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공무원 9만 7000명 늘어 사상 최대, ‘속 빈 강정’ 정부에 불만 고조

노무현 2003-2008, 빛과 그림자 - 행정

  • 한세억 동아대 교수·행정학 saeeokhan@hanmail.net

    입력2008-02-14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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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원회 예산 2002년 540억→2007년 2352억
    • 중앙 부처에 416개 위원회
    • 내각 정책조율 기능 벗어난 廳, 위원회…
    • 문제 해결에 무기력한 ‘최대 정부’
    • ‘화요일=공무원 늘리는 날’
    • 국민 67.4% ‘정부 서비스에 부정적’
    공무원 9만 7000명 늘어 사상 최대, ‘속 빈 강정’ 정부에 불만 고조
    어느 정부건 출범 초기엔 희망이 있게 마련이다.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스템 개혁이니 로드맵이니 무수히 많은 정부혁신 계획을 공표했다. 국민 인식과 달리 사상 최고의 정부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또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성숙된 지식정보화 여건에서 출범해 잔뜩 기대감을 갖게도 했다.

    하지만 지식정보화에 바탕을 둔 정부혁신의 성과와 결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속 빈 강정’의 양상을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는 제5공화국 시절부터 행정개혁의 핵심 이념으로 작용하던 ‘작은 정부’ 이데올로기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정부의 크기를 떠나 효율적으로 일 잘하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며 이를 국정기조로 삼았다. 행정개혁이라는 용어보다 정부혁신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면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개혁활동을 전개했으며 거버넌스 이론을 도입하면서 정부-시장-시민사회의 협치(協治)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반(反)시장적 정부규제나 시민사회에 대한 정부 우위 및 독선적 행태로 일관해 부정적 인식이 고조되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정지지도나 만족도, 신뢰도를 통해 드러나듯 정부 자체 인식과 커다란 격차를 보인다. 지난 대선 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부 능력도 국가역량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2006년 세계 192개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13위 국가다. 하지만 정부경쟁력은 2006년 41위에 그쳤다. 2007년에 31위로 상승했지만 금융, 노사관계, 교육 부문 등에서 여전히 정부 주도의 관행과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경우 국가 전체 세(稅)수입의 80%를 중앙정부 재정이 차지해 지방자치 발전을 제약한다.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했지만 정작 분권은 사라지고 지역균형발전만 부각됐다.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강변됐다.



    또 규제 강화에 따라 관치경제가 심화돼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분배정의 구현을 위한 지출도 재정의 제약성, 조세저항 등으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결과로 저성장, 빈부격차 심화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의 양극화 심화는 정부의 무능력, 그리고 지식기반경제에 부적합한 정책을 시행한 정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중앙행정기관의 충청권 이전, 공공기관 비수도권 이전과 시도별 혁신도시 선정, 부동산투기 억제정책 등의 추진과정에서 행정·재정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관료 및 정치권의 이해타산 구조 때문에 중앙정부의 기능 확대 추세를 완화하거나 중단하기 어려웠고, 이는 중앙정부조직 팽창과 인력 증대를 가져왔다.

    ‘위원회 공화국’

    공무원 9만 7000명 늘어 사상 최대, ‘속 빈 강정’ 정부에 불만 고조

    최근 20년간 역대 정부는 집권 후기로 갈수록 공무원 수를 늘려왔다. 광화문 정부청사 내부.

    2007년 12월 현재 노무현 정부의 조직은 독립기관(또는 무소속기관), 대통령소속기관, 국무총리소속기관, 행정 각부, 외청으로 구분된다. 즉 방송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기관으로 분류되고, 감사원, 국가정보원, 중앙인사위원회, 중소기업특별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등이 대통령소속기관으로 분류된다.

