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호

신종 정신질환 ‘애견사망 증후군’

우울증, 거식증, 알코올 중독, 자살… 겪지 않고는 모르는 ‘죽음보다 깊은 슬픔’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이윤진 자유기고가 nestra@naver.com

    입력2007-12-10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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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처럼 기르던 애견을 잃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끝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식음을 전폐하고 알코올에 의존하는가 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속출한다. 신종 정신질환인 이른바 ‘애견사망 증후군’. 자신의 분신인 애견이 사라진 후 겪는 죽음 같은 슬픔과 상실감의 실체. 그 충격적 사례와 치료법, 대안을 살펴봤다.
    신종 정신질환 ‘애견사망 증후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맺어주는 연결고리가 약해진 탓일까, 아니면 세상살이가 각박해진 탓일까. 사람보다 애완견과의 관계에서 정신적 안정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애완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깊어질수록 그 존재의 상실로 인한 충격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애견이 죽자 가족이나 친지의 죽음 이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좀처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시적 감정이라고 가볍게 보기 쉽지만 당사자가 겪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애완견을 제대로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 고통의 정도를 설명한다.

    11월1일, 애완견이 죽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미혼여성 이야기가 신문에 났다. 이 여성은 3년 동안 키우던 개가 병으로 죽자 ‘내 탓’이라며 자책감에 시달리다 공원에서 목을 맸다. 상당수 네티즌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애견인들은 그의 죽음에 남다른 공감과 동정을 표했다. 애견인에게 키우던 개의 질병과 죽음은 자신에게도 그만큼 커다란 상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언론매체도 그녀의 죽음이 심각한 정신적 장애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적시하지 못했다.

    결혼생활 내내 아이가 생기지 않아 10년째 강아지 ‘예삐’에 의지해 살던 김정화(37)씨. 그녀에겐 밤늦게 들어와 새벽같이 나가는 남편보다 예삐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김씨 부부는 서로의 호칭을 ‘예삐 엄마’ ‘예삐 아빠’라고 부를 만큼 애견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강아지를 키우게 된 계기가 자신의 불임이었던 만큼 예삐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각별함 그 이상이었다. 예삐는 멀어져가던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자 노릇도 톡톡히 했다.

    우울증 → 거식증 → 간경변



    그러던 지난 2월 큰일이 터졌다. 산책 중 김씨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예삐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만 것. 김씨는 그때부터 정서적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화장(火葬)을 하고 남은 예삐의 뼛가루를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는 틈만 나면 만지고 우는가 하면 사람들과의 대화나 만남을 일절 거부한 채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예삐의 사진과 장난감, 옷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게 일상사가 됐다. 더욱이 대낮에도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면서 술 외에 먹은 음식은 모두 토해내는 거식증 증상까지 나타났다. 그녀는 7개월 만에 몸무게가 17kg가량 줄어 현재는 32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우울증에 거식증, 알코올 중독까지 겹친 것.

    “죽고 싶다”는 말만 되뇌는 김씨를 보다 못한 남편이 그녀를 정신과로 데려갔지만 처방받은 우울증 약은 이렇다 할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심한 구역질 증상이 생기면서 정신과 치료에 대한 혐오만 커졌다.

    건국대 의대 하지현 교수(신경정신과)는 이 같은 증상에 대해 “애완견이 죽은 후 나타나는 우울증과 상실감은 정상적인 ‘애도반응’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 환자의 경우엔 상담만으로 치료할 수 없으니 반드시 약물치료를 동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종 정신질환 ‘애견사망 증후군’

    요즘 ‘애견’은 사람보다 낫다. 건강 정기검진을 받는 팔자좋은 애견.

