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박순백 드림위즈 부사장 - 포르셰 박스터

20년 갈구한 사랑… ‘세컨드’라 더 애지중지

  • 글·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2008-02-04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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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위즈 박순백 부사장에게 왜 자동차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자동차엔 별 관심 없다”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자동차’를 ‘포르셰’로 바꿔 물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건 자동차가 아니라 남자의 로망이고 꿈이며 추구해야 할 대상이다.”
    박순백 드림위즈 부사장 - 포르셰 박스터
    제임스 딘이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죽는 순간까지 함께했던 포르셰(Porsche). 드림위즈 박순백(朴淳伯·55) 부사장도 20대 때 처음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경희대에서 인연을 맺은 조경철 박사의 영향 때문이다.

    “그건 차가 아니라 예술작품이다. 그 차의 진가를 알면 세상의 모든 남자는 포르셰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을 얻으면 꿈이 이뤄지는 것이고, 얻지 못하면 영원히 로망으로 남는다.”

    조경철 박사가 그에게 건넨 것은 말이 아니라 로망 그 자체였다. 그는 꿈을 꿔보기로 작정하고 ‘포르셰 통장’을 만들었다. 통장 잔고가 불어나는 만큼 포르셰에 대한 지식이 쌓여갔고 그럴수록 포르셰를 향한 열망이 강렬해졌다.

    2000년, IMF 외환위기 충격의 여파가 잦아들 무렵 마침내 꿈을 실현했다. 박 부사장은 자신이 구입한 포르셰 박스터가 “1990년대 말 당시 망해가던 포르셰사(社)를 일으켜 세운 스테디셀러”라고 설명한다. 수제 자동차로 명성을 쌓은 포르셰사가 전통을 깨고 대량생산한, 완성도 높은 스포츠카라고.

    “차의 이름이 수평대향 엔진, 즉 박서(Boxer) 엔진의 ‘Box’와 경량 스포츠카를 의미하는 로드스터(roadster)의 ‘ster’를 합친 ‘Boxster’인 것을 보면 이 차의 성격이 분명해집니다. 피스톤이 상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좌우로, 마치 권투를 하듯 움직이는 엔진이라 무게중심이 낮은 데다 엔진이 차 중간에 있어서 전체적인 안정성과 코너링 기능이 우수한 차예요.”



    박순백 드림위즈 부사장 - 포르셰 박스터

    포르셰 박스터는 엔진이 운전석 뒤에 있다.(좌) 포르셰 박스터는 뒤태가 더 매력적이다.(우)



    박순백 드림위즈 부사장 - 포르셰 박스터

    오랜 스포츠카 전통을 이어오는 브랜드답게 포르셰는 시동장치가 핸들 왼쪽에 있다. 시동을 켜는 동시에 기어를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제로 박스터는 일반 자동차라면 엔진이 있어야 할 자리가 트렁크다. 보닛을 열면 깔끔한 수납공간이 나온다. 트렁크가 앞뒤로 두 개인 셈. 엔진은 운전석 바로 뒤에 감쪽같이 숨어 있다.

    그러나 박 부사장이 속도감을 즐기려고 박스터를 구입한 건 아니다. 고도의 자동차공학이 내재된 날렵한 디자인이 그야말로 거대한 예술작품에 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내달릴 때보다 덮개를 열어젖힌 채 한적한 국도를 부드럽게 달리며 햇빛과 바람, 자연이 내뿜는 향을 그대로 흡수할 때 가장 빛이 난다고 한다.

    “바이올린을 고르듯 빈티지 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아노를 고르듯 기능과 성능을 중시해 최신 차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에 가깝지만, 포르셰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고성능 최신 차를 계속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예요. 한마디로 크로스오버인 셈인데, 디자인과 기능이 우수하면서 운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카죠.”

    박 부사장은 2000년에 1억여 원을 주고 박스터를 구입했다. 포르셰 자동차 중에선 대중적인 모델이라는데 그래도 적잖은 금액이다. 거금을 들여 쟁취한 사랑,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매력적인 차지만, 아무래도 실용성 면에선 떨어진다. 그래서 평소엔 국산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박스터는 주말에 운전하는 맛을 느끼기 위해 경기도 포천, 강원도 철원 등지로 몰고 나가는 세컨드 자동차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마련하는 수단을 이토록 애지중지할 수 있는 건 ‘세컨드’인 데다 따로 ‘통장’을 만들어놓고 오래도록 간절히 원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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