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美 CSIS·USIP의 ‘중국이 보는 북한의 미래’ 공동 보고서

“북한이 동맹 노릇 안 하면 중국도 北 동맹 포기”

  • 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8-03-07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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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장거리 미사일 포기’ 전제로 ‘북핵 용인’ 가능성
    • 중국, 김정일 체제 유지와 비핵화 중 택일해야 할 상황
    • 中 최고지도부 내에 북중관계 이견
    • 北은 中의 전략적 자산 아닌 부채…‘완충지대 역할’ 무의미
    • 美가 북핵 보유 인정하면 中은 정치적 고립, 북중관계 손상
    • 북미관계 호전되면 경제관료 중심 집단지도체제, 악화되면 군 중심
    • 北 군·당·내각 이익집단 사이에 ‘체제도전 징후’ 증가
    • 北 핵시설·핵물질 통제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 北 진입할 수도
    美 CSIS·USIP의  ‘중국이 보는 북한의 미래’ 공동 보고서

    지난해 7월 베이징 근교에서 기동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196보병연대

    지난해 6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북한·중국 전문가들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 및 국가기관·인민해방군 연구자들과 집중적인 토론을 벌인 이들 전문가는 지난 1월3일 ‘제멋대로인 이웃에 대한 예의주시(Keeping an Eye on an Unruly Neighbor)’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북한체제의 내구성, 북한 급변시 중국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중국측 시각을 밀도 있게 다룬 이 보고서는 많은 국내외 언론과 정책 당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중국은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과 지역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중국을 향한 도전이라고 봤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 수뇌부가 ‘극악한(flagrantly)’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한 데서 드러났다. 이러한 용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과 미국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과 같은 공격적인 행위를 비판할 때에만 선택적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더욱이 베이징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1718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예견하기 어려운 수준의 행동이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인민해방군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의 행동을 무조건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전, 중국은 평양에 별다른 압력을 가하지 않았고, 대신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나 지역 안정에 긍정적인 정책을 펴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수준의 유인발언을 주로 사용했다.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6자회담 참가국 사이, 특히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를 장려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개발 시도를 통제하기 위해 중국이 유인뿐 아니라 압력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이익’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시인했다.

    중국 정부 관점에서 북한 핵실험은 북중 관계가 6·25전쟁 이후 지속돼온 형제적 관계에서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에 이미 들어섰음을 인정하게 만들고, 그 같은 변화를 더욱 재촉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중국의 한 저명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냉전 기간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단순했지만 지금은 훨씬 복잡하다. 양국은 여전히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관계가 갈수록 평범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normal state-to-state relationship)로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형제 관계’에서 ‘일반적 관계’로

    美 CSIS·USIP의  ‘중국이 보는 북한의 미래’ 공동 보고서

    美 CSIS·USIP의 ‘중국이 보는 북한의 미래’ 공동 보고서 원문.

    근래 들어 중국 내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거워졌다. 다양한 견해가 공식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형국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러한 논의가 북한이나 미국에 좀더 탄력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혹은 이러한 다양한 논의는 북중관계를 놓고 중국 최고지도부 내부에 이견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 문제 관련 논의를 추적하는 것은 중국 최고지도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긴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북한 문제의 핵심 이슈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다. 중국 당국자들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조를 이어간다면 결국 북한은 핵 폐기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버릴 수 있을지에 대해 극히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국 내에도 존재한다.

    한 저명한 북한 핵 문제 전문가는 “중국은 북한의 핵 폐기와 김정일 체제의 안정이 동시에 이뤄지기를 원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핵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슈는 북한이 중국에 과연 어떤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중국의 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략적 자산(asset)’이 아니라 ‘전략적 부채(liability)’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 핵실험은 이러한 목소리에 크게 힘을 실어준 형국이다. 대북 원유제공을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축소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물론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북중 국경지대의 안정을 유지하거나 완충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반도가 통일되는 경우에 대비한 중국의 이익 보호 역시 북중관계 유지의 중요한 근거로 쓰인다.

    “북핵 용인되면 중국은 정치적 고립”

    그러나 이른바 ‘완충지대(buffer zone)가 필요하다’는 전통적인 논리는 최근 들어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 군사과학원에 근무하는 한 인민해방군 중견 연구원은 “냉전 종식 이후 완충지대 유지의 중요성은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며, 앞으로 강대국 사이의 새로운 긴장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갈수록 그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군은 완충지대 유지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슈로는 1961년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우호조약의 유지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를 완전히 무효화하자는 주장은 현재까지 소수에 머물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제3국의 침략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자동적으로 개입한다’는 조항을 삭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중국의 한 분석가는 “동맹의 일방이 동맹답지 않게 행동한다면 다른 일방 역시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전히 중국 내 다수 전문가는 조약의 유지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현재 취하고 있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평양과 워싱턴에 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이 어느 정도 개입할지 명확히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중국측 학자들에 따르면 이 모호성이야말로 전쟁 발발을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네 번째 주제는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중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혹은 그 반대일지의 문제다.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학자는 많지 않지만, 중국측 학자들이 북미관계의 개선속도와 중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공식적으로는 북미관계의 개선이 북한의 핵 포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북미관계가 어느 수준까지 진척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측은 북미관계 개선이 단기적으로는 6자회담 내에서 중국의 역할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가까워질수록 중국의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고민한다.

