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이명박의 사람들

이명박 정권 파워 인맥 10개 그룹 200人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입력2008-01-10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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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PK’(포항·고려대 출신) 시선집중
    • ‘하이서울팀’ 권력핵심 부상
    • ‘7시회의’ 전문가그룹 용틀임
    • 10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 대선은 후보 개인에 대한 선거가 아니다. 국민은 대통령을 선택할 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인맥을 함께 선택한다.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향후 5년의 국정을 이끌어갈 파워 인맥은 어떤 이들인가.
    이명박의 사람들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남짓 앞둔 2007년 12월8일.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로 대세론에 날개를 달았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경북 포항을 찾았다. 포항역 유세에 군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경찰 추산 2만명). 공식 선거운동 돌입 후 최대의 유세 인파 기록은 인구 50만의 도시에서 수립됐다.

    이명박 당선자는 내내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요즘 세상이 시끌시끌해서 많은 사람이 저에게 유세를 다니지 말라고 하는데, 포항은 고향이어서 왔다”고 했다. 그 무렵 발생한 강화도 군 총기 탈취사건으로 대선후보 신변보호에 비상이 걸렸고, 실제로 이 당선자는 포항 방문 다음날부터 외부 일정을 대폭 축소했다. 포항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외치며 환호했다.

    포항은 이명박 당선자의 사실상의 고향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무렵 가족과 함께 부친의 고향인 포항으로 와서 동지상고(현 동지고교)를 마칠 때까지 살았다. 그는 대학(고려대) 진학을 위해 서울로 떠난 후에는 포항에서 사업을 하거나 정치를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당선자에 대한 포항 시민들의 애정은 대단하다. 이 당선자 역시 박근혜 전 대표와 맞붙은 대선후보 경선, 그리고 대선 본선에서 고향 사람들이 자신을 전폭적으로 밀어준 것을 잊지 않고 있다.

    1 포항 인맥

    이명박의 사람들

    이상득, 이춘식, 박창달(왼쪽부터 차례로)

    역대 정권에서 파워 인맥을 형성한 주축 가운데 한 부류는 대통령의 고향사람들이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의 ‘TK(대구·경북) 인맥’, 김영삼 정권 시절의 ‘PK(부산·경남) 인맥’이 대표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호남인맥을 대거 중용해 ‘MK(목포·광주) 인맥’이라는 용어가 나돌았다. 대통령의 고향 사람들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입성은 물론 정부 부처, 공기업, 재계·학계·사회문화단체의 요직에 포진해왔다.



    2008년 2월25일 출범할 ‘이명박 정권’에선 ‘포항 인맥’이 뜰 것이란 얘기가 여의도 정가에서 일찌감치 나돌고 있다.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포항 인맥의 구심점이다.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 경선 때 당내에 기반이 없던 이 당선자에게 사람을 모아주는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그는 포항의 국회의원 선거구 두 곳 가운데 포항 남-울릉에서 13대 국회 이후 내리 5선(選)을 했다. 동생인 이 당선자가 현대건설에서 샐러리맨 신화를 일궈냈다면, 이 부의장도 코오롱에 평사원으로 취직한 뒤 CEO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렇다고 이 부의장이 새 정부에서 요직에 앉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이(1935년생)도 있지만, 평소 성격으로 볼 때 대통령 자리에 앉을 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4월 총선 불출마설도 나돈다. 다만 이 부의장은 막후에서 이 당선자의 포항 인맥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걸쳐 인적자원을 관리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포항 인맥의 실질적인 좌장은 대선과정에서 상임고문을 맡았던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의장보다 두 살이 적지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인 최 전 회장은 기자 출신이다. 동아일보에서 정치부장·논설위원·부국장을 지낸 뒤 1994년부터 한국갤럽의 회장을 맡아 정치 여론조사 분야에서 아성을 쌓았다. 이명박 정권의 정책홍보 분야에서 최 전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 전 회장과 나이가 같은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도 원로급 포항 인맥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았던 그는 이 당선자의 고려대 선배이기도 하다.

