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바이오 연료 딜레마

  •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입력2008-02-04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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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연료 딜레마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옥수수나 콩에서 얻은 바이오 연료는 석유보다 못한 반면 북아메리카 들판에서 자라는 스위치그래스(가운데)는 낫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출처 bugwood.org

    수년 전부터 석유를 대신할 ‘꿩 먹고 알 먹는’ 대안으로 부상한 아이템이 바이오 연료다. 매장량이 한정돼 있어 나날이 값이 치솟는 석유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을 차량에 쓰는 브라질은 고유가 시대인 요즘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바이오 연료에 대한 회의적인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석유를 대체하면서도 친환경적이라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 파나마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윌리엄 로렌스 박사는 1월4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이오 연료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How Green Are Biofuels?)’라는 제목의 글에서 바이오 연료의 ‘이면’을 들춰냈다.

    먼저 바이오 연료 생산이 늘면 기름 값은 좀 내리겠지만 농산물 값이 올라 나아질 게 없다는 것. 미국의 경우 석유의 10%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려면 농지의 43%를 바이오 연료용 작물 재배지로 전환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농민들은 정부 보조금을 타기 위해 콩 대신 옥수수를 심어 옥수수 생산량은 19%가 늘어난 반면 콩은 15%가 줄었다. 그 결과 콩값이 폭등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콩값이 오르자 브라질의 목초지가 콩밭으로 바뀌고 목축업자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아마존숲을 파괴하고 있다. 결국 숲이 사라지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더 증가한 것이다. 또한 바이오 연료 26종을 분석한 결과 12종이 환경 면에서 화석연료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12종에는 옥수수 에탄올(미국), 사탕수수 에탄올(브라질), 콩 디젤(브라질), 팜오일 디젤(말레이시아) 등 대표적인 바이오 연료가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농경지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작물 대신 들판에서 자라는 풀이나 관목을 연료로 이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네소타대 클라렌스 레만 교수팀은 10년 동안 연구한 끝에 이렇게 얻은 바이오 연료의 단위면적당 에너지가 옥수수 에탄올이나 콩 디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 리즈대 도미니크 스프라크렌 교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 방지에 비중을 두려면 차라리 화석연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오 연료의 비중을 높인다고 숲을 파괴하느니 30년 뒤쯤 나올 새로운 연료를 기다리자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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