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건교부, 한반도대운하 반대론 전면 수정

경제적 타당성 지수 재검토 중… ‘수익성 있다’ 결론 낼 듯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8-02-13 1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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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구 “건교부 분위기 돌변…상황이 달라졌다”
    • 건교부 “지난해 사업성 검토는 오류…관광·개발 편익 넣어 다시 계산”
    • 건교부 1989년 검토 땐 관광·개발수익 넣어 계산
    • 水公 2007년 보고서, 물동량 대폭 축소보고
    • 소방방재청 “운하 생기면 홍수조절 도움, 문화재 잠길 위험 없다”
    건교부, 한반도대운하 반대론 전면 수정

    1월7일 열린 건교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대선이 마무리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꾸려지면서 ‘한반도대운하’가 다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논쟁의 2라운드는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지난 12월28일 국내 5대 건설사 모임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모임 이후 일부 언론은 “인수위가 건설사에 운하 강행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 실세이자 인수위 한반도 TF팀 고문을 맡은 이재오 의원이 “운하는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이 공약을 선택한 만큼 바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환경단체를 비롯한 운하 반대진영은 “국민은 운하 공약을 선택한 적이 없다. 이는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라며 운하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장석효 TF팀장은 이 의원의 말에 화답하듯 “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TF팀까지 만들었겠느냐. 임기 내 완공이 목표이며 경부운하는 민자(民資)로, 호남과 충청운하는 국가재정으로 건설하겠다. 세 운하를 동시에 착공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환경단체의 국민투표 주장을 일축했다.

    그런데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진화에 나서야 할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의장이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이 의장은 당·인수위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의지가 있다고 해서 큰 파급력이 있는 사업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납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 걱정되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말을 ‘국민투표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나라당에선 자중지란이 일어난 것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밑그림이 다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2월에 반대파들이 참가하는 대운하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했고,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운하는 충분한 국민 여론 수렴과정을 통해 내년 초에 시작한다”고 못 박았다. 이렇듯 인수위가 직접 불끄기에 나섰지만 대운하를 둘러싼 다툼은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찬성하는 그룹은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한나라당 의원 그룹과 뉴라이트 사회단체 진영, 경부운하가 지나가는 각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등이고 반대하는 그룹은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내 박근혜 의원 계파, 환경단체, 문화재단체 등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처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중간영역에 있던 의원들은 ‘운하 신중론자’로 자처하지만 환경단체에선 그들을 운하 반대론자 영역에 포함시킨다.

    인수위 한반도TF팀과 한나라당 MB계파에서는 환경단체와 야권의 반대보다 당내 인사들의 운하 비판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편에서도 반대하는데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반대 진영의 공세 앞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한구 의장은 한나라당의 정책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는 까닭에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운하 반대 진영으로선 활용하기 좋은 재료가 된다.

    건교부, 한반도대운하 반대론 전면 수정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이 의장은 지난 대선 때도 운하 공약을 반대하는 듯한 문건을 유출시켜 곤욕을 치렀고, 이재오 의원과 운하 정책의 수정을 놓고 입씨름을 벌인 바 있다. 어쨌건 국민투표보다는 내심 오는 4월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 확보를 통해 ‘운하특별법’ 제정을 강행하려는 운하 찬성파에게 당내 최고위급 인사의 부정적인 발언은 치명타에 가깝다.

    1월9일 저녁 이한구 의장에게 운하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민감한 시기라 회피할 줄 알았지만 그는 묻는 말에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 라디오 프로그램과 당에서 한 말씀이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건 아닙니다. 운하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반대나 찬성을 할 것 아닌가요.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정확한 통계 없이 이대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막연하게―만화책이나 내놓고―그대로 가서는 안 된다 이런 말입니다.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서 추진해야죠.”

    ▼ 운하의 조기 여론화가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셨다는데 사실인가요.

    “총선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요. 저는 예전부터 ‘운하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과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그걸 제대로 하자’고 주장해왔을 뿐입니다.”

    ▼ 운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반대가 많은 여론조사도 있고, 찬성이 더 많이 나온 조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하고 구체적으로 국민을 설득하면 찬성이 더욱 많아진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 종국에 가서도 운하 반대가 많으면 어떻게 합니까.

    “미리 그런 결론을 상정하면 안 되지요. 설득하도록 만들어야지요.”

    ▼ 경제학자로서 운하의 타당성에 수긍합니까.