    이상득·최시중·이기택 3인 다음으로 새 정권에서 활약이 예상되는 포항 인맥으로는 박창달 전 국회의원,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박대원 전 외교특보를 꼽을 수 있다. 경선 때 특보단장으로 활약하다가 대선에선 후보 수행단 부단장으로서 경호 업무를 총괄했던 박 전 의원의 경우 포항이 고향이긴 하지만 정치 기반은 대구에 있다. 현재 그는 2004년 총선 때 대구 동을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됐으나 선거법 위반(사전선거운동)으로 이내 의원직을 잃었다. 그 자리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있다. 유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던 인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이명박 전도사’로 나섰던 박 전 의원과는 이래저래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15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했던 박창달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4선 중진이 되는 만큼 이명박 정부의 대(對)입법부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조직 전문가로, 2006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는 이재오 후보 캠프에서 핵심역할을 했다. 다만 박 전 의원은 총선 전 사면·복권이 돼야 출마가 가능하다.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인 이춘식 전 부시장은 정권 탄생의 숨은 공신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데다 조용한 성격 탓에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부각되진 않았지만, 그의 진가는 여러 곳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경선 때는 외부의 비선 조직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고 본선에 접어들어서는 특보단 부단장 역할을 수행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탄탄한 인맥을 쌓고 있어 새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국제관계 자문대사를 지낸 박대원 전 외교특보는 새 정부 외교라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포항사회의 주류인 포항고 출신으로 알제리 대사 등을 지낸 그는 이 당선자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면담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포항 북), 경북 선대위 총괄부본부장을 지낸 강석호 한나라당 경북도당 상임 부위원장, 이 당선자의 경호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이정섭 전 선대위 경호자문단장도 포항 출신이다. 강 부위원장은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인 구미 일대에서 ‘이명박 지지’를 호소하며 고군분투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포기할 경우 이 부의장의 ‘대타’로 거론된다. 이 전 자문단장은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경호실 처장을 지낸 경력이 있어 새 정부에서 청와대 경호파트의 요직에 오를 수 있다.

    이들 외에도 경선과 대선에 일조한 참모들 가운데 포항에 연고가 있는 인사가 상당수 있다. 대선 선대위 공동위원장직을 수락했던 박찬모 전 포스텍(포항공대) 총장은 충남 천안 출신이지만 포항에 인맥이 넓다. 그는 1990년부터 포스텍의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 당선자의 모교인 동지고등학교 출신 가운데 연배가 비슷한 동문으로는 김채윤 전 수도약품공업 대표, 문충작 경성주택 회장, 백만석 전 조일알미늄공업 대표, 손경호 전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정성구 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박내회 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눈에 띈다.

    또 황대봉 대아그룹 명예회장(전 국회의원)과 황 명예회장의 장남인 황인찬 대아고속해운 회장, 김기태 동신여객 대표, 김능수 삼성BP화학 전무, 이태조 전 경북도의원, 김남수 전 포항MBC 심의실장, 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 대표, 박성욱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장지활 SC제일은행 상무, 석경오 현대중공업 상무,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 등이 동지고교를 나왔다. 이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병석 의원도 동문이다.

    2 ‘親이명박’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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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김덕룡, 김형오, 이방호(윗줄 왼쪽부터)<br>정두언, 박형준, 임태희, 주호영, 정종복(아랫줄 왼쪽부터)

    이 당선자는 고향이 포항이지만 지역 색채는 거의 없다. 경선 때 대구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참패를 당한 이후 출신지역인 대구·경북에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경선과 대선 때 이 당선자를 도운 인물 가운데 상당수는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지역 출신이 새 정부에서 파워그룹을 형성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대구 출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경선이 파행을 거듭할 때마다 ‘관리인’으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대선 때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김종필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등의 영입에도 나섰다. 강 대표는 새 정부의 핵심 실세인 이재오 의원과 ‘여당 당권’을 놓고 한 번 더 일합을 겨룰 가능성이 있다. 2006년 7월 두 사람은 한나라당의 대표 경선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싸운 바 있다.

    경선 때부터 MB 캠프에 참여한 대구·경북 출신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는 권오을 정종복 주호영 김석준 의원이 이 당선자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불교계에 인맥이 두터운 주호영 의원은 당초 ‘박근혜계(系)’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이 당선자측이 삼고초려 끝에 경선후보 비서실장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최경환 의원 역시 대구·경북 출신으로 박 전 대표 진영에서 활동하다 대선 선대위에 참여해 활약을 펼쳤다. 최 의원은 이 당선자가 직접 위원장을 맡은 경제살리기특위의 총괄간사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친(親)이명박계 의원들은 4월 총선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정권창출의 과실을 따 먹는 데 동참할 수 있다. 물론 이 당선자의 신임이 두터운 일부 의원은 여의도 입성에 실패하더라도 여러 길이 열려 있기는 하다.

