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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세 개의 조국을 가진 남자 정대세 축구인생

“정치는 축구를 따라옵니다, 제가 잘해야 공화국이 빛납니다”

  • 유재순 재일(在日) 르포라이터 yjaesoon@hanmail.net

세 개의 조국을 가진 남자 정대세 축구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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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조국을 가진 남자  정대세  축구인생

정대세 선수는 내년 유럽 진출을 꿈꾸고 있다.

북-일전으로 스타 탄생을 예고한 정대세는 이어 2월20일에 벌어진 한국전에서도 골을 넣어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이 1대 0으로 리드하던 차에 정대세가 동점골을 넣어 무승부로 만들었으니 그는 한일 양국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섭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의외로 길었다. 한일 양국에서 인터뷰 신청이 너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J리그가 시작된 탓에 경기출전과 합동훈련까지 겹쳐, 시합 전후의 간단한 코멘트 외에는 정식 인터뷰 자체가 불가능했다.

일본에서는 인터뷰를 신청하려면 먼저 인터뷰 신청서와 함께 언론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인터뷰 목적, 인터뷰 질문 내용 등을 작성한 서류를 해당 홍보실로 보내야 한다. 심지어 인터뷰어의 경력서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다. 한국처럼 전화 몇 통으로 정해지는 예는 없다. 이는 형식과 격식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사회가 워낙 철저한 시스템에 따라 돌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정대세 선수에 대한 인터뷰 신청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한창 떠오르는 스타인지라 단독 인터뷰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남일은 동료, 박지성은 라이벌?

마침내 4월14일로 인터뷰 날짜가 잡혔다. 그를 만나기 위해 훈련구장을 찾은 날은 봄볕이 따뜻했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쯤 걸리는 가와사키(川崎)시 아소(麻生)구에 위치한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아소그라운드 전용구장은 야트막한 산허리 중턱에 한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정 선수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에이전시 ‘에볼루션’의 남태화 대표는 인터뷰 승락 조건으로 세 가지를 부탁했다. 첫째 국적에 대한 질문을 삼갈 것, 둘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 것, 셋째 북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지 말 것. 남 대표는 “그동안 한국 언론으로부터 수없이 똑같은 질문세례를 받아 이젠 정 선수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약속시각 1분 전에 나타난 정 선수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자신의 ‘애마’인 지프를 직접 운전해 훈련장에 도착한 그는 ‘민족학교’ 출신 특유의 어투로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건넸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거구(180cm, 79kg). 그리고 누가 조선인이 아니랄까봐 한일자로 날이 선 실낱같은 눈, 거기에다 강한 인상을 풍기는 까까머리. 만약 어두컴컴한 뒷골목에서 마주쳤다면 분명 공포의 대상이 되고도 남음직한 독특한 외모였다. 오죽하면 한국 기자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고 전해주자 대뜸 “이 얼굴로요?” 하고 되물었을까. 그만큼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묘한 카리스마를 동반하고 있었다.

구단 사무실에 마주앉아 인터뷰에 들어가자 좀전의 밝은 표정과는 달리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먼저 한국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작년 4월에 가와사키팀이 전남팀과 시합을 하기 위해 광양에 간 적이 있습니다. 사흘간 머물렀는데, 시골이어서인지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불고기요? 먹어보았는데 일본보다 맛이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이른바 ‘민족학교’를 다닌 재일동포들의 어투는 매우 독특하다. 된발음이 자주 튀어나오고 남녀를 불문하고 말끝마다 ‘습니다’를 붙인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그런 재일동포들이 딱딱하게 느껴져 긴장한다고 말한다.

정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답 말미는 언제나 ‘습니다’로 끝났다. 한국 언론에서 하도 불고기를 좋아한다고 보도해서 평소 육식을 즐기느냐고 물었더니 정색을 하며 그렇지 않다고 한다. 불고기는 좋아하지만 육식을 많이 하면 몸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시합 전에는 절대로 먹지 않고 평소 균형 맞춰가며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데, 가족과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요.

“솔직히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해봤는데, 마음으로까지 전해오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제가 일본에 살고 있어서 못 느끼는가 봅니다. 다만 한국에 있는 재일동포 친구가 전화로 ‘네가 한국에서 꽤 유명해졌다’고 전해온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요즘도 ‘주위에서 비행기(인기) 태워주는 것에 절대로 휩쓸리지 말고 늘 겸손하라’고 매일같이 충고를 합니다. 저도 어머니 말씀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인기는 거품 같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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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 재일(在日) 르포라이터 yjaes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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