    “지금껏 제가 겨우 해놓은 것이,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른 운하의 밑그림을 하나로 통합한 것입니다. 선거 캠프에서 만들어진 운하를 당에 가져와 하나로 만든 것이지요. 찬성이든 반대든 과학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금의 찬반토론을 보면 양측 모두 토론의 근거가 되는 운하의 밑그림이 판이해요. 관련 통계도 서로 다르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찬반 결정을 하기가 힘들 수밖에요.”

    건교부의 표변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운하 반대편에서 주장하는 내용에도 그럴듯한 게 있어요. 그럼 이쪽에서는 지적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내놓아야죠. 이런 게 하나씩 모두 나와야 해요”

    ▼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난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내놓은 운하 재검토 보고서를 근거로 운하의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통계도 정부의 것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고요.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캠프 쪽에서 구상하는 운하와 전혀 다른 운하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서로 안 맞는 것을 가지고 조사했으니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건 뻔하죠. 그런데 그것도 상황이 바뀔 겁니다. 태도가 돌변했어요. 지금 와서 찬성 쪽으로 돌아선다 해도 국민이 믿어줄지 의문이지만요.”

    건교부, 한반도대운하 반대론 전면 수정

    지난해 언론에 유출돼 파란을 일으킨 수자원공사의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

    ▼ 누가 돌변했다는 얘깁니까.

    “건교부가 달라졌는데 수자원공사가 별수 있습니까. 알아보세요. 완전히 달라져 있어요. 이제 그쪽에서 정확한 자료가 다시 나와서 그걸 전문가들이 같은 통계를 갖고 평가하면 바른 답이 나올 겁니다. 그래야 뭔가 과학적인 논의가 되는 거죠.”

    ▼ 어떤 자료가 나온다는 말인가요.

    “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또 통화합시다.”

    이한구 의장의 말을 정리하면 운하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 지금껏 서로 다른 운하 설계도를 놓고 그 타당성을 논의했기 때문에 우문우답만 해온 셈이며, 대선이 끝난 뒤 그간 운하 반대 논리를 제공해온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태도를 바꿔 제대로 된 수익성 검토 보고서를 내기로 했으니 그때 가서 제대로 된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다.

    건교부는 1월7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현재 법률에 따라 대운하를 추진할 경우 착공까지 3~4년이 걸려 임기 내 완공은 사실상 힘들다. 임기 내에 사업을 진행하려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MB가 당선되자 건교부가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물동량만을 비교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비용 대 편익 분석, B/C) 대신 관광수입, 지역산업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보고도 올렸다. 이는 말 뒤집기다”라고 보도하자 건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위에 그런 내용을 보고한 적이 없다”고 공박했다.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일까. 건교부 고위관계자를 취재한 끝에 관련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지난해 건교부의 지시로 수자원공사, 국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TF를 구성해 만든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가 비용 대 편익 경제적 타당성 검토 부분에서 많은 오류가 있으며, 건교부가 현재 이를 수정하기 위해 이명박 운하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타당성 검토 결과물이 곧 나오며 이번에는 경제적 타당성(수익성)이 크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대변신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는 수자원공사가 1998년 1월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나온 ‘경부운하 보고서’에 지난 10년간의 변화 수치를 단순 대입해 다시 낸 보고서. 지난해 6월 한나라당 후보 경선과정에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수자원공사 간부가 공문서 유출혐의로 구속되고 관련 직원들도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 하지만 정작 이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건교부 관료는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당시 이 보고서는 ‘VIP(노무현 대통령)’가 운하에 대해 반대했다는 정치적 내용과 함께 운하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건교부 水公 보고서의 허상

    현재 운하 반대론자들이 “경제성도 없는 운하를 왜 건설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근거도 바로 이 두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1998년 보고서는 운하 경제성의 척도인 비용편익비율(B/C)을 0.24로 분석했고, 이를 업데이트한 2007년의 보고서는 B/C가 이보다 훨씬 낮은 0.16이었다. B/C는 1이 넘어가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데,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이 분석한 B/C는 무려 2.3이었다.

    이한구 의장의 지적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운하는 ‘정부의 운하’와 ‘이명박 운하’로 극명하게 갈려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은 이들 두 가지 운하를 같은 설계도에서 나온 서로 다른 해석의 결과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는 운하 반대론자들은 정부 운하안을 놓고 검토된 수익성 보고서를 근거로 이명박 운하를 비판하고, 찬성론자들은 이명박 운하안을 기준으로 그 타당성을 홍보할 뿐이다. 정부 측 운하안과 이명박 운하안은 노선과 수로폭, 수심, 인공수로 길이, 수심확보 방식, 터널 길이와 위치, 선박규모, 선박운항 불가일, 수송시간 등 모든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완전히 다른 운하다.