    현시점에서 보면 임태희 전 비서실장, 이방호 사무총장, 안상수 원내대표, 박형준 대변인, 정두언 주호영 정종복 의원 등이 현역 의원 가운데 원로그룹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권력에 가장 근접해 있다. 서울시 선대위를 이끌면서 공신 반열에 올라선 공성진 의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이방호 총장, 박형준 대변인은 PK(부산·경남) 출신이다. 여기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다고 자부하는 권철현 전 특보단장, 김형오 전 일류국가비전위원장 등이 가세하면 새 정부 안에 ‘PK 파워’가 형성될 수 있다.

    ‘호남 출신’의 부상 가능성

    다만 새 정부에선 호남 출신이 일정 부분 정치적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당선자의 핵심 측근 가운데 호남 출신 인물이 적지 않다. 전북 익산 출신인 김덕룡 의원은 살얼음판 승부를 겨룬 경선 막바지에 MB 캠프로 합류함으로써 호남 표를 끌어오는 데 일조했다.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부모의 고향이 광주다. 본인도 어린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다. 당선자의 집사 격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는 전북 익산 출신이다. 대선 당시 대외협력팀장으로 외곽조직을 총괄했던 김대식 동서대 교수는 전남 영광, 추부길 전 경선캠프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은 전남 목포가 고향이다.

    이 당선자는 선거 당시 ‘서진(西進)정책’을 표방하며 호남에 많은 공을 들였다. 새 정부를 꾸릴 때도 국민화합 차원에서 호남 출신을 일정 부분 발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새 정부에서 호남 인맥이 하나의 세(勢)를 형성한다면 김덕룡 의원이 그 좌장 역을 맡을 전망이다.

    3 고려대 인맥

    이명박의 사람들

    홍준표, 이재오, 윤진식, 곽승준, 박영준(왼쪽부터 차례로)

    이명박의 사람들

    정태근, 강승규(왼쪽부터 차례로)

    이 당선자는 고려대 인맥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이 당선자는 현대건설 재임 시절부터 고교 인맥이 마땅치 않은 데 대해 간혹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고려대에 대한 귀속감이 남다르다는 것.

    고려대 교우회도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을 배출해보자”며 똘똘 뭉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관·재계에 포진한 고려대 동문들이 활발하게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2007년 4월2일 25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고려대 교우회는 이 당선자의 61학번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을 신임 교우회장으로 뽑았다. 당초 김대중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가 유력했으나 막판에 추천위에서 천 회장을 단수 후보로 내세웠다. 천 회장은 재계의 각종 모임을 통해 이 당선자와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 당선자는 인사에서 출신보다는 능력을 높이 사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고려대 인맥이 각계에 넓게 퍼져 있고 이 당선자의 모교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보니 새 정부 조각(組閣)이나 행정·입법부 고위직 인사, 공공기관 물갈이 등을 거치는 동안 고려대 인맥이 부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고려대 출신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이 당선자와 가까운 인물로는 권오을 박형준 박계동 이병석 의원을 꼽을 수 있다. 경선 상대였다가 본선에서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상대후보의 네거티브를 앞장서서 막아낸 홍준표 의원도 고려대 동문이다. 이재오 의원은 중앙대 출신이지만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나왔다.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이들 고려대 출신은 핵심역할을 했다.

    김백준 전 감사, 선대위 종합상황실 업무조정실장을 지낸 백성운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 박영준 전 네트워크팀장, 강승규 전 커뮤니케이션1팀장, 박창달 전 의원, 이춘식·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이 당선자의 핵심측근 상당수가 고려대 출신이다.

