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Le Moment Disperse(흩어진 시간) / 허대욱

  • 최은정 음반 평론가 rabnina@dreamwiz.com

    입력2008-05-06 1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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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Moment Disperse(흩어진 시간) / 허대욱
    파리에서 활동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의 2집 ‘Le Moment Disperse’에선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의 곡은 어두운 침묵의 터널을 지나 거대한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재즈바에 들어선 순간을 연상케 한다. 강렬하고 세련된 음률이 고독함과 자유로움의 경계를 넘나든다.

    허대욱은 독보적인 기타리스트 허병훈의 아들이자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허원경의 동생이다. 초등학생 때 이미 작곡가의 뜻을 품었다는 그는 추계예술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드뷔시와 라벨 등의 인상주의 음악을 좋아하던 클래식 학도는 빌 에반스의 ‘Portrait in Jazz’를 듣고 화성구조를 캐면서 즉흥연주 ‘재즈’에 매료당한다. 첫 앨범 ‘To the west’를 발표하며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찬사를 받은 그가 이번에 두 번째 앨범을 내놓으며 자신만의 재즈 스타일을 확고히 다진 듯하다. 아름답고 섬세한 멜로디의 일곱 곡이 담긴 ‘Le Moment Disperse’는 빌 에반스, 브래드 멜다우 등 거물급 재즈 뮤지션들이 거쳐간 파리의 명 스튜디오 ‘뫼동’에서 녹음·제작됐다.

    앨범의 첫 곡 ‘Virage’(선회)는 시원하고 경쾌하다. 드럼의 김윤태와 허대욱이 이루는 역동적이고 섬세한 교감은 세계 명연주자들에 뒤지지 않는 역량을 과시한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Le Moment Disperse’(흩어진 순간)에선 파리의 향기가 배어난다. 유려한 피아노 선율과 필립 라카리에르의 베이스 연주가 음울한 분위기를 짙고 선명하게 표현한다. 유일한 피아노곡인 ‘Reflexion des Traces’(흔적들의 반영)에선 깔끔한 피아노 터치로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의 스산함이 배가된다. 조용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La Liberte Penible’(고통스러운 자유)에선 어느 순간 드럼과 베이스가 들어와 화려하게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시원한 여름비를 맞은 나무들의 싱싱한 푸르름 같은, 곧 갤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기다림 같은 연주. ‘Le Moment Disperse’는 파리로 건너간 허대욱이 자신감을 담아 보낸 메시지다.

    해금 in Melodies / 신날새



    Le Moment Disperse(흩어진 시간) / 허대욱
    해금 소리는 언제 들어도 애절하다. 밝은 기분으로 들으려 해도 어느새 가슴속에 애잔하게 흐른다. 상처를 다독다독 어루만지는 힘도 지녔다. 해금 연주자 신날새가 해금 명곡들을 모아 ‘해금 in Melodies’라는 제목의 음반을 발표했다. 피아니스트 김윤과 기타리스트 함춘호, 첼리스트 김영민이 세션으로 참여해 곱게 채색된 한국 전통의 소리에 서정성을 보탰다.

    시크릿 가든의 ‘Song From a Secret Garden’, 박태준 곡의 ‘찔레꽃’,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등 열두 곡이 따사로운 봄바람 같은 편안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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