    김씨의 상황은 최근 들어 더 심각해졌다. 음식을 거부하고 술만 먹은 결과 간에 이상이 생긴 것. 알코올성 간염이 급속하게 진행돼 그녀의 간을 좀먹어들어갔다. 마침내 내려진 진단명은 ‘회생 불능성 간경변’. 그녀는 입원해 있던 대학병원으로부터 퇴원 조치를 받고 집에 돌아와 대책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애도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애도반응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부모, 배우자, 자식 등 가까운 사람의 죽음 후에 찾아오는 슬픔과 식욕부진, 음식물 거부, 불면증, 우울증 등 심신에 생기는 총체적인 증상을 이르는 것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진다. 사망 후 2개월 이내에 나타나는 애도반응은 정상으로 간주되지만, 3~6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악화되었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적응장애로 본다.

    어른도 아이도, 부모도 자식도…

    요즘에는 오랜 기간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온 애완견의 죽음에 극심한 애도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애도증후군과 구별해 ‘애견사망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애견인들 사이에서 사용되던 은유적 표현이 어느새 의료 신조어가 된 셈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애견사망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해결하기 위한 항우울제나 수면제 처방 등을 기본으로 하되, 마음 깊은 곳의 상처와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한 상담치료를 병행해 심리상태를 안정시키고 슬픔을 극복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처녀 때부터 키우던 애견이 죽은 뒤부터 아랫배가 딱딱하게 뭉치는 증상을 보여 결국 임신 8개월 만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조산한 산모, 죽은 강아지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에 현혹돼 휴학하고 집을 나가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2년간 합숙했다는 대학생의 사연도 있다.

    애견의 죽음은 어린이에게도 커다란 상처를 안긴다. 초등학교 6학년 외아들을 둔 최영희(40)씨는 애완견의 죽음 이후 아들이 겪은 혼란과 후유증 때문에 애완견을 키운 자체를 후회하고 있다. 최씨가 집에서 키우던 골든리트리버가 노환으로 죽은 것은 아들이 여섯 살 때. 그날 하필이면 제일 일찍 일어나 개의 죽음을 확인한 이가 아들이었다. 며칠간 식사를 거부하며 울기만 하던 최군은 그때부터 야뇨증이 시작돼 약 3년간 거의 매일 이부자리에 오줌을 쌌고, 말수가 적어지면서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며 학습거부 반응을 보였다. 아들은 2년 전부터 조금씩 나아져 지금은 큰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해나가고 있지만, TV나 책에서 강아지가 죽는 장면이 나오거나 길에서 골든리트리버를 보면 눈물을 흘리는 등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다른 애완동물과는 달리 애견의 죽음은 이토록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일까. 우성동물병원 이지연 원장은 “개는 주인에 대해 절대적인 복종과 신뢰를 포함한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젖먹이 아기와 엄마의 관계에 비유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 역시 애견에 대한 정서적 동일화를 이루면서 정신적으로 긴밀한 유대를 형성한다. 이런 상태에서 애견의 죽음이라는 극단적 형태의 이별을 맞게 되면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는 돌고래, 오랑우탄, 돼지 등에 이어 높은 지능을 갖고 있으며 학습능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인간에 대한 친화력이 어떤 동물보다 강하다.

    인터넷 애견카페에서 스스로를 애견사망 증후군 환자였다고 밝힌 한지원(36·가명)씨도 9년간 동고동락한 애완견 ‘뚜비’가 죽은 후 2년이 넘도록 일상생활에 복귀하지 못한 채 우울증에 시달렸다. 명문 여대 비서학과를 졸업하고 다국적 기업의 사장직속 비서로 재직하던 한씨는 어느 날 본국으로 떠나는 동료직원에게서 뚜비를 넘겨받아 기르게 됐다. 그 무렵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가벼운 우울증을 앓았지만 뚜비를 키우면서 다시금 생활에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다.

