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외

  • 담당·정현상 기자

    입력2008-03-05 16: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_ 김병종 지음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외
    원색의 강렬한 화풍으로 사랑받는 김병종 화가가 환상과 결핍이 교차하는 라틴 세계로 떠났다. 쿠바 멕시코 브라질 칠레 페루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그는 예술가의 눈으로 남미의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무용은 물론, 사회 전반을 살펴보았다. 에세이와 그림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헤밍웨이, 보르헤스, 파블로 네루다, 로맹 가리, 체 게바라, 에바 페론이 그의 붓끝에서 화려하게 피어났다. 반평생을 쿠바에 머물며 정신적 쿠바인으로 살아간 헤밍웨이, 환상문학의 꽃을 피워낸 신화적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궤적을 따라가는 맛이 이채롭다. 노동자의 춤에 불과하던 탱고를 세계화한 위대한 작곡가 피아졸라, 전세계에 쿠바음악 열풍을 불러일으킨 아프로 쿠반 재즈 그룹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감동적인 선율도 그의 화폭에 고스란히 담겼다.

    남미 사람들의 삶에 대한 묘사는 실감난다. 푸른 나무, 밝은 태양, 맑은 하늘, 청옥빛 카리브해…, 이런 자연을 닮아 낙천적인 쿠바인들은 석양이 되면 골목에 끼리끼리 모여 연주하고 춤추는 데 거침이 없다. 아르헨티나로 가면 그의 글과 그림도 탱고 선율을 닮는다. “고단한 이민자들이 첫 짐을 풀었다는 푸르토 마데로 항. 적막하고 스산한 이 부두는 언젠가부터 원색의 옷이 입혀지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현란한 색깔들은 처음엔 풍경을 바꾸고, 마침내 ‘가난쯤이야’ 하고 말하듯 삶마저 바꾸어버린다. 무기력과 우울은 환희와 기쁨에 자리를 내준다.” 책을 읽고 나면 여행가방을 꾸려 떠나고 싶어진다. 랜덤하우스/ 288쪽/ 1만2000원

    공부하다 죽어라 _ 현각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푸른 눈의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하버드·예일·코넬·소르본·제네바 대학 등 세계적인 명문대를 졸업한 서양의 젊은 지성 11명이 ‘낡은’ 세계관을 버리고 만난 깨달음의 세계관을 들려준다. 2003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대전 자광사에서 매달 행한 ‘외국인 출가 수행자 초청 영어 법회’의 내용을 받아 적어 우리말로 옮겼다. 미지의 길에서 그들은 과연 무엇을 발견했는가? 현각 스님은 “나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 어떤 종교를 믿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라고 했고, 파나완사 스님은 “그 누구도 고귀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천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행위에 따라 고귀하게도, 천하게도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화로운삶/ 352쪽/ 1만4000원

    밤으로의 여행 _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연진희·채세진 옮김

    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폭넓게 다룬 백과사전식 에세이. ‘나는 밤을 사랑한다. 신비한 여름밤, 밤이 찾아올 때 느끼던 흥분, 밤의 검은 광채’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매력적인 에세이는 ‘낮과 낮 사이에 낀 어둠의 시간’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밤에 대한 천문학 생물학 생리학 의학 등 학문적 접근도 놀랍지만, 문학 영화 축제 신화 나이트클럽 불꽃놀이 등 문화적 차원의 해석도 풍부해 읽는 맛을 더한다. 독자는 이 책에서 수많은 예술가가 왜 그토록 밤을 찬양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나이트클럽이 생겨난 이유’ ‘불면증의 원인’ ‘미국 갱영화를 필름 누아르(noir, 검다는 뜻)라 부른 이유’ 등 밤과 관련된 일상의 궁금증도 풀 수 있다. 예원미디어/ 500쪽/ 1만8000원