    하지만 운하 설계가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난해의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특히 1998년 보고서엔 1827만3000t으로 잡혀 있던 경부축(京釜軸) 물동량이 2007년 보고서엔 481만6000t으로 준 대목은 눈을 의심케 한다. 매년 물동량이 10%씩 늘어 새로운 고속도로와 철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10년 사이에 경부축의 물동량이 오히려 4분의 1 가까이 줄었다는 추산은 삼척동자가 봐도 웃을 일. 이에 따라 이명박 운하와 정부 운하는 물류편익에서만 무려 11조원의 격차가 생겨났다.

    건교부, 한반도대운하 반대론 전면 수정

    장석효 대통령직인수위 한반도대운하 TF팀장.

    그뿐만 아니라 이명박 운하는 관광비용, 발전 수익, 지역개발 이익, 자원절감 이익 등을 합해 산업파급효과로 11조7000억원을 예상했으나 정부 운하는 이를 0원으로 처리했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1989년 1월 ‘한강주운 개발사업 타당성 조사보고서’를 내면서 이들 수익을 모두 편익으로 계상해 B/C를 1.2로 잡은 바 있다. 또 낙동강을 제외한 한강 주운의 연간 물동량만 2580만t으로 예상했다. 여객·화물터미널 등 운하변 공간개선 편익을 이명박 운하는 1조6843억원으로 잡은 반면, 정부 운하는 이를 ‘해당 없음’, 즉 0원으로 상계했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이렇듯 편익으로 계산해야 할 부분은 아예 빼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설계한 정부 운하의 가치를 폄하했다. 이런 계산에 따라 당시 수자원공사는 보고서에서 ‘경부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결론 내렸고, 이는 운하 반대파와 일부 언론이 운하를 만들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표방한 이명박 당선자는 ‘수익성도 없는 운하를 강행해 경제를 망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여러 언론사가 실시한 운하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운하 반대파로 분류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재검토 후 다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다. 비용편익분석을 다시 해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또 환경성 평가가 제대로 되면 찬성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자신들이 10년새 두 차례나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경부운하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적자 보전은 없다”

    그렇다면 건교부가 이렇듯 태도를 바꿔 운하에 대해 긍정적 재검토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혹 인수위가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닐까. 만약 전면 재검토한다면 인수위에 보고는 했을 터.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TF팀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일절 확인해줄 수 없다”거나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TF팀 관계자는 “인수위 전체에 인터뷰 금지령이 내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사리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TF팀장과의 인터뷰가 성사됐다. 1월10일 가진 인터뷰에서 장 팀장은 건교부의 운하 타당성 전면 재검토 사실을 직접 확인해줬다.

    기술고시 출신의 토목기술자이자 이명박 정권 첫 국토관리부(건교부) 장관 물망에도 오르내리는 그는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일 때 행정부시장으로서 청계천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했고, 서울시에서 공무원을 가장 오래한 인물로도 꼽힌다. 거침없는 직접화법 때문에 가끔 곤욕을 치르긴 해도 서울시에 근무할 때는 ‘거짓말하지 않는 공무원’의 상징으로 통했다. 지난 대선 때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대표이자 한반도대운하 TF팀 상임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운하의 얼개를 그린 주인공이 바로 그다.

    ▼ 장 팀장께도 인터뷰 금지령이 내렸나요.

    “그런 지시 받은 적 없습니다. 하지도 않은 말이 활자화되고, 무슨 말을 하면 결과가 다르게 나오니 저 스스로 인터뷰를 거절한 것뿐입니다. 저는 올해 총선 전에 운하를 착공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건설사들에 민자 유치를 강요하거나 검토를 요청한 적도 없습니다.”

    ▼ 5대 건설사 사장들과 만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원래 그분들은 매월 만나는 정기모임이 있어요. 12월28일 제가 그 모임에 간 것은 초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5대 건설사가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간 것뿐이에요. 그런데 거기 가서 보니 우리(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낸 책자와 자료를 통해 운하의 얼개를 꿰고 있더라고요. 사실 경부운하는 민자유치사업이니까 설계도도 그쪽이 만들고 타당성 검토도 자체적으로 해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제안을 해오겠지요.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좋은 안을 선택하면 됩니다.”

    건교부, 한반도대운하 반대론 전면 수정

    서울 한강의 잠실대교 밑에 있는 잠실수중보.

    ▼ 5대 건설사가 곧바로 민간 제안서를 낼 가능성이 있나요.

