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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인문학과 예술의 화려한 융합

  • 정여울 문학평론가 suburbs@hanmail.net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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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시리즈는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설명으로 미술사적/건축학적 관심을 촉발하지만, 아쉽게도 ‘그 다채로운 아름다움의 격전지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구체적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그것은 이 책이 이야기 중심이라기보다는 정보 중심의 구조로 이루어졌기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문제일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건축 속의 일상’이라는 문제는 바로 독자가 창조적으로 채워야 할, 독서의 유쾌한 ‘빈 칸’일 것이다.

서양 건축 넘어 삶의 건축으로

이제 건축과 미술의 뗄 수 없는 인연의 함수관계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첫 발을 내디딘 이 기획이 서양의 건축을 넘어 세계의 건축을, 일상의 건축을, 나아가 ‘더 많은 타자의 건축’으로 뻗어나가기를 꿈꿔본다.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은 일상적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들끓고 있다. TV 속 ‘러브하우스’는 끝났지만, 블로그나 미니홈피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러브하우스’를 만드는 노하우를 공개하는 네티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들은 ‘러브하우스’처럼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인테리어를 구비하지 않고서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정보만을 가지고, 작은 원룸을 아늑한 카페처럼, 오래된 아파트를 멋들어진 궁전처럼 만드는 경이로운 재능을 펼쳐 보인다. 귤껍질을 이리저리 짜 맞추어 세계지도를 척척 만들어내는 네티즌, A4 종이 한 장으로 세계 굴지의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내는 예술가를 보면, 건축이란 반드시 건물로만 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행복한 깨달음에 도달하곤 한다. 그리하여 건축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모든 이의 상상력 속에 존재하는 꿈의 설계도다.

괴테는 건축가의 운명을 이렇게 한탄한 적이 있다. “건축가의 운명은 가장 짓궂은 것이다. 한 번도 살아보지도 못할 건물을 낳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자주 그의 모든 영혼, 그의 모든 마음, 그의 모든 정열을 쏟아놓는가!”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건축가의 운명은 축복받은 것이 아닐까. 공간의 재배치를 통해 타인의 삶 자체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예술이나 공학을 넘어 한 개인이 수많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재구성을 통해 타인의 운명을 바꾸는 것. 좁다란 화폭의 예술을 넘어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를 화폭으로 삼는 것이 바로 건축가가 아닐까.

의사는 아플 때 우리 몸을 돌보지만, ‘집’은 아플 때든 슬플 때든 노여울 때든 행복할 때든 우리의 몸을 둘러싸고 간직하고 양육하는, 존재의 사후적 자궁 아닌가. 진정한 건축가에게 일상과 미학, 실용과 예술은 분리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의식주가 해결된 후의 ‘덤’이 아니다. 기름값이 없어 보일러도 때지 못하는 독거노인의 삶을 배려하는 건축가, 작은 화분이나 조명 하나로 집안의 분위기 전체를 바꾸는 주부의 정성 하나하나, 단돈 몇만원으로 집안의 인테리어를 개벽하는 신혼부부의 창조적 열정, 그 모두가 ‘미술’의 시작이며 ‘건축’의 과정이 아닐까.

신동아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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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문학평론가 suburb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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