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 국세청 로비의혹 공방전

  • 한상진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3-10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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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찾아가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직접 부탁”
    • “S해운, 정 비서관에 1억원, 가족에게 1억원 이상 줬다”
    • “국세청 뒤 카페 주차장에서 현금 받은 국세청 직원 있다”
    • “정부, 청와대 최고위층 인사 청탁 대가로 명품 받아”
    • “2004년 3월 돈 가져왔기에 호통 쳐서 돌려보냈다”
    • “검찰 서면조사에서 다 밝혀…이씨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
    • “이씨, 남대문 재개발 관련해 내 사위라며 사기 치고 다녀”
    [고발인 이씨 ] “정 비서관에 1억, 정·관계에 5~6억 뿌렸다”

    [정상문] “이씨는 학력도 속인 사기꾼…뇌물 받은 적 없다”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 국세청 로비의혹 공방전

    이씨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진술서, 로비 리스트, 양심고백의 글. 오른쪽은 정상문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의 ‘어릴 적 친구’이자 노 정부 핵심실세인 정상문(鄭相文·62)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중소 해상운송업체인 S해운의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세청 고위인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다.

    이번 사건은 정 비서관의 사위였던 이모(36)씨의 입에서 비롯됐다. S해운 이사를 역임한 이씨는 지난 연말 S해운의 비리 내역이 담긴 고발장과 진술서를 제출했는데, 거기에 정 비서관과 국세청 고위인사 등이 연루된 로비 의혹이 포함돼 있었던 것.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김대호)는 이씨의 진술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란 점에 주목했다. 허위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당시 상황이 매우 자세하게 설명돼 있었기 때문이다. 진술서와 함께 이씨가 작성한, 이미 언론을 통해 실체가 드러난 바 있는 로비 리스트의 내용 또한 구체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리스트에 거명된 당사자들은 펄쩍 뛰며 관련 내용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S해운, 정 비서관, 국세청 관계자 등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은 모두 이씨의 진술 내용이 허위라고 반박한다. 정 비서관은 “완전히 소설 같은 얘기”라며 언급 자체를 회피할 정도.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주장이 비교적 일관되고 자세하지만, 당사자들이 부인으로 일관해 애를 먹고 있다. 관련인들 주변의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끝나자 검찰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었다. 언론을 통해 수사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라 검찰의 행보는 더 바쁘다. 최근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해온 조사부 수사팀에 특수부 소속 검사 2명을 포함, 10여 명의 수사진을 추가 투입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장인과 사위의 악연

    이씨가 한때 장인이던 정 비서관의 비리를 고발한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뇌물 독직 사건이 원한과 이해관계에서 빚어지는 터라 그의 고발배경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건이 불거진 배경에는 정 비서관 가족과 이씨 사이의 불행한 가정사가 있다. 2003년 9월 정 비서관의 딸과 결혼한 이씨는 2년여 후인 2006년 초 이혼했다. 이씨는 이와 관련, “2004년 말 이미 이혼을 원했고 2005년에는 (정 비서관의 딸과) 살기 싫어 미국으로 도망갔다”고 말한다. 반면 정 비서관은 “(딸의) 결혼 직후 이씨가 우리 가족에게 모든 것을 속였음을 알게 됐다. 심지어 학력도 속였다. 미국 MBA 출신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고졸학력이 전부였다. 직업도 없는 백수였고 집안끼리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당시 딸 부부 문제로 잠을 못 자고 고민했을 정도였다. 이혼은 우리 쪽에서 원한 일이었다”며 이씨의 말과는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

    이혼 과정의 갈등 외에도 이씨가 정 비서관을 겨냥한 이유는 또 있다. 이씨는 “2006년 9월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남대문 재개발 사기사건이 더 큰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혼 후 사업을 하며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 비서관이 권력기관에 압력을 넣어 계속 괴롭혔다”는 게 이씨의 주장. 그는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남대문 사기사건에 대한 이씨의 주장은 이렇다.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 국세청 로비의혹 공방전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국세청.