    기획예산처, 법제처, 국가보훈처, 국정홍보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국가비상기획위원회, 국가청소년위원회, 국무총리비서실, 국무조정실 등은 국무총리소속기관으로 분류된다. 재정경제부 등 18부, 국세청 등 18청이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돼 있다.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은 부총리 상위의 예우를 받고 있으며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장관은 부총리를 겸한다. 위원회의 위원장과 처장은 대부분 상근직 장관급이지만 국정홍보처와 국가비상기획위원회,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장은 상근직 차관급이고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장은 비상임 장관급이다. 18부와 기획예산처의 장은 국무위원 장관으로 보임되며, 외청의 장은 차관급(단, 검찰총장은 장관급 예우)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계속된 기구 신설 및 격상으로 정부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래서 집권 초기에 18부 4처 16청이던 중앙정부 조직이 2007년 12월 현재 18부 4처 18청으로 확대 개편됐다. 중앙행정기관의 하부기관 역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36실 168국 760과에서 38실 180국 818과로 늘었으며 담당관도 525명에서 559명으로 34명이 늘었다. ‘표1’에서 보듯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조직이 개편됐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조직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그래서 ‘비만정부’로 일컬어졌다.

    노무현 정부가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데는 아무도 의문을 달지 않는다. 정부위원회의 경우 2007년 현재 중앙 부처에 총 416개가 존치하고 있다. 이 중 대통령과 국무총리 소속이 80개에 달한다. 행정위원회의 경우 통일적인 기준과 법적 근거 없이 각각의 개별적인 법적 근거에 따라 설치·운영됐다.

    현재 행정위원회의 법적 지위, 관할권의 부여방법 및 조정방법, 다른 중앙행정기관과의 관계에 관한 통일적 기준도 법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다. 이 가운데 대통령 및 국무총리 소속 행정위원회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행정부처와 같은 권능을 가지기 쉽고 정책조정에서도 행정위원회와 행정부처 간의 역할관계가 모호해졌다. 게다가 부처 소속 행정위원회는 정기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부정기적인 심의와 조정업무가 주된 것으로 여겨져 활동상황이 독임제 행정기관보다 활발하지 못했다.

    [표1] 노무현 정부 정부조직 개편
    개편 회차 중앙정부 조직형태
    제1차 정부조직개편 (초기) 18부 4처 16청 (2004. 03 현재)
    제2차 정부조직개편 (중기) 18부 4처 16청 (2005. 07 현재)
    제3차 정부조직개편 (말기) 18부 4처 18청 (2007. 11 현재)


    고위직 비대화, 나랏빚 급증

    공무원 9만 7000명 늘어 사상 최대, ‘속 빈 강정’ 정부에 불만 고조

    대통령소속위원회는 노무현 정부에서 10개가 늘어 모두 28개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의 중앙행정 부문에서 드러난 장·차관급 등 고위직의 비대화, 조직 확장, 위원회의 남설(濫設), 재정지출, 인건비, 국가채무의 급증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먼저 정부 출범 이후 법제처와 국가보훈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이어 방위사업청, 소방방재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신설되고 통계청, 기상청, 문화재청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정부 기능의 통합, 재편과정에서 59개 중앙행정기관과 각종 위원회가 설립됐다.

    특히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는 여성가족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청렴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조직을 기존 조직에 더했다. 그래서 2원·4실·18부·4처·18청·13위원회의 중앙행정기관과 함께 대통령과 국무총리 소속의 각종 국정과제(자문)위원회들도 자체 영역의 정책과 사업을 개발, 확대하면서 기관 간 상호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기관 간 정책조정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대통령비서실과 국무조정실, 그리고 국정과제위원회의 조직과 인력이 확대됐다. 특히 정부위원회의 경우 2007년 6월 말 현재 416개로, 2002년 말 364개에 비해 52개나 늘었다. 이 가운데 대통령소속위원회는 같은 기간 18개에서 28개로, 국무총리소속은 34개에서 52개로 각각 10개와 18개가 늘었다.