    대선 선대위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고려대 동문이며 정책기획팀장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교우회에서 처음 이 당선자를 만난 이후 학계 인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당선자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을 이끌면서 TV토론 콘텐츠를 만들었다. GSI의 김영우 정책국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PK(포항·고려대) 인맥’이 정권의 실세그룹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당선자의 고려대 경영대학 입학·졸업 동기 가운데는 지금도 재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물이 많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서진석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김대현 코마트오토상사 대표이사, 장경작 롯데호텔 대표, 채갑병 그레이월드와이드코리아 회장, 조강환 생활경제TV 회장, 김상무 계명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등이 현직에서 활동 중이다.

    또 서재봉 전 MSC 대표, 이경우 전 한국야쿠르트유업 이사, 이채영 한진 이사, 장경우 전 의원, 박윤서 전 한국기업리스 상무, 안희민 전 LG정밀/C·D 부사장, 정의철 전 신동아통상 사장, 김충세 전 고려화학 대표, 박명노 전 동부주택할부금융 대표, 박영 전 한국상호신용금고 대표, 백병선 전 한국기업개발금융 부사장, 서치영 전 한국인삼공사 대표, 엄종일 전 건영 대표, 이봉헌 전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 이용신 전 한전기공 고문, 이우종 전 온세통신 전무, 조현철 전 해동화재해상보험 감사, 진강수 전 국제신문 편집국장, 최일섭 전 SK증권 감사 등이 동기생이다.

    4 ‘하이서울팀’ 등 선대위 이너서클

    이명박의 사람들

    강만수, 김영우, 정태근, 조해진(왼쪽부터 차례로)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권에서는 권력 중심부 인사들의 연령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 초 ‘386 세대’를 대거 중용함으로써 임기 내에 ‘아마추어리즘’ 시비에 휘말렸던 것과 비교된다. 실세로 자리 잡을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전 회장은 70대다. 경선 및 본선 과정에서 중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키맨’ 역할을 했던 박희태(70), 김덕룡(67), 이재오(63) 의원도 원로에 속한다.

    현장에서 새 정부를 이끌어갈 핵심 인물은 40~50대 연령층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의 한 측근은 “노장층과 소장파가 조화를 이루는 ‘드림팀’이 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소장파의 핵심인물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의원이다. 선대위에서 총괄기획팀장을 맡았던 정 의원은 이 당선자의 ‘복심’으로 불리며, 자타가 공인하는 정권 창출 1등공신이다.

    정두언 의원과 특보단 부단장을 지낸 이춘식 전 정무부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서울시청 멤버’도 새 정부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하이서울팀’으로 불리며 선대위 내부에서 이너서클을 구축했다.

    강만수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전 재경원 차관)은 이 당선자와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인연을 맺었다. 박영준 선대위 네트워크팀장은 이상득 부의장의 보좌관을 지내다가 서울시장선거 당시 MB 캠프에 차출된 이후 당선자의 핵심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조해진 전 PR팀장은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직시 대권 준비를 위해 합류시킨 인물로 대(對)언론 업무를 맡아왔다. 정태근 수행단장, 강승규 커뮤니케이션팀장, 김희중 일정담당 비서관, 임재현 수행비서도 서울시청 멤버다.

    권택기 스케줄팀장은 서울시청에 근무한 적은 없지만 이들과 함께 새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영 파워’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내 소장 개혁파 모임이었던 ‘미래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그는 2002년 서울시장선거 당시 이 당선자를 도우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객원연구원으로 있을 때는 간간이 이 당선자의 자문에 응하면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우 정책상황실 부실장은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소위 ‘이명박 패밀리’의 일원. 지난 4년간 이 당선자가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원(현재의 GSI)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주말을 이용해 이 당선자와 대선을 위한 학습토론을 진행해왔다. 전직 방송기자였던 점을 적극 활용해 각종 TV토론의 원고 작성에 개입하기도 했다. 이런 연고로 40대 정책 브레인 중에서는 이 당선자와 무시로 독대 가능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정책에 대한 보고서도 후보에게 직접 올렸다.

