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남자의 ‘껍질’, 벗기거나 말거나

  • 정정만·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입력2008-01-07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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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껍질’, 벗기거나 말거나
    ‘포반모’. 최근 생겨난 ‘포경수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포경수술국이라는 한국에서도 바야흐로 남성 성기의 ‘소매 복고화’ 운동이 일고 있다.

    포경수술의 유행도, 포경수술 반대운동도 모두 미국이 원조. 포경수술은 귀두를 덮고 있는 과잉 포피를 절제해 귀두를 노출시키는 외과적 술식으로 음경 둘레를 따라 고리 모양으로 포피 띠를 제거하기 때문에 전문용어로는 ‘환상절제술(環狀切除術, circumcision)이라고도 한다.

    이집트 제6왕조 시절(BC 2345~2181)의 고분 벽화에 인류 최고(最古)의 포경수술 광경이 등장한다. 그만큼 포경수술의 역사와 전통은 유구하다. 아프리카 일부 부족에게 신생아 포경수술은 일종의 관습이며, 유대인에겐 선민(選民)의 표시로 포피에 칼 도장을 찍는 종교의식이었다. 또한 무슬림에겐 성인 통과 의식이며 빅토리아 시대의 유럽에선 자위행위를 방지하는 윤리 목적의 관행이었다. 고대 국가에서는 사회 통제 목적으로 시술하기도 했고 노예의 표시로 문신(文身)을 대신한 역사도 있다.

    의료 목적의 포경수술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이후. 귀두 포피염이나 성병 감염을 줄이기 위해 포피를 잘라냈다. 포경수술 지지자들은 과잉 포피 무용론을 주장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적응된 진화의 결과라는 것. 거의 나신(裸身)으로 생활하던 원시인들에게 포피는 수풀이나 수목에 의해 귀두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보호 덮개 구실을 했지만, 의복을 착용한 채 직립생활을 영위한 이후로는 더 이상 ‘덮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귀두를 덮는 과잉 포피 때문에 습해져 세균의 진지를 제공하거나 성병에 잘 걸리는 등 건강에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누적된 성기 때(恥垢, 악취를 발산하는 백색의 치즈 같은 물질)는 귀두 포피염, 음경 암, 상대 여성의 자궁암 유발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여태껏 포경수술의 논리적 배경이 되었다.

    “포경수술은 미친 짓이다. 당신의 성기를 절대로 의사에게 맡기지 말라.”



    포반모 행동주의자들은 천박한 의사의 상술을 탓한다. 인터넷 세상에 난무하는 독설. 일종의 매카시즘이다. 포경수술은 백해무익하며 자녀의 뜻과 무관하게 우멍거지를 잘라내는 부모나 의사는 인권유린의 당사자라고 몰아붙인다.

    포반모의 핵심 논리는 “인체에 쓸모없는 조직은 없다”는 자연 포피 보호 이론이다. 그들의 논리는 1996년 캐나다 해부 병리학자 존 R 테일러의 포피해부학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포경수술로 잘려 나간 포피의 대부분이 민감한 성감조직이라는 것. 미국에서는 ‘DOC(Doctors Opposing Circumcision)’라는 단체가 결성돼 일부 의사들까지 포경수술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포반모 사람들은 한술 더 떠 ‘껍질 늘이기’ 운동에 매진한다. 이미 잘라낸 포피에 구멍을 뚫어 추를 매달아 껍질을 늘이거나 포피를 최대한 잡아당긴 상태에서 테이프를 감아 고정하기도 한다. 틈새시장을 비집고 ‘포경 재생기’라는 기계도 등장했다. 포경수술 무용론은 어느새 포경수술 유해론으로 비화했다.

    그러나 유익론 또한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포경수술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판단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해부 병리학자들이 새로 밝혀낸 포피의 해부 조직학적 지식은 의료계의 업적이지만, 그 이론을 포경수술 반대 논리에 적용한 것은 무리한 비약이 아닐 수 없다. 포경수술로 영원히 상실된다는 혈관이나 신경, 임파관, 땀샘, 피지선, 마이스너 소체, 랑게한스 세포 등은 포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거의 모든 피부에 존재한다. 피부를 절개하거나 도려내면 이들의 절단이나 상실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시일이 경과하면 이들은 거의 다 복구된다. 인체의 개발을 거부하고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관용화’되어 있는 개발논리나 개발에 대한 최소한의 타당성마저 부정하는 일은 관용(寬容)하기 어렵다.

    아무리 인체의 자연환경 보호가 나름대로 그럴듯한 논리가 있다 해도 악취가 진동하는 치구나 세균까지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 수천년 동안 포피를 잘라온 이슬람 국가, 이스라엘, 아프리카 부족 국가의 사내들로부터 그들의 ‘성적 취약성’에 대한 불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계 2위 포경수술 국가라는 대한민국 남자들이 세계 2위의 성불구 집단이라는 통계적 수치를 접한 적이 있는가. 오럴 섹스가 보편화한 21세기 초입에 역한 냄새로 후각을 제압하기 일쑤인 치구를 혀끝으로 받아들일 여인이 얼마나 있을까. 포피에 내장돼 있다는 ‘피부 미끄러짐 효과’, 도대체 그것이 성감에 얼마나 기여한다는 말인가.

    35년이라는 짧지 않은 필자의 ‘하수도 공사’ 경력과 경험에 의하면 포경수술로 성감이 둔화되거나 성기능 장애자가 됐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포반모는 포경수술의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침소봉대하고 있다. 포피의 해부학적 연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포경수술 반대논리로 전용할 뿐이다.

    ‘음경 껍질 지키기 운동!’ 그건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껍질을 보존하거나 없애거나 그것은 생사를 좌우하는 중대사가 아니다. 성감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따라서 껍질을 보존하거나 잘라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물건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다. 키워야 하고 끈기를 길러야 한다. 언제는 잘라내야 한다더니 이제는 다시 늘여야 한다 하고…. 포경수술! 싫으면 원하는 사람만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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