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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해체! 기로에 선 과학기술계

“과학-기술 분리는 난센스, ‘성장동력 진공시대’ 올 수도”

  • 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eb8610@donga.com

과기부 해체! 기로에 선 과학기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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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해체!  기로에 선 과학기술계

설 연휴 전날 긴급히 마련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학계 원로들이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인수위의 과기부 해체안은 과학기술계의 반발과 여야협상을 거치면서 내용이 다소 바뀔 전망이다. 우선 명칭을 교육과학부 대신 교육과학기술부로 수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분리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반론에 인수위측이 한발 물러섰고, 이에 따라 명칭에 ‘기술’을 추가하기로 했다는 것.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협상이 마무리돼야 명칭도 확정될 전망이다.

혁신본부의 폐지로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도 되살아났다. 기획재정부에 R&D 예산조정과 평가 기능을 넘겨주는 대신 교육과학부에 과학기술정책조정국을 만들어 국과위의 국가R&D사업을 종합적으로 기획조정하는 사무국 역할을 맡게 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과기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는 인수위 안대로 두 분야로 쪼개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부에서 관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원자력발전 업무를 다시 교육과학부로 가져오게 된다. 결국 과기부 업무가 세 군데로 완전 분산될 처지에서 일부 기능이나마 교육과학부로 더 가져오는 쪽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이 같은 큰 틀에서 확정된다고 해도 과기부 산하 관련단체들의 관할문제와 구체적인 업무분장 등을 놓고 앞으로 상당기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과기부와 교육부의 ‘동거생활’에 많은 문제점이 터져 나올 것이라며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용주의에 밀린 과학기술



인수위가 과학기술부 해체라는 예상외의 강수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 과학계는 아직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 살리기’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더욱 중시해야 하는 터에 주무부처의 해체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수위 측은 언론에 발표된 과기부 해체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배경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부가 비효율적이고 시대적 역할이 끝났다’ ‘선진국에 과학기술부가 없으며 부총리 체제도 불필요한 거품이다’라는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와 인수위의 과기부에 대한 기본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창경 교수(한양대 신소재공학)는 “과학과 기술을 분리하려 한다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함구령이 내려 말하지 않겠다”며 “그동안 혁신본부의 역할이 맞았는지, 효과가 있었는지 현장 연구원들에게 물어봐라”고 말했다. 과기부를 관할하는 인수위 경제2분과 소속은 아니지만 과기부 개편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교수의 이 같은 지적은 참여정부 과학정책의 핵심기구였던 혁신본부의 역할 등 기존시스템에 대한 인수위 측의 불신감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참여정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깊은 데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경제논리에 힘없는 과기부가 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학자들이 인수위를 주도하다 보니 인풋과 아웃풋이라는 경제논리로 과학기술행정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 결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조직개편으로 몰아갔다.”(유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부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바꾸자는 것으로 본다. 그동안의 연구내용이 산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기업의 불만이 당선자 측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박종구 KIST 나노과학본부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실용주의 혹은 비즈니스 중시 마인드가 과기부의 해체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개발이 곧바로 산업현장으로 연결돼 비즈니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과기부체제보다는 지식경제부(산자부)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상당부분을 지식경제부로 넘기겠다는 인수위안은 이 같은 이 당선자의 마인드에 충실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성과를 경제논리로만 재단하는 것에 대해 과학기술계가 방어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이라고 관련인사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인수위원회에 과학기술계 인사는 거의 배제돼 있다. 과기부 개편문제를 다룬 경제2분과의 경우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가운데 과기부를 대변할 사람은 전무하다.

인수위원으로 건교부 출신이, 전문위원으로 산자부 정통부 건교부 농림부 해수부 출신이 포진한 것에 비하면 과기부는 완벽하게 배제된 형국이다. 과학계 인사들은 과기부 해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과기부나 과학기술 분야의 학회와 연구기관은 물론 과학자의 의견을 반영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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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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