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금연 전도사 된 ‘암 박사’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

몸은 바쁘게 생각은 심플하게!

  • 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입력2008-01-02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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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빠 죽겠다” “내가 일하는 기계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즐길 시간이 없다”…. ‘야근 천국’, ‘자기계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피곤하다. 공사(公私)가 구분되는 산뜻한 삶을 즐기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 않다. 만성 스트레스는 이미 국민병이 됐다. 박재갑 교수는 “고전적이지만 스트레스에 대적할 방법으론 역시 ‘긍정적 사고’가 최고”라고 말한다.
    금연 전도사 된 ‘암 박사’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

    매주 목요일 암환자 4명의 수술을 집도한다. 그는 “외과의사에게 튼튼한 체력은 필수”라고 말한다.(오른쪽)

    대장암 수술만 5000회 이상 집도한 국내 대장항문암 최고 권위자 박재갑(朴在甲·60) 서울대 의대 교수. 지난 12월4일 오전, 서울대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박 교수가 펼쳐 보인 작은 수첩에는 앞으로 한 달간의 스케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수술이 잡혀 있고, 화요일 오전에는 진료를 해요. 나머지 시간은 금연 관련 강의를 하거나 관련 행사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두죠. 칼럼 준비에 실험실 방문에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금연 전도사 된 ‘암 박사’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

    주말 일정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컨퍼런스가 유일하다.

    이날도 그는 5가지 일정을 쉼 없이 소화했다. 오전 8시반부터 12시30분까지 환자 50여 명을 진료한 뒤 후딱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병원으로 돌아와 1시간 반 동안 번개처럼 회진을 마쳤다. 오후 3시 숙명여대에서 열리는 금연교육 강의장에 도착, 오후 5시에 강의를 마친 뒤 한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여의도로 향했다. 그의 뒤를 쫓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오는데, 그는 “촬영 뒤에도 참석해야 할 행사가 있다”며 여유있게 한술 더 떴다.

    “바빠서 힘드냐고요? 아니오, 항상 행복해요. 아침에 여물 먹고 나와 열심히 밭 갈고, 또 여물 먹고, 집에 가서 푹 자고.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어요, 껄껄.”

    그는 참 잘 웃는다.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재미난 이야기를 할 때도 말미에는 늘 기분 좋은 “껄껄”이 따라붙는다. 평생 단한 순간도 한가했던 적이 없지만,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니 늘 즐거웠다고 했다. 끝없이 샘솟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해졌다.



    “5형제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는데, 부모님과 형제들의 말에 ‘왜 그래요?’라고 물은 적이 없어요. 주어진 일이나 상황에 거역하기보다 좋은 부분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게 습관이 됐나 봐요. 불필요한 부정적 생각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죠. 생각을 좋은 방향으로 단순화하면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지요.”

    금연 전도사 된 ‘암 박사’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

    주말이면 집 뒤편의 우면산을 산책하며 주중에 쌓인 피로를 푼다.

    금연 전도사 된 ‘암 박사’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

    독서는 삼성경제연구소 인문학 조찬 특강에서 추천하는 책을 위주로 한다(왼쪽). 청소년 음주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았다(오른쪽). 암연구소에서 세포를 관찰하는 박 교수(작은 사진).

    2000년부터 국립암센터 초대 및 2대 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2006년 서울대 의대로 원대 복귀했다. 암센터 원장을 맡는 동안 ‘암 예방 전도사’ 외에 ‘금연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암센터 원장을 하면서 암 발생 원인의 30%를 차지하는 흡연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

    “금연에 관련된 강의라면 어디든 달려가요. 금연에 대한 의견을 묻고 설득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90%를 만났어요. 요즘 저의 최대 관심사는 금연, 그리고 세포에 특허를 주고 기탁하는 ‘한국세포주은행’ 활동입니다.”

    목요일은 일주일 가운데 가장 힘든 날이다. 아침 8시반부터 환자 4명의 수술을 집도해야 한다. 수술실 4곳을 오가며 환자들을 살피려면 강한 체력과 집중력은 필수다. “수십년 동안 서서 수술한 덕분에 다리가 튼튼해졌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닌 듯하다.

    전쟁 같은 주중에 비해 주말은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막내아들의 공부를 봐주고 책을 읽으며 동네 뒷산을 산책한다. 토요일 오전 병원에서 열리는 컨퍼런스가 유일한 주말 행사.

    “세 끼 밥은 맛있어서 좋고 잠자는 시간은 달콤해서 좋고…전 낙천적이다 못해 단순합니다. 오죽하면 내 입으로 ‘짐승’이라고 하겠어요, 껄껄. 환자들에게도 ‘예후를 100% 믿지 말라’며 생각을 좋은 쪽으로 유도합니다. 생활의 활력은 스스로 찾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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