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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실패한 외교’

北 고농축우라늄의 수수께끼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정치학 kwkoo@kyungnam.ac.kr

‘실패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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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의 희극

필자는 정말 그의 확신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알고 싶다. 프리처드는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확신한다고 말한 다음 과거의 자료를 미래의 자료로 정당화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는 1994년 제네바합의의 주역이었던 갈루치(R. Gallucci)와 리스(M. Reiss)가 ‘2005년’ 함께 쓴 논문을 인용한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당시 우리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서울에 알려주지도 않았고, 평양의 HEU 프로그램에 관한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만약 진실이 이렇다면 2002년 10월의 사고는 예정된 것이다.

프리처드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이 책에서 답하지 않는다. 아직은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음모론’이 싫어 던진 몇 가지 질문이다. 많은 질문이 있지만, 핵심만 언급해 본다.

프리처드는 ‘북한은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켈리와 프리처드에게 미국이 자국에 위협을 가한다면 핵보다 더한 것을 갖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데, 미국은 왜 그것을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핵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간주했을까. 북한은 그 때나 지금이나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핵개발 계획을 부정하고 있다. 필자가 북한을 두둔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두둔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미국 법정에서처럼 문제를 제기한 주체는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논리는 놓치고 싶지 않다.

미국적 논리에 따르면 북한의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당시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북한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왜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을까. 그 다음이기는 하지만 2003년 미국 CIA 보고서와 2002년 10월 현장에서 통역을 했던 분은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의혹이라고 이야기할까. 그리고 북미관계가 풀리고 있는 지금 미국은 고농축우라늄에서 ‘고’자를 떼고 농축우라늄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제2차 북핵 위기를 의도가 담긴 사건으로 해석하게 하는 증거는 너무도 많다. 이제 누구나 말하는 것처럼 고농축우라늄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는 정상화의 길을 밟고 있다. 만약 이렇게 가는 게 싫으면, ‘나쁜 국가’ 북한과 협상하는 미국을 비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윤리적으로는 정당한 것이 아닐까. 한국 정부가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동북아 평화 위한 장치 필요

프리처드의 기록은 고농축우라늄이 ‘진실’이더라도 북미관계는 잘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국제정치의 희극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북한과 미국 둘 다 고농축우라늄과 관련하여 부분적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도 우라늄의 고농축을 위해 필요한 알루미늄관을 수입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리처드가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비밀을 공개하는 것은 미국 국내법 위반이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국가이익은 존중되어야 한다. 프리처드는 자신의 기록이, 미국 내 대북정책 결정과정과 북미관계와 한미관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프리처드의 이 책이 더 많은 진실이 담긴 다음 책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리처드는 기록의 말미에서 동북아 차원에서 상설 안보포럼의 창설이 줄 이점을 말한다. “6자회담의 실패가 새로운 안보 틀의 형성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주민으로서 우리는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의 제도화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북핵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동북아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2002년 10월의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진실 없이 이익의 실현을 위해 가는 새로운 길은 이익의 부조화가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다. 2002년 10월의 정치와 진실이 그 과정에 있었던 정책결정자뿐만 아니라 그 사건에 주목하고자 했던 관찰자들을 통해 밝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프리처드를 검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또 다른 기록을 기다린다.

신동아 200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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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정치학 kwkoo@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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