    “나는 건설업을 하는 친척과 정상적인 돈거래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정 비서관은 경·검에 압력을 넣어 사기를 친다며 나를 잡아넣으려 했다. 당시 나를 조사했던 담당 경찰도 ‘누군가 당신(이씨)을 잡아넣기 위해 압력을 넣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증거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 비서관의 설명은 다르다. 1월31일 기자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정 비서관은 “2006년 이씨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위라는 점을 이용해 남대문 재개발 관련 사기사건을 벌인 일이 있다. 이씨는 한마디로 사기꾼”이라고 말했다(인터뷰 기사 참조).

    이씨는 또 “S해운에 들어간 배경도 따지고 보면 당시 장인이던 정 비서관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당시 광고회사에 다니던 이씨는 S해운 입사 배경에 대해 “당시 S해운이 나에게 한 제안은 뿌리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엄청난 액수의 돈이었다. S해운의 주식 20%를 받고 그와는 별도로 현금 30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붙었다. “S해운이 받고 있는 국세청 세무조사가 무사히 끝나야 한다”는 것. S해운은 국세청에 대한 전방위 로비가 성공적으로 끝나가던 2004년 5월14일 약속대로 이씨와 주식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씨는 “S해운은 당시 내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나를 이사로 뽑은 이유였다. 내 역할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것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술서, 로비명단, 양심고백서

    갈등은 S해운이 이씨와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이미 계약서까지 쓴 S해운의 주식 20%는 실제 이씨에게 넘어오지 않았다. 현금 30억원도 공수표가 됐다. 오히려 가족관계가 악화돼 이혼할 처지에 몰렸다. 이씨는 “(그 사건으로)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나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기자는 이씨로부터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과 진술서, 로비 명단, 이씨가 직접 작성한 양심고백 글 등을 건네받았다. 이들 자료에는 로비가 이뤄진 정황 등이 비교적 상세히 기재돼 있다. 기자는 이 자료들을 근거로 1월31일과 2월5일 두 차례에 걸쳐 이씨와 심층 인터뷰를 가졌다. 그리고 수십 차례 전화 확인 과정을 거쳐 자료에 담긴 내용이 이씨의 주장, 검찰 진술 등과도 일치함을 확인했다. 다음은 이씨의 검찰진술서 중 국세청 로비와 관련된 부분이다. 진술서와 로비 리스트에 거명된 대부분의 정·관계 인사가 취재를 거부하고 있어 실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진술서와 글에는 어법, 철자법, 띄어쓰기 등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원본 내용의 왜곡을 막기 위해 그대로 싣는다. 괄호 안의 문구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써 넣은 것이다.

    1. 본인은 결혼 무렵부터 알게 되었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이○○과 권○○(S해운 사람이 아님)이가 저의 사무실 (‘주’○○○ 광고회사 강남구 청담동 M빌딩 3층)로 찾아와서 S해운의 세무사찰(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 본인은 이○○으로부터 S해운 비자금 350억 내지 400억원을 조성한 일로 (S해운의) 전직임원이자 주주인 서○○가 국세청에 (S해운의) 세금탈루 (사실을) 고발하고 검찰청에 고소한 결과 서울지방국세청이 S해운으로 세무사찰을 나와 서류 및 노트북 등을 압수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 이○○은 본인에게 S해운의 김○○을 만나자고 하여서 서초구 남부터미널근처의 호텔커피숍에서 만나서 정식으로 소개를 받고 본인에게 S해운의 상황과 향후 발전 방향 등을 설명하면서 같이 일하면서 이 고난을 한번 이겨 보자고 정식으로 제의를 하였습니다.

    4. 이○○과 김○○은 본인에게 본인의 장인으로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봉직중인 정상문 비서관을 통하여 조사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두 번째는 제일 중요한 게 지금 노트북인데 노트북을 회수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가부를 알려 달라고 하며, 자기(이○○, 김○○)에게는 사건이 무마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해 봐 달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국세청장 “앞으로 걱정 말라”

    5. 본인은 처갓집이었던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로 찾아뵙고 그 사실을 당시 장모(정 비서관의 처)였던 ○○○씨에게 말을 하였고 ○○○씨는 급하니까 정상문 총무비서관에게 말씀드리겠다고 하였으나 바로 통화가 불가능하여서 저는 강남의 사무실로 돌아오던 중 장모님께서 전화가 와서 지금 당장 장인의 사무실로 찾아뵈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즉시 청와대로 방향을 바꿔서 청와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면회실을 경유하여-면회실에서는 전화로 사위가 왔다고 알려주어서 확인을 하고 사무실로 찾아 뵐 수 있었습니다-정상문 총무비서관을 찾아뵈었습니다.