    또 전문가 집단 5000여 명을 분야별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들을 이 당선자에게 소개했다. 특히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과 함께 한반도 대운하의 얼개를 만들고 이와 관련된 전문가 영입작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GSI 정책국장이자 경선 때는 선거캠프 정책홍보단장을 역임했다. 이 당선자의 대북 경제정책인 ‘나들섬 프로젝트’의 ‘나들섬’도 그가 작명했으며 공약 중 국가의무보육 프로그램, 치매중풍 노인 국가수발 제도 등도 그가 골조를 세웠다. 캠프 관계자는 “이 당선자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서울시청 출신들이 새 정부의 주축세력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가에선 서울시청 멤버가 참여정부의 ‘386 참모’에 버금가는 핵심실세 그룹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도 본다. 정두언 의원은 “우리는 출신성분이 조금 다르다. 그게 새로운 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간 한나라당에서 ‘비주류’였던 자신들이 새로운 중심세력이 될 것임을 자신하는 언급이기도 하다.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상대후보 진영과 피를 말리는 홍보전을 펼쳤던 그룹도 새 정부 파워 인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네거티브 공세를 최일선에서 막아낸 선대위 대변인 출신 박형준·나경원 의원은 새 정부 5년 동안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5 언론인 그룹

    이명박의 사람들

    이동관, 진성호, 김좌열, 김시관(왼쪽부터 차례로)

    두 의원과 함께 대(對)언론 메시지 전달역을 수행한 언론인 출신 이동관 공보특보, 신재민 메시지팀장, 박흥신 공보단 총괄팀장, 진성호 뉴미디어팀장, 김시관 클린정치위원회 신문팀장, 김좌열 지역언론총괄팀장 등은 선대위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벌여 새 정부의 정책-홍보 분야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이다.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은 공보팀의 맏형 역할을 했다.

    이 당선자는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유난히 언론인 영입에 열성을 보였다. 한때 MB 캠프에 몸담은 언론사 부장급 이상 출신만 4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정홍보처 등에 포진하거나 각종 유관기관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6 전문가 자문그룹

    이명박의 사람들

    유우익, 황영기(왼쪽부터 차례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학교수 출신이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대통령자문기구의 핵심 요직을 대거 차지했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는 이론보다는 실무에 밝은 경제 전문가들이 정책 입안을 주도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 당선자는 인재를 발탁할 때 실무적인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500여 명에 달하는 당선자의 학계 자문그룹 가운데 상당수는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새 정부에 입성하여 정책의 골격을 세우는 일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GSI 원장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다. 지리학자인 유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우익-곽승준’은 이명박 정권의 학계출신 정책라인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노무현 정부 초기 학계 출신으로 청와대 정책팀을 이끌었던 ‘김병준-이정우’에 비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당선자의 학계 인맥 가운데 비경제 전공자로는 김원용 교수(이화여대·언론학), 김도종 교수(명지대·정치외교학), 정옥임 교수(선문대·국제유엔학)가 눈에 띈다. 이들은 대선 기간 가동된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일명 ‘7시회의’)의 멤버였다. 당시 7시회의에는 이방호 정두언 정종복 정병국 의원(홍보단장) 등 선대위 핵심인사들이 참석했다.

    대학교수가 아닌 ‘현장’ 출신 가운데는 윤진식 전 장관과 함께 경제살리기특위를 이끌었던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이 부각되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이 당선자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이 당선자는 우리은행의 조직문화를 쇄신한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2006년 서울시장선거 때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도 경제살리기특위의 고문으로 참여한 공훈이 감안될 수 있다. 또 당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의 향후 위상 역시 주목된다. 이들은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과 함께 벌써부터 새 정부의 경제각료 하마평에 올라 있다.

    노무현 정부는 교수들을 중용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에게도 국정참여 기회를 줬다. 영화감독 이창동, 영화배우 김명곤씨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새 정부에서도 문화·예술인 실세가 등장할 지가 관심사다.

    이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탤런트 유인촌씨다. 유인촌씨는 1990년 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을 연기하며 이 당선자와 인연을 맺었다.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7 당선자 친인척

    역대 정권에선 대통령의 친인척도 막강한 외곽 파워그룹을 형성했다. 실제로 국정에 관여하는지 않는지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의 정책결정 방향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현역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당선자는 ‘퍼스트 레이디’가 될 김윤옥 여사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뒀다. 대선 과정에서 ‘위장취업’ 논란을 일으킨 아들 시형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큰사위 이상주씨는 삼성화재 법무담당 상무보, 둘째사위 최의근씨는 서울대병원 내과 전문의, 셋째사위 조현범씨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다. 조 부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다.

