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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행기 마니아 진중권의 비행 예찬

세상의 돼지들이여, 한번 날아보지 않으련?

  • 진중권 중앙대 독어독문과 겸임교수 mkyoko@chol.com

경비행기 마니아 진중권의 비행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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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소풍, 그리고 면허 따기

경비행기 마니아 진중권의 비행 예찬

진중권씨의 비행기 CH601. 그는 자동차와 운전면허는 없지만 비행기와 비행면허는 있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는 날에는 비행을 못 한다. 약간의 빗줄기에도 캐노피는 온통 빗방울로 뒤덮여버린다. 비행기에는 와이퍼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굵은 빗방울은 프로펠러를 망가뜨린다. 프로펠러가 워낙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빗방울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교관이 몰던 교육기가 하늘에서 소나기를 만나 프로펠러에 금이 가는 일이 있었다.

비행을 가로막는 또 다른 적은 안개다. 안개가 낀 날 이륙하면 땅이 보이지 않는다. 땅이 보이지 않으면 비행기는 공중에서 미아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지상에서 보는 안개와 하늘에서 보는 안개는 다르다. 안개가 옅어서 지상에서 꽤 멀리까지 보이는 날에도, 하늘에 올라가면 시계가 그보다 훨씬 짧아진다.

비행하기에 환상적인 날씨도 있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갠 날. 그런 날은 비가 공기 중의 부유물을 말끔히 씻어내 아주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그런 날은 고도를 높여서 하늘 소풍을 하는 게 좋다. 그런 날은 경기도 화성의 하늘에서 인천시는 물론이고, 저 멀리 충남 당진의 화력발전소까지 볼 수 있다. 그런 날 저녁 낙조에 물든 서해의 섬들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비행면허를 따는 데 필요한 법정 교육시간은 20시간이다. 하지만 이는 면허시험을 볼 때 채워야 할 자격요건일 뿐, 실제로 솔로 비행까지는 대개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둔해지는 모양이다. 비행 감각은 나이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대들은 대부분 20시간대에 솔로 비행을 하나, 30~40대는 30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처음 하늘에 올라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고도계 봐야지, 속도계 봐야지, 바깥 풍경 살펴야지. 한 손으로는 스로틀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스틱을 조종하면서 발로는 러더를 밟아줘야 한다. 이 중에 어느 하나만 생각하면 다른 쪽이 흐트러지고 만다. 고도만 신경 쓰면 속도가 문제가 되고, 속도만 신경 쓰면 고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주의력을 적절히 분산시켜야 한다.

처음에 배우는 것은 공중조작. 여기서는 에일러론(좌우선회), 엘리베이터(상승하강), 러더(수평선회)의 이른바 ‘삼타일치 조작’을 배우게 된다. 훈련은 고도와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비행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하늘에는 차선이 없지만, 착륙하려면 당연히 폭이 좁은 활주로의 중간에 기체를 갖다대는 정교한 조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비행의 꽃 ‘착륙’

비행의 꽃은 역시 착륙. 자동차 운전에서도 주차가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 좌표 속에서 기계를 제 위치에 갖다대는 게 어디 쉽겠는가. 비행기는 자동차와는 속도가 다르고, 하늘에 떠 있어 바람의 영향까지 받는다. 이 어려움 때문에 20시간이 넘는 교육기간 중 네댓 시간의 공중조작 훈련을 마치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착륙 연습만 하게 된다.

활주로만 길다면 착륙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활주로의 폭과 길이는 제한되어 있기에 정확한 지점에 착지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활주로에 들어서면, 무조건 시선을 정면으로 돌려 지평선을 봐야 한다. 활주로에 눈을 빼앗기면, 기체가 얼마나 하강하는지 감을 못 잡게 된다. 기수를 배경으로 지평선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기체가 하강하는 정도를 가늠해야 한다.

기체가 하강하면, 기수를 조금씩 들어줘야 한다. 상승조작으로 기체의 하강을 상쇄해 되도록 부드럽게 착륙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플레어’라고 하는데, 착륙을 배울 때에 가장 어려운 조작이다. 플레어를 못 만들면 하드 랜딩을 하게 되고, 이것을 반복하면 당연히 기체에 무리가 간다. 플레어를 못 만드는 이유는 대개 기체를 활주로에 갖다대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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