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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30년, 한국 원자력발전 현주소

이용률 8년 연속 90%대, IAEA 무사고 인증

  • 송명재 한국수력원자력 전무·보건물리학 박사

탄생 30년, 한국 원자력발전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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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조종술 이끈 자이온팀

탄생 30년, 한국 원자력발전 현주소

1971년 11월15일, 지금은 부산시로 편입된 경남 동래군 장안면 고리에서 열린 고리1호기 착공식.

원전을 넘겨받기 전 한전에 가장 시급한 것은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조종사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한전은 화력발전소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한편 외부에서도 우수 인재를 모집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자력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이들에게 원자력 기초이론과 실무지식을 가르쳤다. 당장은 원자력발전소가 없었기에 발전 원리가 가장 비슷한 화력발전소로 이들을 보내 발전소 현장 운영설비를 이용한 보충교육을 받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한 것이 고리 1호기 운영요원 171명.

한전은 이들 171명을 1970년 3월부터 1973년까지 순차적으로 미국의 원자력발전소와 유명 원자력기관에 파견해 실제 훈련을 받도록 했다. 이때 시카고 근교에 있는 자이온(Zion) 원자력발전소에서 훈련 받은 팀을 ‘자이온팀’이라고 부른다. 고리 1호기 초대 발전소장은 자이온팀의 수장 격이던 김선창씨가 맡았는데, 자이온팀은 한국 원전 운전의 선구자 노릇을 하게 됐다.

고리 1호기 운영 팀은 귀국한 뒤에도 많은 교육을 받았다. 원자로 운전자는 원자력법에 따라 원자로 조종사 면허와 원자로 조종감독자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그러려면 원자로 이론과 원자력법령, 구조 및 설계, 원자로 운전제어, 원전 연료 취급관리 등 6개 과목의 필기시험부터 통과해야 한다.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당시는 모의조종실이 없었고, 가동 중인 고리 1호기의 컨트롤 룸을 사용할 수도 없어, 발전소 그림을 그려놓고 각종 기계를 운전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림을 펼쳐놓고 실기시험을 치르는 처량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발전(조)77-1호’라고 돼 있는 한국 최초의 원자로 조종사 면허는 자이온팀의 일원이던 김맹규씨가 받았다. 김씨는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1978년에는 원자로 조종감독자 면허까지 받았다. 김씨가 조종감독자 면허 실기시험을 치를 때 이 시험에 응한 사람은 김씨 한 사람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기시험 심사위원들은 원자력 학자들과 과학기술처의 과장 등 5~6명으로 구성됐다고 하니, 김씨는 심사위원들에 둘러싸여 ‘공포의 테스트’를 받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배출되기 시작한 원자로 조종사 및 조종감독자 면허증 소지자가 지금 2000여 명에 이르렀다. 이 숫자는 대한항공의 여객기 조종사(기장, 부기장) 수와 비슷하다. 원자로 운영 자격자가 늘어나다 보니 여성도 참여하게 됐다. 최초의 여성 원자로 조종사는 1996년 10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면허를 받은 윤봉요씨다.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29일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니 지난 4월29일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았다. 원자력발전소의 서른 번째 생일은 사람으로 치면 회갑과 같다. 30년이면 산전수전을 다 겪는다는 말이다.

원전 운전 초기에는 애환이 많았다. 특히 운전 첫 해인 1978년에는 8개월 만에 발전소를 17번이나 정지시키는 운전 미숙을 드러냈다. 수동(스틱) 승용차를 운전하는 초보운전자가 걸핏하면 운전 중에 시동을 꺼뜨리는 경우와 비슷했다.

운전 두 번째 해에도 고리 1호기는 운전미숙으로 13번이나 정지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는 8번, 7번 하는 식으로 점차 나아져 갔다.

진공청소기 전자파에 멈춰 선 원전

원자력발전소는 대단히 예민해서 운전 중에 여러 가지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한때 원인 모르게 발전소가 정지하던 적이 있다. 나중에 밝혀진 ‘진범’은 뜻밖에도 발전소 운전실에 있던 진공청소기였다. 진공청소기에서 나온 전자파가 발전소 제어장비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기계가 오동작을 일으켜 발전소가 정지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이 서툴러서 발전소가 자주 정지되다 보니 발전소의 이용률도 매우 낮았다. 발전소의 이용률이란 1년간 생산 가능한 최대 전력량에 대비한 1년간 발전소에서 실제 생산한 전력량의 비율을 말한다. 발전소 이용률은 결국 발전소의 경제성을 좌우한다. 고리 1호기의 1978년 이용률은 46.3%에 불과했다. 이듬해에는 조금 나아져서 61.3%, 그 다음 해에는 67.4% 등으로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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