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자신감 넘치는‘아이스 브레이커’, “영어로 계약하고, 받을 돈 다 받아냈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03-06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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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글리시-프렌들리’ 대통령인 MB의 영어를 두고 말이 많다. 어색하다, 발음이 투박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실력을 지닌 그의 보좌진들은 ‘MB 영어’가 ‘서바이벌 잉글리시(Survival English)’를 넘어선다고 단언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힌 영어 솜씨로 단숨에 외국인들을 사로잡고 분위기를 주도해나간다는 것. 비결은 자신감, 준비하기, 흉내내기, 유머와 위트, 탁월한 청취력이다.
    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MB는 1월10일 크리스토퍼 힐 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 영어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영어 친화적인(English-friendly)’ 대통령이 나타났다. 이명박(MB) 대통령은 어느 자리에서든 영어를 자주 사용한다. 대불공단 전봇대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도 ‘전봇대’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왜 있잖아, 폴(pole)!”이라고 했다는 것. 대화 중에 ‘노동집약산업’ 대신 ‘labor-intensive industries’라고 쓰고, ‘feasible’(실용적인)이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한다.

    2월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선 기자회견에서도 예의 영어가 튀어나왔다. 어느 기자가 “best of the best(최고 중의 최고)로 선정했느냐”고 묻자 MB는 “best of the best는 몰라도 doing their best(최선을 다함)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영어 잘하는 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프린스턴대 박사 출신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영국 에든버러대 고고학과를 나온 윤보선 전 대통령, 외교관 출신의 최규하 전 대통령이 영어를 잘했지만 오래전 일이다. 감옥에서 영어를 독학하고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외신과 영어 인터뷰가 가능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영어로 대화하는 광경은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새 대통령의 잦은 영어 사용이 새삼스럽게 눈길을 끈다.

    MB는 외빈들과 만날 때도 인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용(breaking the ice) 대화는 통역 없이 영어로 한다. 다음은 1월10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만났을 때 두 사람이 첫머리에 나눈 대화다.

    이명박 : Oh, how are you(잘 있었소)?



    힐 : Nice to see you again. You´re looking very well. Congratulations(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건강해 보입니다. 축하드려요).

    이명박 : Thank you, you´re welcome. You´re working hard. huh(고맙소, 뭐 그렇지요. 그런데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 같군요, 그죠)? (웃음)

    힐 : I´m trying. You made me an honorable citizen of Seoul. I´m very proud of that(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저를 명예 서울시민으로 만들어주셨죠.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이명박 : Thank you(고맙소).

    힐 : And my daughter also want to convey her wishes, her best greetings. Because you gave her an award for being one of the most biggest users of your ice skating rink(그리고 제 딸도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제 딸에게 시청 앞 스케이트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셨으니까요.’

    이명박 : Where´s she, your daughter? In the States?(따님은 지금 어디 있어요? 미국에)?

    힐 : Yes, she´s in the States, she finished her degree in Wellesley and now she´s working in Boston and she´s still ice skating.(예, 미국에 있습니다. 웰리슬리대에서 학위를 마치고 지금 보스턴에서 일해요. 거기서도 스케이팅을 즐깁니다). (웃음)

    1월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주한 외국투자기업 신년인사회에서 MB가 영어로 연설한 동영상이 한 뉴스 사이트(http://news.joins.com/article/aid/2008/01/16/3048025.html)에 올라 있다.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여러 건의 댓글을 달았다. 대부분은 극단적인 찬반 양론이다.

    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1월15일 주한 외국투자기업 신년인사회에서 MB가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MB 영어’ 논란

    이모씨(mister***)는 “(MB가) 외교사절, 기업인 만나서 유머 구사해가면서 대화한다는데, 여기서 발음 트집 잡는 사람들은 그만한 실력이 되나? 발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에 대한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라며 적극 지지했다. 이에 또 다른 이모씨(rocky****)는 “한국민이 뽑은 대통령으로서 자부심을 위해서라도 공식석상에서 어설픈 영어를 하는 것은 삼가기 바란다. 그리고 당선인이 하는 영어, 그리 칭찬할 만하지 못하다”라고 꼬집었다.