    애완견을 키우면서부터 한씨의 생활 전반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 조금씩 거리가 생겼다. 대학에 들어간 뒤로 멀게만 느껴지던 부모와의 사이는 뚜비 덕분에 오히려 좋아졌다. 저녁식사 후 거실에 모여 다 함께 뚜비의 재롱을 보거나 뚜비의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등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 정년퇴직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한씨의 부모도 늦둥이를 본 듯 예뻐하면서 뚜비에게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동화 속 장면 같던 ‘스위트 홈’은 뚜비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직장 잃고 잇달아 자살 시도

    신종 정신질환 ‘애견사망 증후군’

    내년부터 합법화되는 애견 장례장. 장례의 ‘허례허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씨에게 맡겨질 당시 이미 일곱 살로 개 나이로는 ‘중년’을 넘어선 뚜비가 늙어 죽자 집안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한씨는 물론 그의 부모도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서로 얼굴만 대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뚜비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고 금세 세 식구가 눈물바다를 이루는 일이 잦아지자 가족들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슬픔에 대한 그런 극복 방식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뚜비를 키우는 동안 자식이나 아내에게서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느꼈죠. 쓸모 없는 뒷방 늙은이로 자학을 거듭하던 내게 삶의 보람을 준 게 뚜비였어요.”

    한씨의 아버지는 밤마다 폭음을 계속하다 급성간경화 증상을 보이며 입원했고, 어머니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체중이 크게 줄어 주위로부터 “갑자기 10년은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사람은 미혼인 한씨였다. 남은 인생을 줄곧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공포감은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앗아갔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고, 크고 작은 실수를 거듭하던 그녀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른다. 친구들도 그녀의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방해가 됐다. 위로해주기도 했지만 “고작 개가 죽었다고 유난을 떤다”며 힐난하는 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

    방안에만 처박혀 지내던 한씨는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수면제를 한 움큼 먹었지만 마침 그녀의 방을 들여다본 어머니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이후 수면제 처방조차 제한받게 되면서 그녀의 불면증과 우울증은 더욱 심해져 결국 습관적으로 면도칼로 손목을 긋는 ‘리스트컷 증후군(Wristcut Syndrome)’ 증상을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그녀가 다시 안정을 찾은 것은 뚜비가 죽고 2년쯤 지난 어느 날, 유기견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다녀오면서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유기견을 돌보는 ‘개아원’을 알게 된 그녀는 자원봉사를 통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상처투성이의 몸으로도 자원봉사자를 반기며 꼬리를 흔드는 유기견과 어울리면서 뚜비를 키울 때의 위안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번역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개아원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씨는 “간혹 주위 사람들이 과거의 나처럼 애견이 죽은 후 상심에 빠진 사람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자원봉사가 어렵다면 최대한 강아지를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보도록 권유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하라는 말처럼 강아지 때문에 생긴 마음의 병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강아지뿐”이라고 했다.

    애니멀 세라피

    한씨가 유기견들과 생활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게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치료법이기도 하다. 애완동물을 매개로 심신의 질환을 개선하는 치료법 ‘애니멀 세라피(animal theraphy)’가 그것. 일본, 미국 등지에서는 개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설도 있는데, 개와 함께 생활하면서 조울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자폐증 같은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질병도 완화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애니멀 세라피의 원리는 간단하다. 동물을 돌보고 놀이를 하면서 동물과의 접촉 횟수를 늘려 나가면 된다. 직접 만지는 게 내키지 않으면 단지 개를 보고만 있어도 증상이 좋아진다. 체내의 엔도르핀 분비량이 늘어나 불안감이 사라지고 심장 박동수가 안정을 찾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에 돌입한다.

    애니멀 세라피가 심신의 안정을 요하는 정신질환이나 노인성 질환,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만성 환자, 임종을 눈앞에 둔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과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애견사망 증후군 환자에게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연 원장은 “사육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빨리 동물에 접근해 친밀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그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 애견을 키우기도 한다”고 말한다.

    애니멀 세라피를 다양한 치료분야에 접목, 적용범위를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일본의 요코야마 박사는 그 장점을 이렇게 정리한다.

