 금지되는 시대다. 물건을 고르는 눈이 정확해야 주거와 투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지금이 그 어느 때와 다른 ‘특별한 시점’이란 사실이다. 부동산 침체기이지만 ‘블루칩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그 기준도 강화되고 있으며, 부동산 구입의 절대적 조건인 대출에 있어 아파트를 보고 대출해주는 시대는 끝나고 사람을 보고 대출해주는 특별한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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