    미래에 관한 마지막 충고 _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송휘재 옮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유행병처럼 주민들 사이에 만연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가리키는 ‘얼라미즘(alarmism)’이란 말이 있다. 우리말로 기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지금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권위 있는 미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예스’라고 말한다. 극단화의 경향을 지닌 얼라미즘 때문에 우리 삶이 더욱 어리석고 일차원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그는 또 세계화를 사악하게 보는 시각, 온난화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시각, 폭력의 증가와 문화 전쟁이 평화를 파괴할 것이라는 시각 등을 미래를 두렵게 느끼게 하는 빌미가 되는 ‘동화’라고 규정하면서 그런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비즈니스/ 352쪽/ 1만5000원

    신은 위대하지 않다 _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2001년 벌어진 9·11 사건으로 종교의 배타성과 폭력성, 호전성, 반인간성, 반문명성에 대한 회의가 전세계 시민사회로 퍼져나갔다. 특히 팍스아메리카나의 기독교 복음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앞에서 사람들은 신과 종교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이 책은 지난해 5월 출간 직후부터 전세계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포린 폴리시’와 ‘프로스펙트’가 뽑은 ‘100인의 지식인’에도 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경전의 원전, 문헌학과 해석학, 역사 등에 근거해 신중하고 지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특히 저자는 종교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신의 속성에서 찾아내고, 신의 자기모순을 파고들어 신과 함께라면 인간은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알마/ 440쪽/ 2만5000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_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외
    개인 도서관인 ‘고양이 빌딩’에서 책에 파묻혀 지내던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가 2001년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로 한국에서 다카시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 고양이 빌딩에 책이 가득 차자 그는 인근에 집을 한 채 더 빌려 서고를 만들고 책읽기와 글쓰기에 매달렸다. ‘나는 이런 책을…’의 완결판인 이 책은 그런 그의 독서 기록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10년을 책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지적 체력단련기라고 표현한다. 대학 졸업 뒤 문예춘추사에 입사한 그는 자신의 독서 편향에 좌절하고,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느끼자 ‘마음껏 책을 읽고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이후 그는 인간 지구 우주 예술 문명 신화 사랑 세계경제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지혜를 건져 올렸다. 그의 독서평(2부)은 산만한 듯하면서도 하나하나가 독특한 여운을 안겨준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리히테르에 관한 평전인 ‘리히테르’,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을 파고든 ‘전 지구화하는 돈’, 예수 탄생 신화의 뒷얘기를 파헤친 ‘마리아’를 하나의 에세이에서 다룬 것이 한 예다.

    독서평보다는 책과 자신의 성장 과정을 풀어놓은 1부가 훨씬 재미있다. 그의 삶과 독서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무언가를 새로 안다는 것은 유익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이라는 것. 그리고 그 모험길에 가장 강력한 무기는 책이라는 것. 청어람미디어/ 632쪽/ 2만3000원

    임꺽정(4판) _ 홍명희 지음

    한국 문학의 고전인 벽초 홍명희의 대하역사소설 4판이 출간됐다. 남북 분단 사상 최초로 남한 출판사가 북한과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은 작품으로, 어려운 용어나 생소한 낱말은 뜻풀이를 하고 박재동 화백의 그림을 곁들여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소설가 김훈이 쓴 ‘산성 칠장사 답사기’, 관련 논문과 인물 관계도, 김남일 주강현 등이 쓴 ‘임꺽정 백배 즐기기’ 같은 부록에 담긴 내용도 흥미롭다. 소설은 알다시피 백정 출신 도적 임꺽정의 활약을 통해 조선시대 민중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김훈은 ‘임꺽정’을 읽는 즐거움을 ‘페이지마다 넘쳐나는 신바람에 올라타서 글과 함께 출렁거리면서 흘러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사계절/ 전 10권 각 300~500쪽/ 각권 1만800원

    탐험의 시대 _ 마크 젠킨스 엮음, 안소연 옮김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 걸까. 유목민들은 살기 위해 여행을 한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행을 한다. 무역업자들은 돈에 이끌려 여행을 한다. 제국주의자들과 군인들은 권력을 좇아 여행을 한다. 여행의 목적은 그래서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여행의 동기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좀더 이전 시대 사람들은 그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여행길에 올랐다. 이 책은 그 호기심 해결의 기록이다. 1888년부터 1957년까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탐험과 여행에 관한 수천 편의 글 중에서 가려 뽑았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기자, 외교관 등 26인의 여행기다. 지호/ 376쪽/ 1만6000원

