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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꿈의 대안 미디어인가, 빅브라더인가

  • 임종태 다큐멘터리스트 echorhim@hanmail.net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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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프로그램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빅브라더 사회의 이면을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 ‘트루먼쇼’.

‘트루먼쇼’는 자신이 정보화 사회의 감시망 속에 살아간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트루먼’이라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을 다뤘다. 어린 시절 함께 요트를 즐기던 아버지가 거친 파도에 휩쓸려 빠져 죽는 것을 본 이후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던 그는 어느 날 익사한 것으로 알았던 아버지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며 혼란을 느낀다. 그러던 중 대학 시절 좋아하던 실비아의 스웨터를 만지며 추억에 잠긴다. 당시 그녀는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연출된 것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해줬던 것이다.

이처럼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았던 트루먼은 전세계 시청자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하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었다.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 전체가 거대한 스튜디오였고, 그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배우였다. 그의 친구가 광고 표지가 있는 곳으로 유인해 대화를 나누고 아내가 음식물을 들고 설명하는 것도 광고를 통한 수익 달성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자신이 감시당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연출된 관계망 속에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통해 빅브라더 프로그램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새 천년을 맞아 유럽에서는 다양한 빅브라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경쟁을 통해 선발된 남녀가 일정 기간 특정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상이 시청자에게 낱낱이 공개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그 하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도 없이 관음증만 유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방송사는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한다. 그중 하나가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되던 오디션을 오픈하는, 이른바 공개 오디션을 통한 스타 발굴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 한 편의 드라마 주인공처럼 떠오른 인물이 폴 포츠다.

2007년 6월17일, 영국 iTV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elent)’ 준결승 예선에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공개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남자는 허름한 정장을 걸친 채 자신감 없는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스타 발굴 프로그램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중년의 사내는 남부 웨일스 출신의 휴대전화 세일즈맨이었다. 그가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심사위원과 관객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를 만도 했다.



폴 포츠 오디션 쇼크

가라앉은 스튜디오 분위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은 폴 포츠라는 이 사내가 무대 위에서 부르겠다고 한 노래였다. 놀랍게도 오페라, 그것도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제3막에 등장하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였다. 그가 “오페라를 부르려고요”라고 했을 때 심사위원인 아만다가 의외란 표정을 지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볼품없는 외모와 달리, 그의 부러진 앞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색은 영혼을 뒤흔들고도 남을 천상의 목소리였다. 그가 “나의 비밀은 내 가슴속에 있고, 내 이름은 아무도 알 수 없어요”라고 열창하는 순간 그의 미성에 매료된 관객은 열광했고, 심사위원단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마침내 그가 “밤이여 밝아오라, 별이여 사라져라, 나의 승리여! 승리여!”를 열창하자 아만다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노래가 끝나자 스튜디오는 관객들의 뜨거운 기립박수로 진동했다. 폴의 음악적 역량을 판단하려던 심사위원단의 시선은 경외 어린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신이 심사위원이란 사실마저 잊은 채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던 아만다는 “전 조금만 다듬으면 다이아몬드가 될 작은 석탄 조각 하나를 지금 막 발견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아만다의 속내는 포츠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에야 드러났다. 그녀는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어요. 보세요, 저는 소름까지 돋았다니까요!”

단 70초의 오디션으로 포츠의 인생은 드라마처럼 변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 결승에서 우승한 그는 10만 파운드(약 1억9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엘리자베스2세가 참석하는 ‘2007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자 유명 음반제작자인 코웰로부터 100만파운드(약 19억원)의 거액을 받고 데뷔 음반을 내기로 계약했다. 그의 데뷔앨범 ‘One Chance’는 발매 사흘 만에 8만여 장이 판매되며 UK 차트 1위에 올랐다.

더욱 놀라운 건 폴 포츠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세계 네티즌들이 보여준 폭발적인 반응이다. 9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며 유튜브 역사상 최단 기간 최고 클릭수를 기록했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포츠는 미국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록펠러센터에서 생방송으로 콘서트를 갖는 기회를 얻었다. 또한 음반이 미국에서 정식 발매되기도 전에 예약판매가 쇄도, ‘아마존’에서 10위권에 진입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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