    8 ‘뉴라이트’와 ‘현대맨’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이 당선자에게 가장 든든한 우군은 17만명의 회원을 가진 최대 우파단체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다. 김진홍 목사가 상임의장으로 있는 전국연합은 ‘이명박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성명을 내고 “이명박 특검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제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도 김 목사는 ‘이명박 지킴이’를 자임해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새 정부 공격에 일일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강훈·이석연 변호사가 공동대표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등도 새 정부의 보호막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에서 이 당선자와 현대의 관계설정도 관심사다. 이 당선자는 ‘현대맨’ 출신이지만 현대를 떠날 때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선과정에서 정몽준 의원을 영입함으로써 현대가(家)와 부분적인 화해가 이뤄졌다.

    이 당선자의 ‘현대 인맥’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많다. 그중에서도 이춘림 전 현대건설 회장, 박세용 전 INI스틸 회장, 심현영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경복대학장) 등 현대건설 출신들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채수삼 전 서울신문 사장은 현대건설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을 지낼 때부터 잘 알던 사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웬만한 현대의 전현직 간부들과 친분이 두텁지만 이들을 새 정부의 파워 인맥으로 자리 매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9 한나라당 국회의원 보좌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 그룹 가운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보좌진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인 지난 9월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 모임인 ‘한보협’ 회원들의 워크숍에 직접 참석했다. 11월말 열린 대선공약 선포식에서는 “우리 보좌관들이 공약을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보좌관과 비서관 등 모두 780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는 한보협 회장은 김태한 보좌관(김태환 의원실)이다. 김 보좌관은 대선 막바지에 ‘BBK 수사 검사 탄핵소추안’과 ‘이명박 특검법’을 놓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보좌진이 국회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때를 잊지 못한다. 그는 “우리 보좌진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신당의 부당한 의안 처리를 막아낸 데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보협 회원들이 몸싸움에만 나선 것은 아니다. 대선 기간 내내 일선에서 정책을 발굴하고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 구전홍보를 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한 뒤 충청권의 동향이 심상치 않을 때 한보협은 계민석 보좌관(황우여 의원실)을 단장으로 하는 여덟 명의 회원으로 모니터단을 구성해 현장에 파견했다. 이들은 현지 여론주도층 800여 명을 맨투맨으로 면담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에 담아 중앙선대위에 제출, 충청권 공략책을 수립토록 했다.

    보좌관들은 ‘팀장’급 전문위원으로 선대위에도 대거 포진했다. 4급 보좌관만 모두 40명가량이 특보단·일류국가비전위원회·종합상황실·전략홍보조정회의 등 핵심파트에 포진해 실무라인을 형성했다.

    김태한 보좌관은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산하 정책조정실 제3공약팀 소속으로 일하면서 지방대 교수 50여 명과 접촉, 여론을 수렴해 ‘3통(通) 공약’(경향(京鄕)통합, 도농(都農)통합, 동서(東西)통합) 등을 입안했다.

    이명박의 사람들

    박경은, 문형욱, 박광명, 유석현(왼쪽부터 차례로)

    이명박의 사람들

    최기수, 고성학(왼쪽부터 차례로)

    공약개발 외에 정책조정실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대선 기간 헤아릴 수도 없이 밀려온 언론 인터뷰의 답변서를 미리 작성하는 일이었다. 김학송 의원실의 신용형 전 보좌관과 최현정(이종구 의원실), 이상훈(윤건영 의원실), 장오성 보좌관(서상기 의원실)을 비롯한 10여 명의 보좌관이 일했다. 총괄기획 전문위원이었던 고성학 보좌관(김형오 의원실)은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총괄기획팀장으로서 ‘일류국가·희망공동체 대한민국’ 공약집을 발간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70일간 180여 차례의 토론과 세미나 등을 지원했다. 박광명 보좌관(정종복 의원실)은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인 정 의원을 도와 네거티브 대응 등 상황실 제반 업무를 총괄해 선대위 내부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박경은 보좌관은 박형준 대변인의 보좌관으로서 이 후보 선대위에서 윤활유 역할을 맡아왔다는 평을 받았다. 박형준 대변인은 2006년 말부터 이명박후보의 전략, 기획, 그리고 후보의 입으로 활동했다. 박 보좌관은 한나라당 경선과정과 범여권의 네거티브에 대한 각종 정보활동과 정책방향, 언론동향 등을 수집하여 각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었다는 것. 박 대변인이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이란 점 때문에 박 보좌관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역할을 해왔지만, 사안의 핵심을 잘 짚는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정부부처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법 개인정보 열람사건, 정부의 관권(官權)선거 논란, 선대위의 대북정책과 IT정책 등 중요한 대선 현안처리에서 발군의 두각을 나타냈다.