    위원회 예산 역시 증가해 ‘돈 먹는 하마 위원회’라는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소속 위원회 예산은 2002년 540억원에서 2007년 2352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총리소속위원회까지 더하면 최근 6년간 예산이 무려 1조6418억원이나 된다. 특히 2005년 예산은 2004년에 비해 132%가 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8개 대통령직속위원회를 제외한 총리 및 부처소속위원회 388개에 대해서는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가 전체 예산을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할 정도로 예산 감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다.

    사실 노무현 정부 기간은 지식정보화시대의 성숙기였으며, 정보기기 및 활용수준도 높았다. 하지만 정작 행정정보화의 효과가 조직 간소화나 인력감축으로 나타나지 못했으며, 정부지식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불구하고 정부지능 수준을 향상시키지도 못했다. 세계적 수준의 온라인 전자정부와 오프라인 정부 간 괴리양상을 보인 것이다.

    공무원 100만 시대 눈앞

    이뿐 아니라 거시적이며 전략적 계획의 바탕에서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행정체제를 마련하기보다는 정권의 이념 및 현상에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어왔다. 즉 정책 현안이 있을 때마다 위원회를 남설하거나 중복 설치했다. 그 결과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유지했음에도 국민이나 기업의 문제 해결에 무기력했다. 또 민간경제의 성장, 지방자치의 진전, 급속한 세계화에 따른 사회변화,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연소화, 남북관계 진전 등의 변화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앞서 보았듯이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정점으로 2원-4실-18부-4처-18청-13위원회 등 59개 중앙행정기관(방송위, 국가인권위, 과거사정리위 등 3개 독립기구 포함)으로 구성된다. 물론 이런 조직규모는 내각기관 외에 다양한 형태의 독립적 기구가 존재하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그리 큰 규모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청(廳)이나 위원회 상당수가 내각의 정책조율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의 정부기관이 내각의 정책방향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기관 간 수평적 협력관계가 견고하게 유지된다. 반면 노무현 정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내각 기관을 포함해 기관 간 수평적 협력관계가 미흡했다.

    그래서 정책갈등이나 혼선이 초래될 때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각종 국정과제위원회 등 기관 상위의 조정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경우가 발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조직체계가 국내 정책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고 정작 중요한 글로벌 수준의 국제정책 형성과 집행에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56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조직개편을 통해 공무원 9만6512명을 늘렸다. 중앙부처 공무원만 5만8206명이 늘었고, 지방공무원은 3만8306명이 늘었다. 매일 56명씩(중앙부처는 34명씩) 늘어난 셈이다. 전체 공무원은 95만7000여 명으로 ‘공무원 1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07년에만 1만4504명 늘어

    2005년 1월 철도청의 공사화(公社化)로 철도공무원 2만9756명의 신분이 공사원으로 바뀌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폐지되면서 인력감축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다수 기관이 분화되거나 신설되면서 전체적으로 중앙정부의 조직과 인력은 확대됐다. 이를테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등 한시적인 조직을 설치했고, 소방방재청, 방위사업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신설했으며,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청소년위원회로 확대하고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말기 기준으로 18부·4처·16청·10위원회(방송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포함)에서 현재 18부·4처·18청·13위원회(3개 한시적 위원회 포함)로 2청과 3위원회가 증가했다. 청와대비서실은 2003년 2월 405명이던 정원을 531명으로 31%나 늘려 공무원 증원에 앞장섰다. 장관급은 33명에서 40명으로, 차관급은 73명에서 96명으로 정무직 공무원이 28% 늘었다. 1~3급 고위 공무원은 933명에서 1154명으로 24% 늘어나 전체 공무원 증가율 11%를 훨씬 웃돌았다. 공무원 인건비는 정권 출범 직전인 2002년 15조3111억원에서 2007년 21조8317억원으로 43%나 늘어났다.