    이 동영상을 보면 MB는 영어를 사용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그는 준비된 원고를 읽기 전에 청중을 향해 웃으며 “Why don´t you come closer? I´m not president yet. I´m president-elect until next month(좀더 가까이 오세요. 저는 아직 대통령이 아닙니다. 다음달까지는 대통령 당선인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청중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연단 앞쪽으로 몰려나왔다. 10여 분간의 연설 내내 그는 경상도 억양이 묻어나긴 했지만 자신있게 원고를 읽어갔다. 중간에 “Frankly, I cannot address all of these problems and solve them overnight(솔직히 말해서 짧은 시간에 이 모든 문제를 다 다루고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한 다음 “maybe tonight(아마 오늘밤 안으로도)”이라고 덧붙여 다시 웃음을 자아내는 등 애드리브로 청중을 몇 차례 웃겼다.

    솔직히 MB의 영어 솜씨는 그리 화려해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발음도 ‘후지고’(미국식 발음이 아니라는 뜻) 상황에 맞지 않는 영어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0일 당선 축하인사차 찾아온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에게 “You´re very welcome(당신은 매우 환영받는 사람입니다)”이라고 한 인사말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 상황에선 “Welcome!”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적절한데, 굳이 상황을 묘사하는 말을 쓴 것이다. 물론 비문은 아니지만, 네이티브 스피커들은 “You´re very welcome here” “You´re always welcome” 같은 말이 더 어울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키워드는 ‘자신감’

    영국 ‘가디언’지가 MB를 ‘영어 잘하는 일 중독자’로 소개했다며 마치 이 신문이 MB의 영어실력을 높이 평가한 것처럼 보도한 기사들도 있었다. 그런데 가디언의 기사는 MB 측근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According to associates, Mr Lee is a fluent English speaker, a Presbyterian, a talented golfer and a workaholic. Since he graduated from university, he is said to have slept on average for only four hours a day(측근에 따르면 이명박씨는 영어에 능통하고, 장로교 신도에다 골프를 잘 치며, 일중독자라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이래 하루 평균 4시간밖에 자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MB는 누가 뭐래도 개의치 않고 영어를 즐겨 쓴다. 이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곽중철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장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자신의 언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통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 이 당선인의 영어에는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어에는 충청도 사투리 억양이 강하다. … 그런데도 유엔 사무총장의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영어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으면 외국어에도 그 자신감이 나타나고, 이상한 발음과 억양은 오히려 그의 언어적 ‘카리스마’가 되어 상대방을 휘어잡는다.”

    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MB는 영어공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이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월30일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어 공교육 공청회.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인 이상 자신감만으로 모든 것을 덮어줄 수 없다. 특히 공식석상에서는 자칫 의미가 잘못 전달돼 큰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한 인사는 다자간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의 영어발음이 좋지 않아 오해를 사는 일도 잦다고 한다. 그는 “동남아시아 정상들의 영어 발음은 그 나라 억양을 닮아 매우 독특하다. 그런데 어느 정상이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 중 화교 비율이 16%’라고 말하려다 ‘sixty percent(60%)’로 잘못 발음하는 일도 있었다. fifty와 fifteen, sixty와 sixteen처럼 기본적인 단어도 헛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영어 도사’들인 대통령 통역요원들도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특정 사안으로 한미관계가 민감해져 있을 때 양국 대표의 대화가 약간 잘못 통역되는 일이 있었다.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내용을 담은 미국측 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한국측 대표의 말을 옮길 때였다. 통역요원이 “Your speech… was very impressive(당신의 연설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라고 해야 될 상황에서 “Your speech… was very interesting(당신의 연설이 매우 재미있었습니다)”이라고 말해 오해를 살 뻔한 것이다.

    ‘부시 영어’도 실수투성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도 종종 실수를 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실수가 잦아 외국 언론에선 ‘부시즘(Bushism, 부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지른 말 실수들)’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예컨대 “We ought to make the pie higher(→bigger)”(2000년 2월15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화당 debate), “Will the highways on the Internet become more few(→fewer)?”(2000년 1월29일, 콩코드) “Laura and I really don´t realize how bright our children is(→are) sometimes until we get an objective analysis”(2000년 4월15일, CNBC) 같은 표현들을 일컫는다. 부시는 ‘인질’ 이란 뜻의 ‘hostage’ 대신 ‘hostile(적대적인)’을 쓰거나, 농부들을 위한 ‘관세(tariffs) 철폐’를 말하려다 ‘테러(terrors) 철폐’라고 말하기도 했다.

