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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의 옛날 잡지를 보러가다 35

종로경찰서 투탄 사건

거사 앞둔 김상옥이 정말 폭탄을 던졌을까?

  • 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국문학 junbg@kaist.ac.kr

종로경찰서 투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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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미궁에 빠지고…

이튿날 오전 재개된 현장검증에는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가키하라(枾原) 검사장과 총독부 마루야마(丸山) 경무국장까지 나와 수사를 독려했다. 피해 본 곳을 촬영하고, 자로 재고, 파편과 유리 조각 하나까지 낱낱이 수집했다. 경찰은 종로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시내 각 경찰서에 수사지부를 두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종로경찰서 고등계 주임 미와(三輪) 경부를 중심으로 별동대를 조직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수사 책임자 우마노 경찰부장은 흔히 있는 폭탄 테러의 하나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관사에 있다가 전화로 처음 사건을 접했습니다. 비록 종로경찰서에서 폭탄이 터졌다 할지라도 민심은 그리 동요하지 아니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폭탄 테러는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생각하면 민심이 너무 평온하기 때문에 일부 과격한 독립파 사람들이 어찌할 수가 없어 최후 수단으로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외다. 어쨌든 부상자들에게는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는 바올시다.” (‘종로경찰서에 폭탄투척’ ‘동아일보’ 1923년 1월14일자)


1월13일, 사건 발생 이틀째.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전개했다. 과거 시국사건 관련자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미심쩍은 부분이 조금만 발견되면 노인, 여성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연행해 문초했다. 당일에만 종로경찰서에서 30여 명, 동대문경찰서에서 3명을 체포해 신문했다.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마노 경찰부장은 발표할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직까지 어떤 것도 발표할 수가 없습니다. 방금 수색을 진행하는 중이올시다. 지금 범인을 잡았다든지 잡지 못했다든지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것이외다. 범인을 잡았다 할지라도 범인의 계통을 조사하며 연루자를 잡지 않으면 아니 될 터인즉, 그 진상을 발표치 못하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경찰 당국에서도 사건을 발표할 시기가 오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그 진상을 세상에 발표해 일반의 의심을 풀고자 하는 바올시다. 또한 폭탄으로 말하면 교통실 유리창에 부딪히고 공중으로 퍼지며 산산이 터져버린 관계로 경찰 당국에서는 폭탄의 성질과 세력을 감정하려고 지극히 노력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수색본부는 종로에’, ‘동아일보’ 1923년 1월15일자)




1월15일, 사건 발생 나흘째. 서울 시내 전 경찰은 70여 시간 동안 잠 한숨 자지 못하고 폭탄 투척 용의자 수색에 나섰다. 그렇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수사가 장기화하자 경찰은 수사본부를 종로경찰서에서 경기도 경찰부로 이전하고, 미와 경부, 아사이(淺井) 경부보 등 40여 명의 고등계 형사로 조직된 별동대를 중심으로 수사에 나섰다.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수사를 펼치다 보니 사건은 갈수록 미궁에 빠졌다.

삼판통 혈투

1월17일, 사건 발생 엿새째 새벽 5시. 남산 아래 삼판통(지금의 후암동) 304번지 고봉근의 집 주위를 15명의 수사대가 에워쌌다. 지난 밤 내린 폭설이 그대로 얼어붙어 길은 온통 빙판이었다. 지휘관인 종로경찰서 이마세(今瀨) 경부가 조용히 대문 앞으로 걸어가 손잡이를 당겨보았다. 예상대로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마세가 손을 들어 담장 너머를 가리키자 경찰 10명이 담장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마세는 남은 경찰 4명에게 대문 밖에서 경계를 설 것을 지시하고 자신도 담장을 뛰어넘어 비좁은 마당으로 들어섰다. 이마세가 손을 들어 안방과 건넌방을 차례로 가리켰다. 뒤에 서 있던 경찰 10명이 권총을 꺼내 이마세가 가리킨 두 곳을 5명씩 흩어져 겨냥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이마세가 동네가 떠나갈 듯 고함을 질러 집주인을 찾았다.

“고봉근! 고봉근 자나!”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마세가 다시 소리쳤다.

“고봉근! 고봉근 나와!”

“이 시간에 대체 누구세요?”

안방에서 잠결에 목이 잠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주인이 눈을 비비고 나오다 마당에 빼곡히 들어선 무장경찰들을 보고 화들짝 놀라 “에고머니” 소리쳤다.

“김상옥이 어디 있나? 김상옥이 당장 내놔!”

“오라버니를 왜 여기서 찾으세요? 오라버니는 3년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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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국문학 junb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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