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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꿈의 대안 미디어인가, 빅브라더인가

  • 임종태 다큐멘터리스트 echorhim@hanmail.net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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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의 새로운 신화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공개 오디션을 통해 드라마 주인공처럼 스타가 된 폴 포츠의 앨범 표지.

어려서부터 불편해 보이는 외모와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폴 포츠는 주위로부터 무시를 받았다. 왕따당하는 게 일상이 된 그의 유일한 피난처는 열한 살 때 우연히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들으며 관심을 갖게 된 클래식 음악이었다. 친구들의 조소와 냉대로 삶의 고통의 무게가 짓누를 때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희망을 꿈꿨다.

열여섯 살 때 한 오페라 가수의 CD를 듣고 감명을 받은 포츠는 10년 넘게 오페라를 즐기며 자신에게도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음악에 대한 감수성과 풍부한 성량에서 비롯된 미성(美聲)이 그것이었다. 그가 자신의 재능을 확인한 것은 1999년 iTV에서 주최한 노래 경연대회에서였다. 그는 이 대회에 우승하며 15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이를 계기로 용기를 얻은 그는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클래식 음반사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우승상금에다 자신이 어렵게 마련한 돈을 보태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다. 이탈리아에서 두 차례의 단기 과정을 수료한 그는 2000년 자신의 우상이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앞에서 직접 노래할 기회를 얻었다. 포츠는 10명의 학생과 함께 오페라를 불렀는데, 노래를 듣고 있던 파바로티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불러줄 수 없겠느냐”며 감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포츠는 또다시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2003년 충수염으로 입원했다가 양성 종양이 발견돼 장기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같은 해 포츠는 자전거를 타다가 교통사고로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2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그 바람에 성대를 다쳐 오페라는 고사하고 다시는 노래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어렵사리 재활을 통해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포츠는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연마했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이 흐른 뒤 36세라는 나이에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지원서를 넣었다. 오디션 당일 그는 연습으로 땀에 젖은 셔츠를 입은 채, 노래 부를 때 호흡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셔츠의 맨 윗단추를 풀고 바지의 허리띠도 느슨하게 조인 상태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무대에 섰을 때 스튜디오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는 데뷔 앨범 타이틀인 ‘One Chance’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그간 가슴 깊이 묻어둔 오페라 가수의 꿈을 노래에 담아 분출했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왕따당하며 수십년간 쌓여온 한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뺨에 눈물이 흐른 것은 그의 보잘것없는 외모와 후줄근한 옷차림만 보고 자신들이 품은 선입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깨달음과 미안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노래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야 할 소리꾼이 세일즈맨으로 살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현실과, 그런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중년에 들어선 나이에 마지막 도전을 시도한 도전정신이 주는 감동도 컸을 것이다. 이날 스튜디오 가득 울려퍼진 한 영혼의 아리아는 보는 이들에게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였다. 바로 이것이 전세계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린 까닭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포츠가 젊은 시절 클래식 음반사들을 찾았을 때도 그의 음악적 재능을 충분히 알아차렸을 텐데 왜 문전박대를 당했을까 하는 점이다.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대중성’이 떨어지는 그의 외모를 보고 음반을 낼 생각을 접은 것이다. 반면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의 인생역정이 너무도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해 다른 수많은 도전자를 제치고 그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방송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시청률(이는 광고와 직결된다)인데, 시청률을 올리는 데 있어 드라마틱한 상황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코웰이 선뜻 100만파운드를 내놓으며 음반 계약을 한 것도 마찬가지. 포츠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돈으로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광고효과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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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태 다큐멘터리스트 echorh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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