    MB도 영어를 어설프게 구사했다가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MB측 인사들은 “괜한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MB가 통역 없이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주로 ‘아이스 브레이커’(icebreaker,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사람 혹은 그런 행위)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고, 중요한 사안을 논의할 때는 반드시 통역을 거친다는 것.

    전직 대통령의 한 영어 통역관은 “MB는 이전 대통령들보다 영어를 많이 쓰고, 그것도 자신감 있게 구사하고 있다. 대통령이 영어를 사용하면 그만큼 통역 시간이 줄어들고, 정해진 미팅 시간에 나눌 수 있는 얘기가 많아지는 이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져 외국인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힌 영어

    MB가 구사하는 영어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힌 극히 실용적인 영어다. 그는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23세 때인 1965년 태국 파견 근무를 나가면서 ‘현장 영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나라 도시에서 일하고 건설,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관여했던 MB는 평소 주변에 “영어로 받아낼 돈 다 받아내고, 계약도 다 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것이 제일 목적’이라는 믿음을 가진 그의 실용영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단순하면서도 정확하고 핵심을 찌르는 ‘히딩크 영어’와는 맛이 다르지만 MB의 실용영어에서도 배울 점은 많다. 다음은 MB의 통역사 등 측근들의 얘기를 정리한 ‘MB 실용영어’의 핵심이다.

    1. 미리 준비하라

    만날 상대방의 관심사, 근황, 주요 의제 관련 구체적 통계 등을 꼼꼼히 준비하고 실제 대화에서 그것을 활용한다. 그렇게 하면 대화가 훨씬 알차고 풍부해진다. 지난해 4월 한나라당 대선주자이던 MB가 두바이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왕을 만났을 때다. MB는 사전에 모하메드 왕이 지은 시를 외웠다. 첫 만남에서 MB가 “Place me in your eyes and close. Let me in your eyes live(나를 그대의 눈 안에 넣어주오. 내가 그대의 눈 안에 살게 해주오)”라는 자신의 시 구절을 외우자 모하메드는 매우 기뻐하면서 그 시를 짓게 된 배경까지 설명해줬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모하메드는 청계천 방문을 약속했고, MB는 자신이 직접 안내하겠다고 하는 등 대화가 무르익었다고 한다.

    2. 유머와 위트를 구사하라

    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MB는 접견 전에 상대방에 대해 많은 부분을 파악한다. 지난해 4월 두바이 모하메드왕을 만날 때는 왕이 지은 시를 외워 갔다고 한다.

    MB는 부드러운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유머와 위트를 적절히 사용한다. 1월15일 한미연합사에서 버웰 벨 사령관이 MB에게 한미동맹상을 줬는데 부상(副賞)이 한국 군인과 미국 군인이 나란히 서 있는 작은 동상이었다. 그것을 받으면서 MB가 능청스럽게 벨 사령관에게 물었다.

    “Which one is Korean and which one is American?(누가 한국 군인이고, 누가 미국 군인이오?)”

    대통령후보를 염두에 두고 네덜란드의 운하 탐사를 갔을 때 MB가 그곳 교통부 장관을 만났다. 장관이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라고 묻자 MB가 “I´m looking for a new job(새 직업을 찾고 있소)”이라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2월12일 MB가 서울파이낸셜포럼 관계자들을 접견했는데 참석자 중엔 제임스 루니 파이낸셜포럼 부회장이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MB가 한국어로 의견을 길게 말하고 통역사가 루니 부회장에게 이를 통역해주고 있었는데, MB의 말이 끝나자 루니 부회장이 MB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MB는 루니 부회장이 자신의 말을 통역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But, you don´t know what I said(그런데 당신은 내가 한 말을 모르지 않소)”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3. 외국인에게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라

    MB는 외빈이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하면 “My pleasure”라고 답하면서 상대가 편안하게 느끼도록 분위기를 이끈다. 서울시장 시절 MB는 대통령후보로 거론되곤 할 때 외빈이 이를 언급하면 “Only God knows”라고 답해서 외빈과 함께 웃곤 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날씨 이야기, 혹은 대통령선거 등 공통으로 관심 있고 흥미 있는 주제를 먼저 꺼낸다. 예컨대 날씨 관련 언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그곳에 간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4. 모방하라

