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호

놀수록 일할 맛 나는 기업인 에드워드코리아 김중조 회장

“일과 놀이의 조화, 어렵지만 간단해요”

  • 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입력2008-06-09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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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식 없는 삶은 사람을 물기 없는 토스트처럼 바싹 마르게 한다. 일 없는 생활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인격에는 일하고 싶은 본성과 놀고 싶은 본성이 공평하게 녹아 있다. 그래서 ‘워킹머신’과 ‘식충이’는 똑같이 불행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시에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비결이 있다. 바로 ‘일과 놀이의 조화’. 그게 가능한가 싶겠지만 생각을 바꾸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모양이다.
    놀수록 일할 맛 나는 기업인 에드워드코리아 김중조  회장
    “고구마를 솥에 넣고 찌면 김이 나오지요? 반도체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로 김이 나옵니다. 한데 이는 식품에서 나오는 김과 달리 위험한 물질이지요. 이 때문에 아래에서 진공펌프가 그 김을 빨아들여야 안전하게 반도체를 꺼낼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코리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사용되는 진공펌프를 생산한다. 김중조(金重朝·63) 회장은 가마솥 안의 고구마에 비교해 진공펌프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진공펌프는 반도체와 LCD를 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장비. 1992년 영국의 BOC에드워드와 합작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성원에드워드’에서 ‘에드워드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첫눈에 봐도 김 회장은 젊다. 외모는 물론 목소리에도 주름이 없다. 나이 있는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취하게 되는 권위적인 모션도 없다. 실제 그는 ‘웃음’에 큰 가치를 둔다고 했다. 사무실 책장 한 켠에는 유머 관련 책자가 꽂혀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소가 웃기면 ‘우끼네’, 돼지가 방귀 끼면 ‘동까스’”라는 유머를 들려줬다. 이럴 때면 아내는 “점잖지 못하다”며 눈을 흘기면서도 좋아한다고.

    놀수록 일할 맛 나는 기업인 에드워드코리아 김중조  회장

    그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아내와 아침을 함께 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놀수록 일할 맛 나는 기업인 에드워드코리아 김중조  회장

    김 회장은 60세에 박사 과정에 도전해 CEO의 리더십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좌) 건강관리를 위해 매일 아침 5시 반에 기상, 30분 동안 집 앞 양재천변 숲길을 거닌다.(우)

    김 회장이 꼽는 젊음의 비결은 생산적인 취미를 계속 개발하는 것. 그는 드럼을 치고, 마술을 하고, 60세가 넘은 나이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취미들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밴드에서 북을 쳤습니다. 북을 치는데 여학생들도 좋아하고 기분이 괜찮더라고요, 하하. 한창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북 치고 다닌다고 혼도 많이 났지만요. 대학에서도 밴드 활동을 하다가 군에 입대해 군악대에서 활동했습니다. VIP들이 귀국하면 김포공항 가서 북 치고, 육군회관 파티에서도 연주하고 했지요.”

    일하기에 바빠 한동안 멀리했던 드럼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두 달 전부터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두 참여 수 있는 고려대 ‘앙상블’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 주말마다 있는 정기 연습은 물론 시간 날 때마다 연습장에 들를 정도로 마음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다른 직업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취미로 음악을 하는데, 다른 분야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드럼도 치니 1석2조”라며 “거기서 나이가 제일 많아 삼겹살도 가끔 쏜다”고 했다. 5년 전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파는 마술도구를 보고 호기심에 시작한 마술은 모임 자리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김 회장은 반도체 업계에서 대외활동이 왕성한 기업가로도 유명하다. 한국진공학회 부회장, 한국진공연구조합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하이닉스반도체협력회사협의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 등 여러 관련 협회에서 간부를 맡고 있다.

    놀수록 일할 맛 나는 기업인 에드워드코리아 김중조  회장

    골프 실력도 수준급(왼쪽). 일을 마치고 내방역 근처의 드럼 연습실을 찾았다.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지만 동창회에는 잘 나가지 않습니다. 제가 참가하는 곳은 대부분 일과 관련된 모임이지요. 그런 모임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것은 물론 회사 경영에 도움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뭔가 배울 수 있는 협력업체 사람들, 혹은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들로 이뤄진 모임이 좋습니다.”

    사업, 출장, 대외활동에 정신없이 굴러가는 생활. 가정생활은 어떻게 관리했을까. 김 회장은 “다소 소홀했던 편이지만 한 가지를 꼭 지켜서 괜찮았다”고 답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점심, 저녁을 밖에서 먹는 날이 많은데, 대신 아침식사만은 아내와 함께 했다는 것. 그는 “전날 메뉴를 정해서 20~30분 동안 집사람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침을 먹는다”며 “귀가시간이 늦거나 주말에 바쁘더라도 매일 함께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트러블이 없다”고 말했다.

    “오너가 아닌 경영자라서 현재 최선을 다하고 때가 되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최근 국내 여행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광주, 진해, 거제, 목포…좋은 곳이 정말 많더군요. 일선에서 물러나면 쿠바, 터키 등 안 가본 나라들로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네요.”



    He & 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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