    이론적 토대가 필요한 공약 개발과 인터뷰 답변은 김윤환(고려대), 최균(한림대), 강원식 교수(관동대)와 이선용 박사(환경정책학)가 도왔다. 전재희 의원실의 유석현 보좌관은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정책 등 복지공약 기획(5세 미만 영유아 무상보육 및 무상의료 등) 및 후보 TV 토론의 사회복지 분야 준비를 담당했다.

    정책상황실에 소속된 이봉건(김양수 의원실), 최기수(주호영 의원실), 이상모(이병석 의원실), 김광섭 보좌관(이주영 의원실)과 정용화 GSI 정책자문위원은 강명헌 정책자문위원장(단국대 교수)과 김영우 부실장(GSI 정책국장)을 도와 각 부처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최기수 보좌관의 경우 이 후보의 각종 언론 인터뷰 답변서 작성과 정책현안 대응업무를 함께 맡았다.

    전략홍보조정회의 총괄팀에서 활약한 박재홍 보좌관(주호영 의원실)은 전략기획2팀을 맡아 기자들과 검·경의 정보기관 요원들을 상대로 범여권 후보의 전략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 박재홍 보좌관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했을 때 그쪽 캠프로 옮긴 적이 있다. 그러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원대 복귀해 주호영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있던 이명박 경선후보 캠프에서 일하면서 ‘전략통’으로 인정받았다.

    전략기획1팀은 각종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상대후보의 동선과 유세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책임자는 신용출 보좌관(임태희 의원실)이었다. 1팀은 내근, 2팀은 외근인 셈이었다.

    신용출 보좌관과 같은 임태희 의원실 소속인 문형욱 보좌관은 정책기획팀에서 전문가 그룹을 ‘관리’하면서 정책자문이 필요한 사안이 생기면 선대위와 연결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문 보좌관은 “2002년 대선에선 보좌관은 후보가 참석하는 회의에 가까이 할 수도 없었지만, 이번엔 이명박 후보가 참석하는 중요 방송토론 준비회의에 고정멤버로 참석해 브리핑했다. MBC 방송토론 준비회의 때 갑자기 이 후보가 전체 고등학교 숫자를 물어 정확하게 답변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MB 캠프에 참여했던 국회의원 보좌진은 ‘임무’를 완수하고 일단 본래의 직장인 의원회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인수위에 다시 차출되거나 새 정부가 꾸려지면 청와대, 혹은 정부 산하기관의 요직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10 당사무처·선대위 실무진 · 변호사 그룹

    이명박의 사람들

    김용주, 오세경, 양창영, 김필규, 오승재(왼쪽부터 차례로)

    당 사무처 출신들은 대선 캠프에서 기간병이었다. 선거와 조직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은 선대위 요소요소에 배치돼 외부 영입 참모들에게 선거 노하우를 제시하고 직접 몸으로 뛰었다. 이들도 논공행상 결과에 따라 청와대에 입성, 공공기관 진출, 당 잔류 등 여러 갈래로 진로가 나뉘겠지만 ‘여당 당료’ 출신으로 파워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선대위 조직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거느렸던 전략홍보조정회의에서 각 팀을 이끈 사무처 출신으로는 차용석(기획), 권택용(ARS), 이창은(기간조직), 강월구(여성조직), 이준우(청년), 임순호(홍보기획), 임한규(기획총괄), 김대원 팀장(디지털 한나라)이 있다.

    후보비서실에는 김회구 팀장, 선대위원장 및 고문단 비서실에는 김외철 팀장, 국민통합위원회에는 남준우 팀장, 정책조정실에는 이재성 팀장, 정책상황실에는 선기운 팀장이 포진했다. 또 남준우(한민족네트워크위원회), 장종진·이영찬(선거대책본부), 안홍·공호식·구득환·조정현 팀장(이상 종합상황실), 김용환(대변인단), 김희태·고제영(유세기획단), 정연상(직능정책본부), 김영미 팀장(양성평등본부)도 사무처 출신이다.