    “운하특별법이 만들어져야 뭔가 할 것 아닙니까. 지금 상태에선 민간 제안서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물론 사업 타당성이야 충분하니까 계산은 하고 있겠지만 공사기간이나 공사방법, 건설비용 등은 운하특별법의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반대 여론을 수렴해서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는 것이죠.”

    ▼ 만약 민자사가 민간자본 유치사업을 거부한다면 국가 재정으로 적자를 메우는 수익형 민간자본 투자사업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정말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특별법을 만들어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민자사의 수익성 검토에서 적자라고 결론이 날 가능성도 없고요. 민자사에 운하 주변 도시의 광범위한 지역개발권을 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터미널 개발권과 임대권, 레저시설, 생활시설에 대한 운영권은 고려 대상이 되지만 인근 도시의 개발권까지 준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건교부 계산은 잘못됐다”

    ▼ 건교부가 경부운하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경제적 타당성 B/C지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정 계산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 비슷한 얘기가 돌긴 하던데, 인수위에서 정식으로 보고받은 바는 없습니다. 솔직히 그 사람들이 계산을 새로 하든 말든 이 사업은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민자사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때 장 팀장이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한 후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비밀도 아니고 확인해보면 알 것 아니냐”고 했다. 그가 전화를 건 사람은 건교부 고위 관료였다. 5분 이상 통화를 했는데, 상대방의 목소리가 기자의 귀에까지 들렸다. 통화를 끝낸 장 팀장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를 이어나갔다.

    “건교부가 운하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네요. 많은 인력이 투입됐답니다. 곧 그 결과가 나온다는데요. 지난해 B/C 계산에서 빠진 관광편익과 개발편익, 산업파급편익들을 새로 계산에 넣는답니다. 물류편익 부분도 잘못 계산된 부분이 있다고 하고.”

    ▼ 혹 인수위에서 계산을 새로 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닙니까.

    “저도 처음 들었는데 누가 압력을 넣습니까.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그리고 아직 노무현 정권이 끝나지 않았어요. 아무리 인수위가 압력을 넣는다 해도 건교부 장관이 참여정부 사람인데 무슨….”

    ▼ 그렇다면 지난해 건교부의 운하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까.

    “잘못 계산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요. 물류편익, 환경편익도 잘못 계산됐고, 비용도 과다 계상됐고. 그렇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고 당시 계산한 운하가 우리 운하가 아니고 다른 운하였기 때문에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지요.”

    ▼ B/C 계산에서 빠진 편익이 새롭게 계상되고 과다 계산된 비용이 떨어지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겠네요.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계산법으론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쁜 소식은 아니네요.”

    ▼ 최근 문화재 단체들이 ‘운하를 만들면 한강과 낙동강 주변 주요 문화재가 홍수로 물에 잠긴다’며 반발이 심한데요.

    “운하를 만들면 강 바닥을 준설하므로 강의 수위가 오히려 낮아집니다. 잠실대교 밑에 있는 수중보를 보세요. 둔치보다 한참 아래에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운하에 대해서 뭘 모르고 그러는데, 운하를 만들면 오히려 둔치 문화재가 보호되죠. 운하는 둔치가 아니라 물길에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둔치에 있는 문화재가 훼손된다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수중에 잠겨 있는 문화재는 찾아내서 보호해야죠. 그래서 문화재청에 수중 문화재 현황을 보고하라 했습니다.”

    홍수조절 vs 문화재 훼손

    최근 문화재청은 인수위 보고에서 경부운하 구간 둔치 100m 구간에서 확인된 유적지만 177곳이라며 국가 차원의 발굴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 18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이를 근거로 경부운하가 문화재를 훼손한다며 1000만인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 운하가 홍수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그건 내 말을 들을 필요 없이 소방방재청이 보고한 내용을 직접 확인하세요. 준설을 하니까 수질이 깨끗해진다고 해도 믿지 않는데 저희들 말을 믿겠습니까.”

    이와 관련, 소방방재청 최규봉 사무관은 “운하를 만들면 하상굴착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홍수위가 낮아진다. 거기에다 둑, 제방을 다시 보강할 것이므로 범람에 의한 홍수 피해는 확실히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특히 낙동강 저지대에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홍수재해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소방방재청은 운하로 인해 홍수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데, 문화재청은 홍수로 인해 문화재가 수몰된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과연 한반도대운하는 환경단체와 정치권의 반대를 뚫고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인가. 지금으로선 운하 반대진영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만약 반대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일방적 행보를 보인다면 제2의 부안 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대토론회든 대강연회든 우선 양측의 머리에 담긴 운하의 얼개를 하나로 통일한 후 같은 그림을 보면서 찬반논란을 벌이는 게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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