    2003년 2월 출범 당시 노무현 정부는 기구 통폐합과 같은 구조개편보다는 기능조정, 일하는 방식, 성과평가 방식의 개선 등 기능적 혁신을 추구한다고 천명했다. 달리 말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의 통합·폐지는 최소화했지만 정치적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조직 신설이나 확대를 수용했다. 집권 말기인 2007년에만 34차례에 걸쳐 1만4504명이 늘어남으로써 팽창이 절정에 이르렀다. 특히 6월19일부터 8월14일까지 국무회의가 열리는 화요일마다 8주 연속 공무원 증원안을 처리해 ‘화요일=공무원 늘리는 날’이란 공식이 등장했을 정도다.

    행정기관 수가 증가하는 것과 동시에 기관의 지위 격상이나 장·차관 정무직이 대폭 확대되면서 전체 정부조직 규모가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국가보훈처의 장관급 격상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의 장관급 정책실장·안보실장 설치, 법제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근 장관급 위원장 설치, 3개 한시적 위원회 설치 등으로 장관급이 8명이나 늘어났다. 또 국무조정실 2인, 외청 신설 3명, 복수차관제(재정경제, 외교통상, 산업자원, 행정자치)로 4명, 통계청·기상청·문화재청·청소년위원회 차관급 격상, 3개 한시적 위원회의 상임위원 6인 등으로 차관급이 28명 증가했다.

    정부의 인력변화가 정부조직개편 결과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직의 확대에는 정원 증가가 뒤따르고, 조직 축소에는 정원감축이 수반되기 때문에 대체로 인력 규모는 정부조직개편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게 된다. 최근 20년간 역대 정부의 인력변화 추이를 보면 집권 초에 비해 집권 후기로 갈수록 인력규모가 확대돼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의도가 내재된 개혁이 단행될 경우 공무원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지만, 각 정부의 집권 후기로 갈수록 다시 증가해 왔다.

    공무원 늘면 민간기업 활동 위축

    ‘표2’는 최근 3개 정부의 인력변화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먼저 김영삼 정부의 인력규모는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의 영향을 받아 1994년 12월에 단행된 3차 개혁 이후 감소했지만 다시 급증해 집권 후기에는 인력이 상당히 증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환위기와 함께 정권을 인계받은 김대중 정부의 경우, 집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인력이 감소하지만 집권 말기인 2002년에는 급증해 결국 집권 초기보다 공무원 정원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무현 정부 역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공무원의 수가 상당히 줄었지만, 결국 2006년 12월 현재 역대 정부사상 최대의 공무원 정원을 기록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노무현 정부에서 나타난 인력감축 현상이 이전 정부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개혁에 의한 정부조직개편의 결과라기보다는 철도청의 민영화로 공무원의 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공무원 인력의 지속적 확대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처럼 공무원 수가 늘어나고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규제가 늘어나고 민간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는 역기능이 초래된다. 그 결과 일자리 창출이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실제로 규제는 인력·조직·예산 간의 연계에 의해 작동된다. 그렇기에 규제를 줄이면 일이 줄어드는 만큼 인력도 예산도 감축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람과 예산은 변하지 않았고, 조직은 오히려 증가했다. 자연히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면서 민간 창의와 경쟁을 제약하는 악순환이 초래됐다.

    [표2] 중앙행정기구 및 인력 변화 비교
    구 분 중앙행정기구 변화 전체개수 인력변화
    제1공화국 195512부 3청 2실 1위원회 18-
    제2공화국 19622원 3처 13부 3청 2외국 1위원회 2424만9211
    제3공화국 19702원 4처 13부 12청 7외국 3841만2852
    제4공화국 19792원 4처 14부 15청 4외국 3위원회 4253만4678
    제5공화국 19872원 4처 16부 13청 1대 3외국 1위원회 4069만3597
    제6공화국 19912원 6처 16부 15청 2외국 4183만9801
    김영삼 정부19972원 5처 14부 14청 1외국 3693만5759
    김대중 정부20024처 18부 16청 10위원회 4888만9993
    노무현 정부20072원 4처 18부 18청 13위원회 5595만7208
    *행정자치부 기구정원통계(1979~2007) 및 대한민국 정부조직 변천사(1998), 통계청 인구통계(총조사인구)를 근거로 작성


    조직 개편은 소프트웨어에 맞춰야

    원래 정부조직이나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헌법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 그래서 정부를 서비스 산업이라 하며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한다. 정부조직과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부조직 설계와 운영은 당연히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으로서 조직과 인력이 활용됐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조직과 공무원은 행정서비스헌장까지 만들어 성과중심이니 다면평가니 주문 외듯 했다. 정부혁신으로 행정역량을 키운다는 소리만 요란했다.