    오즈의 프랑스 와인 어드벤처 _ 오즈 클라크 외 지음, 김보영 옮김

    요즘엔 국내에서 값싸고 질 좋은 신대륙 와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와인의 본고장은 프랑스다. 평균적으로 프랑스는 전세계 와인 생산량의 19%를 차지하고 있으며, 와인 애호가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와이너리들이 즐비한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비평가 가운데 한 명인 오즈 클라크가 자동차 애호가이면서 와인보다 맥주를 더 좋아하는 친구 제임스 메이와 프랑스 와인 기행을 떠났다. 오즈는 부르고뉴, 보르도, 프로방스, 론 등 주요 산지들을 돌며 친절하게 와인을 설명한다. 와인 용어, 테이스팅법, 에티켓, 레이블 읽는 법, 저장법, 추천 와인 등이 컬러 화보와 함께 잘 정리돼 있다.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에 대한 음식궁합 이야기도 재미있다. 예담/ 284쪽/ 1만6000원

    왕유 詩全集 _ 왕유 지음, 박삼수 역주

    왕유는 중국 당나라 시대 시인으로 시선 이백, 시성 두보와 함께 3대 시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시뿐 아니라 음악과 그림에도 능해 남종문인화의 시조로도 알려져 있으며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했다. 그는 19세 때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올랐지만 좌천, 아내와의 사별 등 굴곡진 삶을 보내다 나이 40에 자연에 은거했다. 이후 그는 시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정치적 이상을 토로하며, 현실 사회의 불합리성을 풍자했다. ‘한가로이 살아가는 이곳, 이름하여 우공곡(愚公谷)/ 어찌 번거로이 세속의 시시비비를 따지랴?’(‘농가’ 중에서)고 읊은 그의 넓은 마음을 왕유 연구의 권위자인 박삼수 울산대 교수의 주석으로 만끽할 수 있다. 현암사/ 912쪽/ 3만8000원

    미코노미 _ 김태우 지음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외
    제목 ‘미코노미’는 나(me)와 경제학(economy)을 합친 말이다. 미코노미란 웹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대화를 나누고 무한대의 정보를 공급받으며, 소규모 사업자가 미디어·금융·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의 새로운 경제 흐름을 일컫는다. 이런 변화 탓에 과거에 수동적인 소비자였던 개인이 능동적인 공급자의 위치에 서게 됐다.

    예컨대 책을 출판할 수 없었던 이들이 자기출판 사이트인 룰루(www.lulu.com)를 통해 책을 출판하고, 자기 음반 발매가 가능한 셀라밴드(www.sellaband.com)를 통해 음반을 발매한다. 또 단돈 수십만원이 없어서 사업을 할 수 없었던 제3세계 사업가들이 키바(www.kiva.org)에서 소액대출을 받아 창업에 성공하며,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에서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집필자로 참여한다.

    흥미로운 일화는 끝도 없다. 미국의 고교생 세 명이 장난으로 다이어트 콜라에 멘토스를 넣고 분수를 만드는 3분짜리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곧 유투브에서 인기를 누리며 불과 몇 달 만에 코카콜라에 1000만달러의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줬다.

    참여와 공유, 개방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모습의 경제’(미코노미)가 우리 가슴을 떨리게 하고 있다. 쉽게 대화의 장으로 뛰어들 수 있게 하는 웹2.0, 어텐션(주목) 이코노미, 쓸모없는 것으로 여겼던 80%에 귀기울이는 롱테일(Long Tail)이라는 단어들이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 석사 출신의 저자는 ‘풀타임 블로거’이자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빛미디어/ 292쪽/ 1만5000원