    MB는 남이 쓰는 좋은 표현을 잘 모방한다. 외빈이 한 말 가운데 인상적인 대목을 되새겨 바로 활용하기도 하고, 영어 연설을 준비하다 외빈을 접견하면 연설문에서 본 표현들을 실제 대화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연설문이 작성되면 그것을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CD에 녹음하도록 한 다음 MP3플레이어로 반복해 듣고 소리 내어 따라한다. 문장을 끊어 읽을 수 있도록 측근들이 표시를 해주면 그것에 따라 호흡을 맞춰 읽기도 한다. 지난해 주한EU상공회의소에서 ‘21세기 한국과 유럽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행한 연설문을 보면 ‘Third, / I will strengthen cooperation with the EU / on key 21st century global agendas / such as the environment, energy, disaster relief / terror and others…’라는 식으로 문장을 끊어 놓았다. 그 호흡을 생각하며 연설문을 읽어가는 것이다.

    5. 타문화에 관심을 가져라

    상대방의 문화도 곧 언어다. 개방적인 시각으로 그 문화를 받아들이면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진다. MB는 서울시장 시절 금식 기간인 라마단에 이슬람인들을 접견한 적이 있다. 당시 비서가 이슬람인들에겐 물을, MB와 한국인 배석자들에게는 녹차를 내놓았는데, MB가 “라마단이니까 녹차도 마시지 않겠다”고 해서 외빈들의 호감을 얻었다. 서양인들처럼 여성에 대해서도 배려를 많이 하는데, 먼저 문을 열고 여성이 나가게 한다거나 여성이 앉기 전 의자를 빼주곤 하다가 국내 정치인들에게 오해를 산 뒤로는 자제한다고 한다.

    비즈니스 활동을 하면서 배운 외국인 제스처도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악수할 때는 눈과 눈을 마주친다. 악수를 한 뒤에는 왼손으로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포옹한다. 특히 외국 언론의 시각에 관심이 많아 외국 신문을 자주 읽는다. 같은 사안에 대해 국내 언론과 외국언론의 시각 차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 영어 보좌진이 조언하는 ‘실용영어’ 키워드

    ‘상상력 뛰어나고 우리말 잘해야 영어 잘한다’


    비서실과 주변에서 MB를 보좌하는 이들 가운데 영어 잘하는 이가 많다. 외교부의 각 언어권 통역 담당자들은 공식적인 통역 업무를 담당하지만, 곁에서 직접 챙겨주는 이들은 MB가 “열 남자 하고도 안 바꾼다”고 했던 이진영 비서(이화여대 영문과), 외교팀의 임성빈 비서관(미국 조지타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정치학 전공), 권종락 전 대사 등이다. 청와대 수석 중에는 독일 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우익 비서실장을 제외하고는 곽승준(국정기획), 김병국(외교안보) 등 6명이 모두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다. 한마디로 주변에 영어 도사가 대거 포진해 있는 것. 이 가운데 몇몇 보좌진으로부터 실용영어 키워드를 조언 받았다.

    자신감을 가져라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에 최우선 목표를 둬라.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다 보면 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외국인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조금 서투르게 얘기해도 웬만큼 알아듣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일례로 해외여행 중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보고 싶을 때 “Excuse me. Would you be so kind to let me know where the restroom is?” 라고 격식을 갖춰 말하기보다 “Excuse me. Where is the restroom?”이라고 가볍게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실용적이다. 듣는 외국인 처지에서도 이해가 더 잘 된다. 또 문법에는 맞지 않지만 “Excuse me, Toilet?” 하면서 끝을 살짝 올리며 표정과 제스처로 ‘급한’ 상황을 연출하면 외국인은 더 확실히 알아듣고, 화장실 앞까지 직접 데려다주기도 한다.

    단어와 기본 문법의 힘

    언어의 기본은 단어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water’ 란 단어를 모르면 물을 달라고 말할 수 없다. 남이 ‘워터’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는 중학교 영어교과서에 나오는 수준의 단어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표현할 수 있지만, 특정 상황에 꼭 필요한 단어와 표현은 좀 어렵더라도 외워두는 게 좋다. 또한 너무 문법 위주로 공부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기본 문법은 익혀야 자기식 말법을 만들 수 있다. 지나치게 회화 위주로, 관용 표현만 암기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격을 입고 있는 듯 어색하다.

