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분주할수록 새로운 세상 탐해요”

  • 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입력2008-02-04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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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파도 하고픈 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루려는 목표를 위한 진통은 고통스럽지만 소중하다. 그래서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고들 한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서 지나온 길과 나아갈 이정표를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진형혜 변호사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건조한 일상에 단비가 되고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SBS ‘솔로몬의 선택’에서 법률자문단으로 활동 중인 진형혜(陳亨慧·37) 변호사를 보고 있으면 마음 넉넉한 큰언니가 떠오른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진 변호사는 화면에서 보는 것과 다름없는 포근한 미소와 달콤한 목소리로 기자를 맞았다.

    진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1년부터 활동한 8년차 변호사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나누기만 해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좋다고 말했다. 기자와 만난 1월3일은 그가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한 지 딱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어느 날 로펌에 방송 출연자 모집 공고가 났어요. 일이 정신없이 바빴지만 마음이 끌렸어요. 변호사 업무는 건조한 편인데 새로운 경험으로 활력을 찾고 싶었거든요.”

    성격상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방송계와 법조계 경험은 과연 큰 활력을 가져다줬다.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도 늦은 밤 진행되는 촬영이 즐겁기만 했다. 덕분에 직장인의 불치병인 ‘월요병’에 시달릴 필요도 없게 됐다. 매주 월요일 오후 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지기에 월요일에도 여유 부릴 새가 없어진 덕분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서 법률자문단으로 활동하는 변호사는 김병준, 신은정, 한문철씨 등. 진 변호사는 “함께 출연하는 변호사들은 물론 이다도시, 김세원, 임예진씨 등 노련한 방송인 패널과도 교분을 나누면서 배움을 얻는다”며 “방송인들의 순발력과 화술은 정말 특별한 것 같다”고 했다.



    ‘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여섯 살때부터 약 11년간 피아노를 배운 진 변호사는 웬만한 고전은 연주할 정도로 수준급.(좌) 진 변호사는 “바깥일에 전념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함께 사는 친정어머니 덕분” 이라고 말한다. 자투리 시간은 언제나 두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과 함께 보낸다.(우)



    ‘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진 변호사는 개인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펌 근무 당시 머릿속에 그린 5년, 10년 뒤 자신의 모습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전히 업무에 허덕이고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도 힘들고 지위 보장 여부도 불투명했다.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업무 경험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 2001년부터 다니던 로펌을 3년6개월 만에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일을 하면서 겪는 난관은 사람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 낭떠러지에 몰린 지경에서 변호사를 찾는 클라이언트와 늘 매끄러운 관계를 맺기란 불가능하다.

    “변호사 사무실엔 정서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찾아오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상담할 때 제 말을 절박한 자신의 처지에 비춰 받아들이죠. ‘될 수도 있겠다’는 ‘100% 된다’,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절대 안 된다’고 해석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나중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생기는 거고요.”

    그러나 일하는 보람과 마음의 위안을 주는 대상 역시 사람이다. 진 변호사는 시골서 꼬깃꼬깃 간직해온 돈을 다림질해 검정 비닐봉투에 싸들고 와 “내 아들 좀 살려달라”던 할머니의 사연을 들려줬다.

    “할머니의 아들은 1심에서 이미 낮은 형량을 선고받아 형량을 더 낮추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할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돈이 모자라서 그러냐’며 울음을 터뜨리셨죠. 사건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더군요. 결국 강도상해죄를 폭행죄로 끌어내렸어요. 술 기운에 일어난 사건이었는데, 얼마 전 할머니의 아들이 ‘그 후 한 번도 술을 안 마셨다’며 편지를 보내왔어요. 가슴 뿌듯하더라고요.”

    연수원 동기로 현재 인천지방법원 판사인 동갑내기 남편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땐 남편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상담도 하고 마음도 열어 보인다. 두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과는 퇴근이 늦은 주중엔 함께하지 못하지만, 주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온전히 함께 보내려 한다. 미술관으로 공연장으로 아이들 손을 이끌어 세상을 보여주려 애쓴다. 진 변호사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사는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진 변호사는 늘 꿈을 꾼다고 한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에 진학했고, 이후 외교관으로, 법조인으로 꿈을 바꿨다. 지금은 국제기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은 구상도 있고,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언젠가는 교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니 그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친구 같은 동갑내기 남편과의 티 타임은 언제나 즐겁다.(좌)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떠난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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