    결단 _ 천천·쉬지엔 지음, 윤진 옮김

    하루하루가 ‘결단’의 나날이다. 그러나 중요한 결단 앞에 서면 언제나 머뭇거리게 된다. 이 책은 그처럼 어려운 결단을 조금 더 쉽게 내릴 수 있는 방법론을 우화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한정된 먹이를 두고 약육강식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초원에서 표범·사자·하이에나·영양 무리가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사투는 곧 현대인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주인공 표범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섯 가지 결단의 법칙을 배우게 된다. 먼저 성공은 반성에서부터 시작된다. 둘째 강력한 자신감을 가져라. 셋째 나와 소통하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겨라. 넷째 자신만의 선물을 잘 가꿔라. 다섯째 우리의 수호천사는 바로 ‘나’ 자신이다. 1부 우화에 이어 2부에선 실천법을 자세히 정리했다. 미르북스/ 224쪽/ 1만원

    2008 트렌드 키워드 _ 김민주 지음

    최신 트렌드를 경제, 사회, 문화, 인물, 과학 등 분야별 키워드로 정리해 보여준다. 저자는 “트렌드는 먼지와 같다”라고 말한다. 주변에서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어도 이를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민감한 사람들만 그 기척을 감지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둔감한 사람들은 먼지가 뭉쳐서 방바닥에 굴러다녀야 알게 되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늦다. 저자는 남보다 먼저 먼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키워드에 민감할 것을 권한다. 예컨대 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하는 과정에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인 ‘물펀드’, 생체의 원리나 메커니즘을 이용해 공학적 난제를 푸는 자연모사공학 등 다양한 트렌드 키워드를 만날 수 있다. 미래의창/ 351쪽/ 1만2000원

    하와이로 간 젊은 부자 성공 비밀 38 _ 히로 나카지마 지음, 송수영 옮김

    27세에 1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34세에 은퇴하고 하와이로 떠난 젊은 부자 이야기다. 그는 생존 경쟁의 레이스에서 탈출한 뒤 네 가지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장소의 자유, 시간의 자유, 행동의 자유, 경제의 자유가 바로 그것.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저자는 목표를 향해 의식을 개혁하기 위한 부의 방정식을 만들었다. ‘Y(젊어서 은퇴한 뒤 남은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사는 생활) = A(현재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력)x(자산)+c(콤플렉스)’가 그것. 즉 A가 크면 자산이 많지 않아도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마케팅, 시장 개척, 파트너 관리법 등 실천 전략들을 제시한다. 밀리언하우스/ 208쪽/ 1만1000원

    돈 버는 감성 _ 시마 노부히코 지음, 이왕돈·송진명 옮김

    경제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21세기 전반, 적어도 앞으로 20년은 감성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기업과 지역의 사례에서 바로 이 키워드를 길어 올렸다. 예컨대 오늘날의 소비자는 가격이나 양이 아니라 디자인, 센스, 안전, 건강, 청결, 환경 등 라이프스타일의 ‘감성’을 중요시한다는 것.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인구의 감소’ ‘고령화 시대’ ‘환경의 세기’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다. 부문별로 수많은 사례가 등장하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환경으로 자동차업계의 세계 제일을 추구하는 도요타자동차, 철의 도시에서 의료와 건강 도시로 탈바꿈한 미국 피츠버그 등이 그런 사례다. 젠북/ 344쪽/ 1만3000원

