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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이 쓰는 이사람의 삶

한식(韓食) 세계화 꿈꾸는 조태권 광주요 회장

“한 상 떡하니 차려내니 세계 부호들이 까무러칩디다”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한식(韓食) 세계화 꿈꾸는 조태권 광주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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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은 유독 집에서 먹는 밥을 좋아한다. 왕족 부럽지 않을 진수성찬이라도 ‘집밥’만 못하다고들 한다. 정말 군침 도는 맛인 ‘손맛’과 ‘옛 맛’은 집밥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 한데 우리는 이 맛을 지키는 데 소홀했다. 식당들의 저가 및 원조(元祖) 경쟁 속에 ‘한식=서민 음식’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그런데 여기 ‘한식의 고급화’를 주장하는 이가 있다. 탁월한 한국의 맛을 잘 포장하면 연 7% 경제성장도 문제없다고 말한다.
한식(韓食) 세계화 꿈꾸는 조태권 광주요 회장
‘가정식 백반’이란 메뉴가 있다. 밖에서 밥을 먹을 때 나는 엔간하면 그 가정식 백반을 선택한다. ‘가정식’이라는 말에 꼼짝없이 이끌리는 탓이지만 가정식이 실제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그 가정식일 리 없다. 어머니의 ‘손맛’이라 일컬어지던 그 맛은 이제 사라져버렸다. 내 손이 마땅히 이어받았어야 할 그 맛들을 우리 세대는 서양식 공부를 한답시고 다 놓쳐버렸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들은 모조리 짜거나 맵거나 달다. 슴슴하거나 아릿하거나 향긋하거나 구수한 깊은 맛들, 그 유현하고 격조 높던 옛 맛들은 암만 찾아봐도 없어 어머니 돌아가신 지금 어딜 가서 맛볼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하다. 우리집엔 분명 우리집만의 음식이 있었다. 무를 살짝 익혀서 참기름에 무쳐내는 ‘익지’와 거기 꿀까지 넣은 ‘약지’와 찹쌀을 쪄내서 삭히는 ‘점주’라는 음료와 콩가루 묻힌 마늘잎을 쪄서 무치는 부드럽고 구수한 계절 반찬이 숱했더랬다.

특히 내가 잊지 못하는 건 종류가 다양하기 짝이 없던 장들이다. 메줏가루에 고춧잎과 고추무거리를 넣고 부뚜막에 올려 잠깐 익혀 먹던 ‘즙장’과 거칠거칠한 질감이 입안의 미각돌기를 희한하게 자극하던 ‘겨장’과 초봄 천지에 꽃잎이 흩날리고 햇살이 제법 따가워질 무렵 하늘이 비치는 장단지에서 메주를 건져 노란 속을 파내 푸른 움파를 다져 넣어 먹던 ‘햇장’을 잊지 못한다. 싱그럽고도 청량하게 입안을 감돌던 그 내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새봄의 향내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제 어디에도 그런 즙장과 겨장과 햇장은 없다. 있기만 하다면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를 용의가 있다. 그게 단지 어린 시절 먹고 자란 향수식품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절대기준의 맛을 가진 것인지가 나로서는 아리송하다. 다만 한식이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태국에 전혀 뒤질 리 없는 세계적 음식이 될 자질(?)을 갖췄다는 믿음만은 확고하다. 화식이다, 사천식이다 북경식이다, 지중해식이다, 암만 소문난 요리상을 받아도 격식에 맞게 무친 산나물이나 하늘이 비치던 장항아리에서 간 뜬 ‘햇장’만큼 가슴 깊은 흥취가 일었던 적은 적다.

조태권(趙太權·60) 광주요 회장에게 관심이 끌린 것은 그런 이유였다. 집집마다 숨어 있는 한식 조리법을 찾아내 고급화하고 그걸 세계 시장에 최고로 비싼 값에 내다팔아야 하며 음식이야말로 그 나라 문화의 총체이자 정수라는 그의 주장은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만나지 않고도 그에게 동감하고 지지했다. 자신의 성북동 집을 열어 최고급 한식을 조리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먹인다는 소문은 10여 년 전부터 듣고 있었다. 그는 세계 초일류들과 어울리던 사람이고 최고로 호사하는 의식주를 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니 멋과 품격을 진작에 체득한 사람이렷다.

거기다 사업가적 마인드로 명품의 존재의의와 가치를 꿰뚫어 산업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알며 21세기엔 문화를 팔아먹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미래예측력까지 가진 사람이라니 어찌 솔깃하지 않으랴. 한식당 ‘가온’에서 그를 만났고 광주요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고 어떤 파티석상에서 좌중을 압도하며 껄껄 웃어대는 그를 봤다.

“식품산업 하나만 잘해도…”

경상도 악센트가 살짝 섞인 듯도 하지만 그의 말씨와 태도는 당당하고 열정적이고 확신에 찬 국제인의 이미지가 짙다. 한식 세계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면 두 시간 정도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와 계획과 이론과 경험이 그야말로 장강만리다. 그 에너지와 열기가 옆에 앉은 사람의 가슴까지 덩달아 뛰게 만든다.

“한식 세계화에만 성공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연 7% 성장, 그거 문제없어요. 식품산업은 미래에 더욱 엄청난 규모로 커집니다. 2006년 기준으로 세계 철강시장 규모가 650조원이고 자동차가 1320조원이고 IT가 2750조원이에요. 그런데 식품산업은 4800조원이라고요. 2010년이 되면 이 시장은 1만조원 규모로 커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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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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