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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분권’에 국가경쟁력 흔들, 강박적 균등주의로 제로섬 자초

노무현 2003-2008, 빛과 그림자 - 지방

  • 유재원 한양대 교수·행정학 jwyoo@hanyang.ac.kr

‘묻지마 분권’에 국가경쟁력 흔들, 강박적 균등주의로 제로섬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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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지 않은 분권 모델

‘묻지마 분권’에 국가경쟁력 흔들, 강박적 균등주의로 제로섬 자초

노무현 정부의 지방정책 기조는 가난한 지자체 밀어주기였다. 낙후도에 따른 차별지원 방안을 모색한 공청회(2007년 9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 첫째 중앙이 소비기능을 주로 담당하고 생산기능은 지방이 담당하는 체제다. 미국이 이러한 체제의 전형이다. 둘째 중앙이 생산기능을, 지방은 소비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체제다. 대처 총리 이전의 영국이 이러한 체제의 전형에 해당한다. 셋째 중앙과 지방 간 소비와 생산기능이 명확하게 분화돼 있지 않고 소비 혹은 생산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체제다. 예컨대 6:4 혹은 4:6과 같이 엇비슷한 비율로 중앙과 지방이 소비와 생산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체제다. 일본이 이에 해당한다.

각각의 체제는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정치경제적 특성이 각기 다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어느 정부도 이 중 어떤 모델을 지방분권의 이상형으로 추구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미래 지방자치의 좌표를 찍는 데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분권의 세부 구성요소에는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이 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분권형 정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졌다면 각 유형의 분권을 어느 정도, 어떤 방식으로 자치단체에 부여할지에 대해 고민했어야 했다. 예컨대 국세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방식과 지방교부세를 확대하는 방식은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효과 면에서는 같지만 그것이 지방에 미치는 정치경제적 효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미래 지방정부의 정책성향이나 정치형태가 변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분권형 정부에 대한 명백하고 구체적인 비전이 없었기에 분권의 유형, 정도 및 방식에 따른 정치경제적 효과를 계산하지 않았다. 단지 ‘the more, the better’라는 분권지상주의 신념에 입각해 분권의 유형이나 방식에 상관없이 더 많은 권한을 자치단체에 부여하는 방향으로 지방분권 로드맵을 작성했다. 그 결과 지방세 및 지방교부세 확대가 지방에 미치는 정치경제적 효과에 있어서 명백히 상반되는 대안들임에도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효과에서는 같다는 이유로 지방분권 로드맵에 동등한 비중으로 포함시켰다.



지난해 11월 국정브리핑에서 인용된 청와대 정부혁신비서관의 발언은 분권지상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참여정부는 적극적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이 사용하는 재정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자치단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방교부세율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신설, 지방세 과표 현실화 등 다각적인 지방재원 확충노력을 추진해왔다 …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세 비중은 20.5%로 OECD 평균 22%와 비슷하나, 지방의 사용가능 재원 비중 60%는 OECD 평균 42%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재정분권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노 정부를 자찬하고 있다. 여기서도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분권의 미래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재정분권 확대를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했느냐는 따지지 않는다. 모로 가도 (재정)분권만 성취하면 된다는 식이다.

물론 분권지상주의가 노무현 정부만의 오류는 아니다. 분권지상주의는 1980년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생겨난 유물이다. 분권지상주의는 중앙집권주의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다. 개발독재 시기를 거치면서 대두된 권력남용, 인권탄압, 부패, 정경유착과 같은 사회적 폐해가 중앙집권적인 정치 시스템에서 자행됐기 때문에 지방자치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중앙집권=비민주주의’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중앙집권이 비민주주의와 동일시되는 분위기에선 반대로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이 민주주의와 동일시됐다.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이 강해질수록 더 지방분권을 희구하게 됐고, 결국 분권만능주의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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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 한양대 교수·행정학 jw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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