    특히 몇몇 중국 측 전문가는 북한이 일정한 양보를 한다면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저명한 분석가는 예를 들어 “북한이 핵 비확산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를 약속한다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렇듯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 틀 밖에서 별도의 거래를 할 경우, 북한의 핵 포기를 주장해온 중국은 고립될 것이며 북중관계도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측은 이미 1998년 인도 핵실험 때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 정부에 인도를 압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인도의 핵 프로그램을 용인했고, 이를 통해 인도를 중국 고립전략에 동원했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이 인도와의 긴밀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중국은 이때의 교훈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개혁 능력 불분명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유지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은 북한의 혼란으로 난민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오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으며, 평양의 정치적 불안정이 강대국의 개입과 전쟁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또한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한반도를 통일할 기회를 얻을 것 역시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중국의 군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시설이나 남한의 핵발전소가 공격을 받아 방사능 오염이 중국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염려하며, 핵무기나 핵 물질이 위험세력에게 넘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중국의 분석가들은 현재 북한 체제가 안정돼 있으며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체제불안정을 야기하기 위한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향후 수년간 안정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데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제개혁을 통한 지속적인 발전이 안정 유지의 필수 요건이지만 이를 위한 북한의 능력은 확실하지 않다.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경제개혁이야말로 북한 체제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었다.

    중국측이 북한의 안정 여부를 평가하는 데는 다양한 가늠자가 있다. 이는 크게 ▲체제 내의 파벌 형성과 김정일 권력에 대한 잠재적 도전그룹의 형성 여부 ▲정치적 통제와 사상교육 ▲외부의 영향 ▲김씨 일가에 대한 일반 대중의 충성심 ▲범죄나 불법행동의 추세 ▲경제문제와 식량공급, 경제개혁 ▲김정일의 건강과 권력승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즉각적인 불안정의 징후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잠재적 불안정 요인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 연구자들은 현재 북한 내부에 김정일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은 없지만, 군 당 내각 사법·치안기관의 다양한 이익집단에서 잠재적인 도전의 징후가 있다고 주장한다. 북중 국경을 넘는 교류가 급증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정보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부정적인 징후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영향이야말로 북한의 권력층을 약화시키는 가장 우려스러운 요소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러한 비사회주의적 영향이 인민들로 하여금 김정일의 신적(神的) 지위를 의문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아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체제 안정을 가늠하는 핵심지표는 군과 일반 대중의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이다. 군이나 엘리트 계층 내부의 동요 증거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일반 인민들은 다르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민족주의 강화나 일반 대중의 자신감 고양을 통해 권력체제 안정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었지만, 과도한 정치적 구호의 남발로 그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 분석가들은 정치적 안정을 위해 매끄러운 권력 승계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믿을 만한 개인 혹은 그룹에 정권을 이양할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사망한다면 사회적 불안정은 물론이고, 정치적 붕괴도 뒤따를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는 관측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 위원장에게 당뇨와 심장병 증세가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하지만 권력 승계를 위한 사전준비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

    상당수 중국 측 학자와 당국자들은 김정일이 그의 아들 중 하나에게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해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자식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경우에도 의견은 분분하다. 맏아들인 김정남은 후계자 후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다른 두 아들에 대해서도 아직 너무 어리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다른 두 아들은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야심이 없다는 것이다.

    집단지도체제로 승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중국 전문가들은 그 안에서도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 한 명이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의 중심에 서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경제 분야 관료들이 중심이 되는 체제도 가능하며, 군부 중심의 집단체제가 형성될 수도 있다. 북미관계가 정상화하고 경제상황이 개선되면 경제관료가 중심이 되는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남북 간 혹은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에는 군부가 집단권력을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다.

    몇몇 중국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혈통이나 자기 가족의 안전보다 국가를 다스릴 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중국 당국자는 “아들 가운데 특출한 능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그가 선택되겠지만, 아무도 자격이 없다고 결론 내려지면 다른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북한 급변시 국경봉쇄 실패할 듯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경우 중국은 우선 난민의 대거 유입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식량제공 보장과 국경경비 강화에 나설 것이다. 인민해방군 당국자는 국경폐쇄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것인지는 자신하지 못했다. 1390여 km에 이르는 국경은 너무 길고 돌파가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필요한 경우 북한 지역에 인민해방군을 파병할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은 이러한 군사기동에 앞서 유엔과의 긴밀한 협의나 사전양해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길 원하지만,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되거나 국제사회의 대응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못한다면 먼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인민해방군 연구자들에 따르면, 중국군이 비상사태시 북한 내에서 수행하게 될 대응계획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난민보호나 자연재해에 따른 구호 제공 등의 인도적 지원 ▲민정경찰과 같은 평화유지 혹은 질서유지 임무 ▲북중 국경 인근의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공습으로 방사능 오염이 우려될 경우 이를 제거하고 핵무기와 핵 물질의 안전을 확보하는 환경 통제 임무 등이 그것이다.

    “누가 北 정권 잡든 상관 안 해”

    중국 측 전문가들은 중국이 필요한 경우 북한의 정권교체를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안정이 유지되는 한 누가 정권을 잡고 있는가는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연구자들은 서방의 예상과는 달리 북한의 행동이 중국의 이익에 견디기 어려운 위협이 된다고 해도 친중(親中) 정권을 세우려는 공작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그러나 같은 의미에서 이들은 북한 내부의 동력에 의해 정권교체가 벌어지는 경우에도 베이징이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 연구기관 분석가들과 인민해방군 연구자들이 이전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불안정 징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북한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중국의 이익에 위협이 될 경우 중국이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이러한 논의가 단순히 학문적인 토론의 영역에 머물러야 하는지 혹은 미중 군사·정보당국의 협의 테이블에서 논의되어야 할지 결정하기란 아직 쉽지 않은 문제인 듯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안정 문제를 미국과의 공식적인 외교채널을 통해서 논의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이 경우 핵무기와 핵 물질 통제 같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협력방안 역시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석가들은 이러한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체제 불안정 문제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한 인민해방군 중견 연구자는, 그러한 논의가 군 당국 사이에서가 아니라 중국 외교부와 미 국무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그렇듯 시급한 지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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