    “동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동물을 매개로 한 타인과의 대화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진다. 또 동물과 감정을 나누면서 내면의 고독과 스트레스, 공격성이 사라지고, 자신보다 약자의 위치에 있는 동물을 지키기 위해 책임감이 커지기도 한다.”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던 한씨가 자원봉사대원들과 교류하면서 활동을 계속하길 원하게 된 점이나 스스로 구직의 필요성을 느껴 아르바이트의 형태로라도 다시금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은 애니멀 세라피의 대표적 치료효과인 사회성 및 책임감 향상과 무관하지 않다.

    애견 장례의 명과 암

    죽음이 찾아온 후에 마음을 정리하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조금씩 이별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후 2년 이상 애견의 하루는 사람의 5일에 해당한다. 수명이 짧은 만큼, 키우는 동안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살아 있는 동안 미처 이별할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정중한 장례절차를 통해 정식으로 이별을 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반인에겐 ‘배부른 헛짓’ 쯤으로 보이겠지만 애견인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경기도 인근의 애견 화장터 앞에서 만난 김기철(38)씨는 “아이들이 애견의 죽음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사실로 받아들이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게 슬픔을 덜 수 있을 것 같아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장례업체를 이용할 경우 애견인들이 부딪히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사체 처리가 그것. 애견의 죽음이 가족의 죽음 못지않게 커다란 슬픔으로 다가오는 애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만스러워하는 것이 애완동물의 사체 처리 규정이다. 현행법상 애완견을 포함한 동물의 사체는 병원에서 나온 것이 아닌 이상 일반폐기물로 분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오랜 세월 정을 나눈 애견을 쓰레기로 취급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도 하며, 법규를 모른 채 인근 야산에 매장했다가 본의 아니게 쓰레기 불법 투기자로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애견 장례 서비스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길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더러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지나친 일면이 있다. 화장터에서 만난 김기철씨 역시 “처음에는 바로 화장할 생각이었는데 삼베수의와 오동나무관, 유골함 등의 장례도구를 권유받아 결국 구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은 비용이 지출됐다”고 했다. 대부분의 애견 장례업체가 화장 서비스 외에 관과 수의, 유골함, 예식에 들어가는 꽃 장식 등을 구입하도록 상품을 패키지로 구성하고 있다. 김씨는 “정중한 장례라는 뜻은 좋지만 업자들이 애견 주인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애견의 죽음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더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일부 사이트에서 운영 중인 사이버 분향소가 오히려 애견사망 증후군 치료의 역기능을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서정미(48)씨는 “대학교 2학년인 딸이 강아지가 죽은 지 1년이 넘도록 날마다 자기 전이면 사이버 분향소에 접속해 일기를 쓴다. 처음에는 형제처럼 함께 자라던 강아지가 죽었으니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아 내버려뒀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우울해하는 것 같아 지켜보기가 괴롭다. 인터넷을 끊어버리려고도 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의 애완견 수는 300만마리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애완견 관련 시장 규모는 애견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적, 물질적 애정의 간접 척도로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애견에게 사랑을 주는 만큼 그에 못지않게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애견과 주인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애견인의 필수항목일 것이다.

    개는 ‘개’일 뿐

    일본 도쿄대 농학부 교수이자 ‘사람과 동물의 관계학회’ 발기인인 하야시 박사는 사람과 동물이 맺어야 할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동물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쌓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동물을 수단으로 보고 생명을 우습게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동물이 가진 본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주인의 마음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애견사망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애완견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그 동물과 일체화한다. 하지만 ‘과연 당신의 애견도 주인에게 당신과 똑같은 마음을 품었을까’라는 질문 앞에선 대답을 망설인다.

    인생을 함께한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즐거움을 선사할 때 원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죽음 후의 슬픔이 도를 넘어 주인의 인생을 뒤흔들 정도가 된다면 이미 반려동물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애견은 자식도, 애인도, 남편도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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