    매일 영어를 접하라

    영어를 매일 접하며 생활화하는 게 영어의 감을 잃지 않는 방법이다. 아리랑 TV 뉴스를 본다든가, 교통방송의 영어교통정보를 유심히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유명사들이 한국어로 되어 있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몰아서 한꺼번에 듣는 것보다는, 매일 하루 5분 정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원서로 읽는 것도 좋다. 특히 출퇴근길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읽을 만한 가벼운 이야기책이 좋다.

    영어로 생각하라

    이 방법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영어 실력 향상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약속에 또 늦었다. 오늘 진짜 춥네. 저녁 때 친구 만나서 무슨 영화를 볼까? 내일 아버지 생신인데 선물은 뭘로 사지? 지나가는 저 사람 예쁘다…’((I´m) late again. It´s so cold (freezing) today. What movie shall I see this evening with him/her? What shall I buy for my father´s birthday? Wow, what a good-looking guy/girl he/she is!’) 같은 생각들을 영어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영어는 상상력의 힘이다. 어떤 상황을 떠올리고, 자기를 그 안에 집어넣어 움직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언어는 아주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돼 있어서 한국말 잘하는 이가 영어도 잘한다. 어차피 언어는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니까.

    또박또박 발음하라

    한국인의 영어발음 습관은 너무 미국화해 있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외래어표기법을 바꾸자며 예로 든 ‘아린지(orange)’도 미국식 발음에 가깝다. 영국인들은 ‘오우렌지’에 가깝게 발음한다. 또 영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영어발음에는 제나라 고유의 억양이 녹아들어 있다. 나라마다 발음습관이 다른 것이다.

    정통영어 발음과 어법을 배우려면 뉴스 방송을 많이 활용하는 게 좋다. 영국 BBC 아나운서들이 구사하는 영어나 남동부 잉글랜드 상류층이 사용하는 영어를 ‘Received English’라고 한다. 이 발음을 추천할 만하다. 혹은 CNN CBS 등 유명 미국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발음을 배워라. 그들의 발음이나 억양, 표현법이 표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발음하는 것이다. 영자신문 기자 출신의 번역가 안정효씨는 “말은 혓바닥이나 입이 아니라 마음과 머리로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되새겨야 할 말이다.


    6. 청취력을 길러라

    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MB는 ‘영어 친구’가 많다. 데이비드 엘든 인수위 국가경쟁력 강화 특위 공동위원장(왼쪽)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MB는 외빈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다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외빈이 하는 말을 한국어로 통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2월5일 미국의 재야 학자들을 접견했을 때도 1시간 동안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는 것. 한국측 배석자가 많거나,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기자들을 대동할 때는 통역을 붙인다.

    과거에 MB의 통역을 맡았던 인사는 “MB는 통역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나서 중요한 단어가 빠졌다고 느끼면 바로 정정케 한다. 그만큼 영어에 대한 이해력과 청취력이 좋다”고 평했다.

    이처럼 MB는 오랫동안 몸으로 익힌 실용영어를 구사한다. 그런 그가 1월31일 대통령직인수위 회의에서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외국에서는 일자리의 질이나 개인의 소득에서 차이가 난다. 그만큼 영어는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는 영어 실용주의를 펼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그의 영어교육 개혁안을 통해 실제로 ‘학생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기본 생활영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지만 MB의 영어 사랑 열기는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 같다.

    보너스 하나. 앞으로 MB가 세계 정상들과 만나 자주 사용하게 될 실용적 표현들을 소개한다. 정상회의 통역을 담당했던 이들이 추천한 문장들이다. 정상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지만 만찬장에서, 혹은 미팅에서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멋진 표현들은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Great to see you again! The last time we met was during the APEC meeting in Shanghai. How is your wife doing(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상하이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났지요. 부인은 잘 지내시는지요)?”

    “This dish is delicious. Which region does it come from(정말 맛있군요. 이게 어디 음식인가요)?”

    “I heard your speech last night at the Opening Ceremony, it was very impressive. I liked the part when you talked about working together to eradicate poverty and fight global warming(개막식 때 하신 연설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빈곤을 퇴치하고 지구 온난화에 맞서 협력하자고 말씀하신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When was this building built(이 건물은 언제 지은 건가요)?”

    “The flight is almost 15 hours(비행 시간이 거의 15시간이나 되었습니다).”

    “Our economy is going through a period of structural adjustment. What is the situation like in Japan(우리나라 경제는 구조 조정기를 겪고 있습니다. 일본 상황은 어떻습니까)?”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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