    6. 본인은 청와대에 들어가서 장인인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제가 투자했던 회사가 지금 세무사찰을 당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제일 급한 것은 노트북 회수이고 두 번째는 세무사찰을 좀 없게끔 선처를 해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5. 그 자리에서 장인어른은 “알았다”며 한번 확인하고 연락을 주시기로 하셨는데 장인어른께서는 청와대에 국세청 행정관이 파견 나와 있어서 그 사람을 시켜서 확인을 하여 보았더니 그 노트북 회수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고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운 걸로 파악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시다가 당시 ○○국세청장인 ○○○한테 부탁을 하셨습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미가 호텔(현 임페리얼팰리스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셔서 “사위회사가 지금 세무사찰을 당하였는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당시 ○○○ 청장은 ○○○의 사돈으로 ○○국세청장이었는데 정상문 비서관의 도움으로 ○○국체청장으로 옮겨 왔었습니다. 이날 (만남이) 끝나고 정상문 총무비서관의 조카며느리가 원자력병원에 암으로 입원하여 3명-정상문,정○○(정 비서관 딸), 본인-이 같이 병원에 위문을 갔었습니다.

    추후에 세무사찰이 마무리되고 ○○○ ○○국세청장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정식집 ○○에서 주변 가족들이-○○○ ○○국세청장 내외, ○○○ 아들 딸 내외, ○○○ 청와대 수석 부인, ○○○ 최○○사장 내외- 모두 모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드렸으며 식사 후 지하의 노래방으로 내려가기 전 정상문 총무비서관을 통하여 “회사일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렸으며 ○○○ ○○국세청장은 그 자리에서 “잘 되어서 다행이고 주변 분들과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잘 처리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면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S해운 김○○ 상무가 로비 핵심”

    6. 20004년 2월경 본인이 알고 지내던 당시 국무총리실 경찰공무원인 ○○○를 만나서 세무사찰의 문제를 부탁하자 당시 (경찰공무원 ○○○이) 국세청 간부 ○○○을 만나서 “청와대 실세인 총무비서관의 사돈회사가 탈세제보를 조사 중이니 잘 좀 선처를 부탁한다”고 하였습니다. (국세청 간부) ○○○은 S해운의 세무사찰 담당부서 과장 및 담당에게 압력을 가하도록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후 며칠 후, 부산경남 출신 고위공무원 모임에서 국세청 간부 ○○○은 정상문 총무비서관을 만나서 “사돈회사는 잘 처리될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여서 장인인 정상문 총무비서관은 “감사합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장인인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본인에게 말씀을 하여 주었습니다.

    7. 그 다음날 본인은 바로 S해운 박○○ 대표이사와 김○○ 상무와 서초구에 위치한 ‘○○○○’라는 술집에서 만나서 “이제는 모든 힘든 것은 지난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를 드렸습니다. 당시 박○○ 사장과 김○○ 상무는 집에 못 들어가고 호텔에서 숨어 지내면서 회사에도 출근을 못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진행방법과 로비 및 회사 문제는 3인이 협의해서 잘 진행하자”고 박○○ 대표이사가 말씀을 하였으며, 그러면서 본인에게 “공로로 주식을 주겠다”고 하면서 얼마 후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를 공증하여 주었습니다. 당시 술자리에는 박○○, 김○○, 이○○, 권○○ 본인을 합하여 5명이 참석하였습니다.

    8. (S해운) 김○○ 상무가 변호사를 선임을 하여야 한다고 하여 장인에게 소개를 부탁하여서 본인이 장인에게 부탁-부탁을 드린 날은 대통령 탄핵 전후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정식집인 ‘○○○’에서 정상문, 박○○, 신○○ 3분이 참석-을 하자 당시 법무법인 ○○○ 출신인 ○○○씨를 통하여서 ○○○ 소속 변호사를 소개받아서 의뢰를 하게 되었습니다.