    스시 이코노미 _ 사샤 아이센버그 지음, 김원옥 옮김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외
    저널리스트 사샤 아이센버그가 2년간 5개 대륙 14개 국가를 돌며 ‘발로 쓴’ 이 책은 날생선의 무역 이야기에서 문화·역사·경제 이야기를 발라낸 논픽션이다. 팔딱이는 생선을 재빨리 저며 따끈한 밥 위에 얹어내는 즉석요리 ‘스시’가 글로벌 문화상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스시는 사무라이 시대 후반기에 나타났지만 주로 길거리에서 팔리는 간식용 절임식품이었고, 선어(鮮魚) 상태로 요리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저자는 스시가 미국인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일본인 정착촌 ‘리틀 도쿄’에 출장 간 일본 비즈니스맨들이 즐기는 것을 보고 업자들이 생선을 ‘상하지 않은 상태로’ 미 전역에 유통하면서 스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담백한 스시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개돼 끈적끈적한 소스를 싫어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았고, 마침내 고급음식으로 자리매김됐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스시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가 큰 활약을 했고, 스시 체인의 국제화 버전인 ‘노부’도 탄생했다. 스시의 인기에 힘입어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아 고양이 사료로 쓰이던 참치고기가 최고급 스시 요리 재료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책은 스시를 소재로 글로벌 산업주의의 현재를 두루 이야기하고, 세계화의 단면을 입 안에서 음미케 한다. 미식가에게는 식도락의 의미를, 마케터에게는 시장 개척의 기회를, 일반 독자에게는 세계화의 효용과 가치를 한눈에 조망케 하는 ‘한 점의 스시’ 같은 책이다. 해냄/ 360쪽/ 1만5000원

    아부지, 저희 집으로 가입시더 _ 윤문원 지음

    각박한 세상 인심에 멍울진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가족 에세이. 먹을거리조차 부족하던 보릿고개 시절부터 21세기에 접어든 최근까지 어려움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은 가족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아버지, 아내를 여의고 시골에서 혼자 살아가는 노인, 호롱불 아래서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의 고단한 이야기 등 20여 편의 에세이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가족이란 언제나 함께하기에 그 소중한 의미를 잊고 사는 공기와 같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새로울 것은 없지만 새삼 ‘공기’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하는 힘이 있다. 밝은세상/ 224쪽/ 9800원

    호모 엑스페르투스 _ 이한음 지음

    ‘실험하는 인간(Homo Expertus)’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이 책은 인류의 삶을 바꿔온 과학 실험에 대한 얘기를 갈무리했다. 뛰어난 과학번역가 겸 저술가인 저자는 과학의 최첨단을 이끈 실험에 대해 유려한 글솜씨로 풀어놓는다. 예컨대 호기심 많은 미시간대 데이비드 버스 박사는 ‘바람기에 대처하는 남녀의 자세’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힌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2세가 자기 자식임을 100% 확인할 수 없으므로 여성의 성적 방종을 생물학적 위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육체적 불륜을 더 참지 못한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은 안정적인 육아를 위해 정서적 불륜을 더 위험하게 생각한다.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이성’이 아니라 ‘호기심’일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사례다. 효형출판/ 256쪽/ 1만2000원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_ 김준혁 지음

    저자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에 대한 학술연구를 담당해온 학예연구사이자 정조시대를 연구해온 소장 연구자다. 그런 그가 정조의 개인적 삶과 개혁정치, 화성에 대한 이야기를 쉬운 글로 풀어썼다. 더욱이 도시 경관에 대한 수준 높은 고민의 산물인 화성에 대한 이야기는 중심이 돼야 할 인간과 자연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물신주의가 차지하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는 글로도 읽힌다. 정조의 위민사상과 그를 둘러싼 음모와 여인 등의 일화는 요즘 방영되고 있는 정조에 관한 TV 드라마 따라잡기에 좋다. 정조가 8일간의 화성행차를 결행한 이유는 사도세자를 참배하고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해서가 아니었으며 거기엔 고도의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여유당/ 368쪽/ 1만5000원

    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 _ 프리더 라욱스만 지음, 박원영 옮김

    엉뚱한 생각 끝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필요 없는 기계와 계산법을 발명한 라이프니츠, 합리주의와 계몽주의에 돌을 던진 사상가 루소,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그림에 담은 화가 고야 등 ‘어리석어 보이는 생각들’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법학 박사인 저자는 이런 엉뚱한 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불필요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생각’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독자에게 생각의 자유를 향한 여행을 제안한다. 그런 여행을 통해 누구나 세상을 바꾸는 ‘선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독일 언론은 이 책에 대해 ‘라욱스만의 편안한 지식여행은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어 모든 이가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라고 평했다. 말글빛냄/ 243쪽/ 1만3800원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