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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高山淸水에서 만끽하는 느림의 미학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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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원삐하이 정경.

셋째는 느리게 여행하기다. 수박 겉핥기식의 ‘깃발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걷거나(慢走) 이동하면서 주위를 두루 구경하며(慢看) 여행을 과정까지 속속들이 즐기는 것이다. 그 대표적 형태가 명상 여행, 사색 여행인데, 리장에선 굳이 결심하고 찾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넷째는 느리게 운동하기다. 중국인들이 공원이나 광장에 모여서 태극권을 즐기는 것처럼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근육과 관절 하나하나를 풀어주는 방식의 운동법으로, 언뜻 보기엔 ‘저게 무슨 운동이 되랴’ 싶지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삼기에 비만 해소에도 그만이다.

다섯째는 느리게 사랑하기. 쉬 달아오른 사랑이 쉬 식듯 은근한 사랑은 은근히 오래 지속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같이 있고 싶다면 리장을 찾을 일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변화의 시대’, 하지만 리장에 가면 전통 그 자체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머나먼 곳임에도 리장을 찾는다. 리장에선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는 게 좋다. 어디에서나 멈춰도 되고 어디에서나 다시 출발해도 되는 그런 발걸음으로.

물의 도시



리장 관광의 핵심은 구시가지다. 그 입구에선 대형 물레방아가 쉼 없이 돌아간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글씨가 적힌 하얀 벽면이 병풍 노릇을 하며 이곳이 세계문화유산임을 알리고 있다. 물레방아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개울들이 이곳저곳을 돌고 돌아 흐른다. 이름처럼 맑은(麗江) 물빛은 도시를 청량한 빛깔로 수놓는다. 해발 2000m 고원의 고성 안으로 들어가자 개울은 크게 세 가닥으로 갈린다. 서하, 동하, 중하.

작은 시냇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그 여유로움을 무엇에 비견하랴. 가게 앞에 세워진 토속적인 장식물은 아기자기한 멋을 풍겨 발길을 쉬 옮기지 못하게 만든다.

중국에 대한 선입관 중 하나가 ‘지저분하다’는 것인데, 리장은 이처럼 도시 전체가 깨끗하다. 수로에 흐르는 물도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다. 물은 저 멀리 위룽쉐산(玉龍雪山)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것이라 시리도록 차고 투명하다. 수량 또한 넉넉해서인지 물살도 거세다. 사람의 발길로 반들반들 닳은 돌 포장길 좌우에는 고풍스러운 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신시가 쪽으로 난 언덕배기에는 전통가옥들이 빼곡하다. 대부분 여행자 숙소로 사용된다는데 방값은 무척 싸다. 하루 80위안(약 1만1200원)이면 괜찮은 곳을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절한 주인을 만나면 리장의 숨은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수로 주변의 꽃나무는 맑은 물 때문인지 더러 꽃을 피운 채 푸른색을 머금고 있다.

구시가는 쓰팡제(四方街)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곳을 중심으로 네댓 개의 작은 골목길이 거미줄같이 뻗어나 있다. 구시가의 교통 요지답게 그야말로 인파가 물결친다. 그런 와중에도 나시족은 푸른색 전통복장을 입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추고 노래한다. 흥이 난 여행객들도 덩달아 춤을 춘다. 이 광장은 낮에는 약속의 장소로 쓰이고, 해가 지면 돌 포장길에 긴 그림자를 남기다가 주변 상가에 불이 켜지면 갖가지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다목적 공간인 셈이다.

아름답고 친근한 다리들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리장에서는 지도가 없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애써 길을 찾을 필요는 없다. 곧 익숙해지는데다 어디를 가나 머물고 싶을 만큼 편안하고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낯선 거리라도 여행객이 있고 이들을 맞이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카페건 상가건 전통가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성 한가운데에는 물이 솟아나는 빨래터가 있다. 물이 아주 맑고 양도 많다. 나시족 특유의 푸른 옷을 입은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그 물을 길어 나르기도 한다. 더러 채소나 음식물을 씻기도 한다. 고성을 걷다보면 어느새 목부(木府)란 곳에 이르게 된다. 13세기 칭기즈 칸에게 정벌되기 전까지 리장 일대는 목(木)씨 성을 가진 사람이 다스렸다는데 이곳엔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말하자면 궁궐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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