    9. 당시 공식적으로는 변호사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으로 하되 내부적으로는 로비를 통하여 사건을 무마하기로 하자고 정상문 비서관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야지 추후에도 문제발생시 잘 처리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중략’

    고발인 이모씨 인터뷰

    “모든 것 공개하면 정 비서관 크게 다친다”


    ▼ 정상문 총무비서관의 국세청 로비는 사실인가.

    “2004년 2월경 S해운의 세무조사 문제를 부탁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갔다. 당시는 아내가 여동생과 싸운 뒤 친정에 가 있을 때였다. 내 부탁을 받은 정 비서관은 국세청 간부 ○○○씨를 한 호텔에서 만나 S해운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나에게 ‘잘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 ○○○씨는 정 비서관의 도움으로 승진한 사람이다.”

    ▼ 정 비서관은 “○○○씨를 사석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일도 있었다. 2004년 말경 S해운 세무조사가 끝난 뒤 국세청 간부 ○○○씨와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그에게 감사인사를 드렸다. 국세청 간부 부부, 딸 내외, 아들 내외도 있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그의 아들이 나와 나이도 같고 비슷한 곳에서 공부했음을 알게 돼 반갑게 인사한 일도 있다. 당시 국세청 간부 아들의 차가 아우디 A6였다.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 정 비서관에게 1억원을 건넨 당시 상황은.

    “2004년 3월6일 S해운 김○○ 상무로부터 1억원을 받아 정 비서관의 집으로 가지고 갔다. ‘회사 돈인데 잘 쓰시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받으셨다. 물론 당시 정 비서관은 그 돈을 순수한 돈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가성이 있는 돈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정 비서관은 S해운 세무조사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도와주고 조언한 사람이다. 언론에는 당시 정 비서관이 호통을 쳐서 그 자리에서 돈을 돌려보낸 걸로 되어 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우리 부부가 잠시 처가에서 생활하던 때였다. 돈을 들고 갈 곳도 없었다.”

    ▼ 경찰 간부를 통해 국세청 간부 ○○○에게 로비를 시도한 적이 있나.

    “사실이다. 2003년경부터 알고 지내던 경찰간부 ○○○씨를 통해서였다. 그는 국무총리실에 파견 중이었고 사직동팀에서 국세청을 담당했던 사람이라 청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2004년 2월 중순경 중앙청 뒤 커피숍에서 만나 부탁했다. 그의 부탁을 받은 국세청 간부 000씨는 권씨에게 ‘비밀만 지켜주면 최선을 다해서 막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 S해운이 당시 로비에 사용한 자금 규모는.

    “5억~6억원 정도였다. 그중 정 비서관에게 1억원을 줬고 1억원은 내가 썼다. 3000만~5000만원은 경찰간부, 나머지 대부분은 국세청으로 갔다. 당시 조사4국 직원들과 고위직 인사들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변호사를 소개해준 청와대 수석 ○○○씨에게는 식사대접을 했다고 들었다.”

    ▼ ‘양심고백’ 등에서 정 비서관의 또 다른 부정행위를 적고 있는데 모두 사실인가.

    “정 비서관의 도움으로 청와대에 온 ○○○수석은 감사를 표시하며 명품 정장을 선물했다. 정 비서관의 도움으로 장관이 된 ○○○의 경우 정 비서관에게 고맙다며 청계산 등산을 하면서 현금 1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청탁을 들어주고 대가를 받은 사례는 그 외에도 많다. 청와대에 들어갈 당시 청렴했던 정 비서관이 점점 변해갔다.”

    ▼ 정 비서관은 처음부터 딸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를 데리고 자신의 고향에 다녔을 정도로 관계가 좋았다. 심지어 산업은행과 관련된 어떤 회사의 인수건으로 나에게 심부름을 시킨 일도 있다. 결혼 전부터 청와대에 드나들며 심부름을 많이 했다. 내가 모든 것을 공개하면 정 비서관은 크게 다친다.”

    ▼ 정 비서관의 비리를 고발한 이유는.

    “처음 S해운을 고발할 당시에는 정 비서관의 이름도 넣지 않았다. 한때 장인이었던 정 비서관과 관련된 일이 공개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비서관은 나와 우리 가족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이 사건을 잘 모르는 나의 부친까지 걸고 넘어졌다. 결혼 전후 우리 가족에 대해 뒷조사를 한 것도 알고 있다. 2006년에는 권력기관에 압력을 넣어 (남대문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나를 구속시키려 한 일도 있다. 자신(정 비서관)의 손자를 키우고 있는 나를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는 것에 놀랐고 실망했다. 작년말 정 비서관의 부인이 우리 집으로 연락을 해서 ‘이 문제와 관련해 더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잠시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의 처벌을 달게 받을 생각이다.”