    이우찬 팀장이 이끈 선대위의 홍보기획팀도 대선 과정에서 빛나는 활약을 했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지금도 광고홍보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 팀장은 지난 9월 MB 캠프에 합류했다. 위장광고 논란이 일었지만 가장 높은 인기를 모았던 대선 CF ‘욕쟁이 할머니’를 기획한 인물이다. 또 ‘실천하는 경제대통령’ ‘국민 여러분 성공 하세요’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용주 후보 정무특보는 정국 현안 분석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7년 4월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당내 파동 당시 김 특보는 현직 부장급 이상 언론인 32명의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정리해 이 당선자에게 전달했다. 이 당선자는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실용적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김 특보는 한나라당 보좌관 협의회장, 국회의장실 정무비서관으로 활동한 마당발이다.

    양창영 선대위 재외국민참정권위원회 위원장(호서대 해외개발학과 교수)은 이 당선자와 700만 해외동포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이번 대선에서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의 ‘입국 투표’ 운동을 벌여 큰 호응을 받았다. 12월16일 하루 동안에만 중국 각지에 체류 중인 5000여 명의 국민이 대선투표를 위해 입국해 당 선대위를 놀라게 했다. 양 위원장은 이 당선자가 설립에 기여한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등 이 당선자와의 인연이 깊어, 향후 이명박 정부가 해외동포 정책을 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승재 선대위 부대변인은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 국방부가 북한의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사례를 고의 은폐한 사례들을 공개해 해이해진 군 기강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한나라당 경선 때는 이명박 경선 캠프의 조직상황실 경남·울산 담당 특보로 활동했으며 대선 본선에선 날카로운 논평 작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당선자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는 변호사들의 힘도 컸다. 경선과 대선을 거치는 동안 네거티브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소송이 줄을 이었고, 이 과정에서 법률자문단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의혹’의 눈초리로부터 이 당선자를 법적으로 보호했다.

    ‘모래시계’ 검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이 이끌었던 클린정치위원회가 첨병에 섰다. 여기에 참여한 율사로는 고승덕 오세경 은진수 이범래 김재수 김명곤 강용석 박준선 변호사 등이 있다. 증권 전문가이기도 한 고승덕 변호사는 11월초 김경준씨의 송환설로 이 당선자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증폭됐을 때 ‘맞춤형 대응’을 위해 투입됐다. 은진수 변호사는 네거티브대책단(단장 정종복) 산하 BBK 팀장, 오세경 변호사는 다스 팀장으로 활약했다.

    김필규 변호사는 검찰의 이 당선자 DNA 조사 아이디어를 냈으며 BBK 사건 수사시 검찰에 제출하는 의견서·진술서 업무를 맡는 등 중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들과 별도의 법률자문그룹으로 ‘송법회’가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 소속 법률대책팀장을 맡았던 조봉규 변호사 등을 주축으로 150명가량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3의 그룹’을 주목하라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BBK 주가조작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이명박 대세론’이 확산됐을 때 정치권에선 MB 진영이 벌써부터 논공행상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캠프의 몸집이 비대해지는 바람에 정권창출 후 제몫을 찾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새 정부가 구성된 뒤 청와대와 각종 정부기관에 입성할 수 있는 출입문 격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선대위 최재천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명박 후보가 이미 대통령인 것처럼 행세한다. 한나라당과 선대위 내부의 논공행상은 끝 간 데를 모른다”고 비꼬았다. 최 대변인은 특히 “국무총리직을 놓고 정몽준이니 누구니 하는 말이 한나라당 주변에 회자한다. 대선 이후 새로 창당될 한나라당의 후신을 놓고 ‘이명박 신당’이라는 평가를 넘어 ‘이재오 당’이니 ‘정몽준 당’이니 ‘박근혜 당’이니 하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캠프 내부에선 ‘대선에서 승리한 다음날부터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함구령이 내려져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새 정부 실세’니 ‘핵심그룹’이니, 이런 부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 이 때문에 기자들은 취재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권을 잡은 지금부터는 ‘이명박 파워 인맥’으로 자리 잡으려는 내부 권력다툼이 벌이지면서 본격적인 논공행상 논란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제3의 실세그룹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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