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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큰형님’ 6급 공무원이 사는 법

권한도 책임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관(官)’자 달기 올인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말단 큰형님’ 6급 공무원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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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큰형님’ 6급 공무원이 사는 법

이명박 대통령은 3월10일 ‘공무원 머슴론’을 들어 공직 사회의 개혁을 촉구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6급까지는 아전(衙前), 5급 사무관을 달아야 벼슬아치.’ ‘관’자가 들어가야 비로소 고위 공무원이라는 뜻이지요. 7급까지는 순조롭게, 6급까지는 그럭저럭 승진이 가능하지만 5급 승진은 억세게 운 좋은 몇몇의 몫입니다. 비(非)고시 9급 출신은 보통 6급으로 퇴직합니다. 30년 일하고 주사로 퇴직하는 것이지요.”(서울 자치구 6급 공무원)

“기초자치단체에서 6급은 계장급입니다. 최소한의 관리 자격을 갖지요. 7급 주임일 때보다 민원인에 대한 파워가 훨씬 커집니다. 예컨대 허가권 하나도 직접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게 됩니다. 6급 관련 뇌물수수가 많은 것도 이런 권한을 악용하기 때문이고요.”(지방 군청 출신 행정안전부 6급 공무원)

“6급은 한마디로 ‘낀 세대’입니다. 직원 5, 6명을 거느리지만 마땅한 지위가 주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확실한 관리자 노릇을 하는 5급 사무관은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습니다. 반면 6급은 형식상 결재자이지만 실제론 협조자에 가깝습니다. 권한은 사무관인 과장에게 있고 사인만 대신할 뿐이거든요. 7급 직원들과도 권한에 있어 병렬구조에 가깝습니다. 고참 선임 격이지요. 조직이 피라미드형이면 좋을 텐데 6, 7급이 많아 비대한 항아리형이다 보니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습니다.”(부산 자치구 6급 공무원)

“예전엔 자치구 6급은 신문 읽다 사인하는 ‘땡 보직’이었습니다. 요즘은 밖에서 효율, 효율 노래를 부르니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되죠. 팀 전체의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게 우리 일이지만, 넘쳐나는 일에 주임들이 허덕이는 게 눈에 보이는데 빈손으로 있을 수야 없지요. 팀원들이 3개씩 맡으면 팀장이 2개 정도 하는 게 트렌드입니다. 현업 부서 팀장은 일일이 직원을 쫓아다닐 수 없어 이야기가 다르지만요.”(부산 자치구 6급 공무원)

6급 공무원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공무원의 정체성이 농익는 시기, 최소한의 관리 권한을 갖는 시기, 말단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 사이에 낀 애매한 시기, 승진에 목매는 시기, 아래로 위로 치이는 샌드위치 시기’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온몸으로 공무에 임한다. 신참 공무원, 고시 출신 5급 공무원, 올챙이 시절을 잊은 고위 공무원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애환이 있다. 이것이 6급 공무원을 공무원 사회의 대표주자로 선발한 까닭이다.



6급 울리는 ‘신인사 Fast Track’

모든 직장인은 승진에 울고 웃고 비분강개한다. 공무원은 특히 승진에 민감하다. 사기업은 성과급과 발탁인사 등 급여 외의 보상이 보편화했다. 공조직에는 그런 게 일절 없다. 9급부터 1급까지 직급은 사다리 격인데, 온몸을 던져 일해도 한번에 2, 3계단을 뛰어넘지 못한다. 단순반복 성격의 일 자체에서 흥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러니 승진이 유일한 성취 동기이자 보상책인 셈이다. 한 공무원은 승진을 “나를 한 단계 넘어서고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탈출구”라고 표현한다.

6급까지는 별 탈 없이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나가면 된다. 본게임은 5급부터다.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사무관 승진’을 둘러싸고 오늘도 공조직은 요지경 속이다.

경기도 A시청 6급 공무원 성재복(가명)씨. 고등학교 졸업 후 9급으로 입사해 올해로 공무원생활 30년째다. 지방 시청을 비롯해 그간 자리를 3번 옮겼다. 그의 최대 고민 역시 승진. 1994년부터 14년째 6급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승진 1순위에 올랐지만 번번이 다른 이에게 밀렸다. 공무원 인사는 교육 20%, 경력 30%, 근무평정 50%를 반영해 이뤄진다(올해부터는 내용이 바뀐다). 교육과 경력 점수로 치자면 진작 승진했어야 한다. 언제나 걸림돌은 평정이었다.

“인사대상에 오른 이들은 순위가 공개됩니다. 승진이 가까워오면 순위 관리에 들어가지요. 경력은 일정 햇수가 지나면 만점으로 채워져 변별력이 없습니다. 교육, 즉 시험성적은 들쭉날쭉하지만 차이가 크진 않고요. 게다가 금년부터는 아예 시험이 이수제로 바뀌었습니다. 중요한 건 평정인데 상급자가 점수를 매깁니다. 아무래도 주관적이기 쉽지요. 그래서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 1순위 평가항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한 구청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 7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승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처세술(50.8%)과 학연 및 지연(18.1%)이 1, 2위를 차지했다.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승진에서 실력은 중요 척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차라리 주무팀장을 맡아 술자리 하나라도 더 쫓아다니겠다는 것이다. 물론 사기업에도 연줄이 중요하게 작용하나 공조직의 잣대가 훨씬 더 주관적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5년차 서울시 7급 공무원의 말이다.

“공무원 일은 기본적으로 법규에 따라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행정 서비스예요. 전체 업무의 80%는 규격화됐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사기업처럼 ‘성과’를 위주로 평가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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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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