    18. 이 과정에서 많은 금품과 접대가 있었습니다. 김○○ 상무가 국무총리실 경찰관인 ○○○씨에게 현금 3000만원을 전달하였습니다. 국세청 (간부) ○○○에게 선처를 부탁한 일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국세청 간부) ○○○에게 전달해 달라고 몇 천 만원이 전달되었습니다.

    19. 그리고 (S해운) 김○○ 상무는 회사의 비자금을 이용하여 수많은 뇌물을 공여하였으며 이런 내용을 본인이 정확하게 아는 이유는 모든 로비를 김○○ 상무의 지시에 의하여 같이 활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본인은 김○○ 상무하고 거의 매일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지냈습니다.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 인터뷰

    “돈 다시 돌려보냈다, 문제 될 것 전혀 없다”


    1월31일 S해운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및 로비 사건과 관련해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는 이 인터뷰 이후 불거진 인사청탁 관련 의혹, 정 비서관의 추가 금품수수 문제 등에 대해 정 비서관의 해명을 다시 들으려 했지만,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 정 비서관은 끝내 응하지 않았다.

    ▼ S해운의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일이 있나.

    “전혀 사실무근이다. 그럴 이유도 없었다. 나는 오랜 공직생활 동안 대부분 감사업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결벽증이 있다. 국세청 로비라니 말도 안 된다. 이씨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 1억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나왔다.

    “2004년 3월경 이씨가 1억원을 가져온 적이 있다. 하지만 그날 바로 ‘왜 이런 돈을 나에게 주느냐’고 호통을 쳐서 돌려보냈다. 당시에는 사위가 S해운에서 일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내가 사건에 간여했다면 딸 부부를 이혼시킬 수 있었겠나. 이씨가 S해운을 상대로 낸 고발장에는 내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S해운과 이씨가 싸우는 와중에 내가 희생양이 됐다.”

    ▼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하루는 퇴근해서 집에 가니까 사돈집에서 돈을 보내왔다며 이씨가 돈을 내밀었다. 당시 집을 사면서 빚(9000만원 은행융자)을 낸 것이 있었는데 이 빚을 갚는 데 쓰라는 것이었다. 서재에 돈을 놔뒀다가 바로 들고 나가도록 했다.”

    ▼ 2004년 세무조사 당시 S해운 관계자들을 만난 적은 있나.

    “나는 S해운이라는 회사를 가본 적도 없고 그 회사 사람들을 만난 적도 없다. 당시 이씨의 부친이 이 회사와 관련된 문제를 상의해 와 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에게 자문한 일은 있다. 하지만 ‘똑똑한 변호사를 선임해서 처리하라’고 조언해줬을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 이씨는 한때 사위였던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관계가 됐다고 보나.

    “결혼할 때부터 이씨 집안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특히 이씨의 부친은 결혼 초기부터 청와대와 집으로 나를 찾아와 이런저런 청탁을 해서 나를 괴롭혔다. 청탁이 너무 많아 내가 그를 피해 다녔을 정도였다. 2006년에는 내 사위임을 이용해 남대문 재개발과 관련된 사기를 친 일도 있다. 언론에도 보도돼 (내가) 많은 피해를 봤다. (사기를 친) 당시는 내 딸과 이씨가 법적으로 이혼한 뒤였다.”

    ▼ S해운이란 회사를 처음 알게 된 때는 언제인가.

    “2004년 2월경 이씨의 부친이 나를 찾아와 ‘S해운에 70억원가량 돈을 빌려준 일이 있는데 이 회사를 인수해서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 S해운이란 회사에 대해 처음 얘기를 들었다. 사위인 이씨로부터 S해운의 얘기를 들은 것은 나중의 일이다. 2004년 초에는 이씨가 S해운에서 일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당시 딸로부터 이씨가, 선배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결혼 당시 이씨는 직업이 없었다.”

    ▼ 최근 이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았나.

