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새 뇌 구조 연구로 인간 음치 고친다

  •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입력2008-01-07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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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뇌 구조 연구로 인간 음치 고친다
    많은 사람이 연말 송년 모임을 갖고 저무는 한 해를 아쉬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가면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있다. 노래를 못 불러 자칫 흥이나 깨지 않을까 염려하는 까닭이다. 간드러지게 곡조를 꺾어가며 노래하는 친구를 보면 “정말 꾀꼬리 같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사람이 말을 하고 새가 노래하는 경우 사람과 새 뇌의 동일한 부위에서 같은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흥미를 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신경생물학자 콘스탄스 샤르프 박사팀은 참새목(目) 조류인 제브라 핀치가 노래를 배울 때 언어 유전자인 FOXP2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1년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 FOXP2 유전자가 고장 나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발견된 뒤 FOXP2 는 ‘언어 유전자’로 불렸다.

    FOXP2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발성을 제대로 못하는 ‘언어 협동운동장애’라는 증상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가 입의 발성 근육을 조율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는 더 이상 깊은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샤르프 박사팀이 제브라 핀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FOXP2의 기능을 파악해 사람 연구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

    제브라 핀치는 알을 까고 나온 지 25일가량 지나면 다 자란 수컷 새를 따라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다. 흥미롭게도 이 무렵부터 뇌의 기저핵에서 이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다. 기저핵은 운동신경의 협동작용에 관여한다. 연구자들은 분자생물학 기법을 이용해 FOXP2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새들이 노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인 경우 두 달 정도 노래를 배우면 거의 비슷하게 노래할 수 있는데 FOXP2를 억제하자 음정이 불확실하고 노래를 제대로 따라 부르지 못했다.

    샤르프 박사는 “이는 언어 협동운동장애가 있는 사람이 문법에 맞는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FOXP2는 사람의 뇌와 새의 뇌의 같은 부위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르프 박사는 “언어학자 다수는 새가 언어 연구 모델로 쓰일 수 있다는 데 회의적”이라면서도 “새의 뇌 구조를 계속 분석해 나가면 인간의 발성 과정을 이해하고 장애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터넷 생물학 저널인 ‘플로스 바이올로지’ 2007년 12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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