    하지만 정부혁신 성과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체감 평가는 냉랭하다. 2006년 4~5월 행정자치부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정부혁신 대국민 만족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91.2%, 전문가의 33.2%도 정부혁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조사대상 국민의 절반 이상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반응했다. 혁신성과에 대한 만족도의 경우 공무원과 국민 간 체감 격차가 컸다. 심지어 정부조직과 공무원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금껏 역대 정부는 서비스 향상이라는 명분하에 많은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조직개편과 같은 외형적인 변화 외에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마다 각기 다른 개혁이념과 패러다임을 상정하고 개혁을 단행했지만, 결국은 초기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도 효율적으로 일 잘하는 정부를 지향했지만 수요자인 국민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 이는 행정의 본질인 서비스 기초가 미흡한 데서 비롯됐다. 무릇 좋은 정부 서비스는 국민 생명과 기업 활동에 직결되기 때문에 기본인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작은 결함과 사소한 부주의가 큰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성과관리는 물론 고객관리를 위해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세심하게 응답하고 미미한 불편에도 꼼꼼히 배려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기관조사는 차치하더라도 정부업무평가위원회의 평가(2007. 2)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즉, 국민의 67.4%가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데서 노무현 정부의 투박한 서비스 실상이 드러났다.

    물론 정부혁신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관심과 노력은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의 정부혁신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특히 한국의 전자정부, 전자조달시스템, 특허출원시스템 등은 정부혁신의 주요한 결과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IMD(국제경영개발원), WEF(세계경제포럼) 등이 매년 실시하는 국가경쟁력 조사에 의하면 정부경쟁력 부문에 대한 평가점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IMD나 WEF 등의 평가에 대해서는 측정지표의 적합성이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고 실제로 매년 평가순위의 부침이 커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그동안 정부가 조직과 공무원 수만 잔뜩 늘려놨지 정작 국민이 경험하는 서비스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 정부조직은 공룡처럼 커졌는데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더 이상 빠르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다. 정부 주장대로 추가적인 공공기능 확대가 필요한 경우라 해도 효율성이 보장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고스란히 국가재정의 낭비로 이어져 국민부담으로 작용했다.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 장치부터 마련하고 조직의 군살을 뺄 수 있는 정부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의식·행태·제도 바뀌어야

    공무원 9만 7000명 늘어 사상 최대, ‘속 빈 강정’ 정부에 불만 고조
    한세억

    1962년 경기 파주 출생

    서울대 박사(행정학)

    삼성전자, 한국정보문화센터 선임 연구원, 탐라대 교수

    現 동아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한국지방정부학회 총무이사

    저서 : ‘뉴거버넌스와 사이버 거버넌스’ ‘전자정부론’ ‘새 행정학’ 등


    현재 차기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한창이며 논의도 무성하다. 정부조직 개편은 하드웨어보다는 일하는 방식 같은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둬야 한다. 물리적인 통폐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은 정부, 공무원 중심보다는 국민 지향적이어야 한다.

    또한 각 부처 내에서 점진적인 효율성을 도모하면서 국가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효율을 기할 수 있도록 정부기능이 연계, 조정돼야 한다. 장차 정부환경은 복잡성과 다양성이 한층 고조될 것이다. 복잡한 사회 환경에서 정부조직이나 공무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부문과의 수평적 협력과 연계를 통해 정책지식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이 같은 방향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공무원 의식, 행태, 제도의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필요로 하는, 빠르고 똑똑한 ‘스마트 정부’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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