    “(검찰로부터) 서면조사만 받았다. 내가 이번 사건에 거론되고 있다고 해서, 나 스스로 그간의 일을 글로 써서 검찰에 보냈을 뿐이다. 나는 이 사건과 관련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되어 가슴 아프다. 이씨가 S해운측에서 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내 문제가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진 것 같다. 여하튼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


    이씨는 진술서 외에도 본인이 직접 작성한 ‘양심고백’과 ‘정상문 총무비서관’이란 제목의 2개 글에서 자신이 정 비서관의 사위가 된 과정과 로비가 이뤄진 당시 정황, 그리고 정 비서관이 인사청탁 등을 처리해준 대가로 정·관·재계 인사들로부터 받은 금품목록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 이씨는 이러한 내용과 관련 “이런 것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정 비서관이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부득이 이러한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가 작성한 자료의 내용 중 일부.

    1. 2004년 8월13일 신반포지점 발행(S해운) 배서해서 4800만원 수표 받음.

    (S해운 상무) 김00 발행, 김00 이00을 통하여 받음.

    사유 : 국세청 조사 및 범양상선 인수작업 위로금 및 보너스

    (이상 ‘양심고백’ 글에서)

    2. (정 비서관이) 000 청와대 00수석으로부터 루이비통 핸드백과 명품 옷을 선물받음.

    3. 군 장성(인사 문제) 해결로 서초구 신세계에서 루이비통 핸드백 받음.-당시 같은 성당의 친분 있는 사단장의 와이프로부터 보직문제로 청탁을 받아서 신라호텔에서 식사 후 보직사건 해결- (이상 ‘정상문 총무비서관’글에서)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이씨의 로비 리스트에는 다수의 고위직 공무원들의 이름과 이들이 받은 돈의 액수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이씨는 이미 지난해 연말 이들 인사들이 S해운으로부터 받은 금품 목록과 장소 등이 담긴 로비 리스트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진술서와 로비 리스트에 등장하는 고위직 공무원들은 모두 S해운의 로비대상이었다.

    총 로비자금은 5억~6억 원

    로비 리스트에 따르면, 경찰간부의 부탁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를 도와준 전직 국세청 간부는 S해운으로부터 3000만~5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국무총리실 경찰 간부도 도움을 준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국세청 직원은 국세청 뒤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수천만원을 받았다고 씌어 있다.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인사는 2004년 S해운의 세무조사 당시 정 비서관의 요청을 받고 S해운의 변호사 선임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나와 있으며, 전직 국세청 간부 A씨는 S해운의 간부와 국세청 고위인사로부터 부탁을 받고 세무조사를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A씨는 그 대가로 S해운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이와 관련, “리스트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S해운의 전직 간부인 서○○씨가 작성했다. 내가 직접 전달한 것, 전달하는 자리에 함께했던 것,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을 나눠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S해운측이 국세청 세무조사 로비와 관련 사용한 자금이 최소 총 5억~6억원 가량이라고 주장한다. “이 중 1억원 정도는 내가 썼고 1억원은 정 비서관에게 전달했다. 나머지 돈의 대부분은 국세청 등에 로비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고발인 이씨와 로비 리스트를 함께 작성한 S해운 전직 임원 서모씨는 최근 기자에게 “S해운이 2004년 총선을 전후해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한 386 정치인에게 1000만원을 줬으며 모두 6명의 정치인에게 건너간 돈이 총 1억원 정도 된다. 이들은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들”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지난해 연말 이씨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로비 관련자들 “터무니없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대부분의 관련자들은 이씨의 고발내용에 대해 검찰조사 과정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 돈을 받거나 로비를 시도한 일도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제출한 고발장에 피고발인으로 되어 있는 S해운 김○○ 상무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발 내용은 모두 터무니없다. 모든 진실은 검찰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취재를 위해 경찰청 간부 ○○○씨, 국세청 고위인사 등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국세청은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해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검찰의 조사를 지켜볼 것이며 로비를 받은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자료의 핵심. 국세청의 한 관계자도 최근 “국세청 인사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지만 단서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명이 거론된 전현직 인사들이 로비를 받고 사건을 무마한 단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이씨의 주장대로 전방위 로비가 있었던 것일까.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검찰수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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