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호

환경사랑, 기업사랑으로 ‘명품도시’ 지향하는 창원시

‘바람 길’ 따라 생태, 문화, 첨단산업 공존하는 도시로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08-06-10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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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기문화 요람에 세워진 국내 최고 기계공업단지
    • UCLG 세계위원 선출, 세계 50대 시장 선정 겹경사
    • 지자체 휩쓰는 ‘기업사랑운동’ 원조
    • 8개 국제기구 가입해 활발한 활동
    • 세계가 주목하는 창원시 환경·평생교육
    • ‘환경 올림픽’ 10월 창원 람사르 총회 성공개최 박차
    환경사랑, 기업사랑으로 ‘명품도시’ 지향하는 창원시

    자전거로 출근하는 박완수 시장과 에코타운 조감도.

    ‘세계적인 시장(市長)’하면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떠올린다. 한국에도 그에 견줄 만한 시장이 있을까.

    몇 달 전, 눈길을 끈 기사가 있었다. 박완수(朴完洙·53) 경남 창원시장이 영국의 세계적 인터넷 통신사 ‘City Mayers’가 선정한 ‘올해의 세계 50대 시장(World Mayor 2008)’에 선정됐다는 내용. 한국 시장으로는 처음이다.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도시의 시장이 상하이, 히로시마, 파리, 로마, 취리히, LA 등 세계적 도시의 시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게 뜻밖이었다. 선정 이유는 이러했다. ‘2004년 취임 후 시민중심 행정과 기업사랑운동을 통해 도시의 역동성과 활력을 회복시켰고, 환경수도를 추진한 것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세계가 박 시장을 주목하는 건 그만큼 창원시가 잘나간다는 방증이다. 창원시의 ‘도약’은 국내에서는 이미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 창원시청 2층 한쪽 벽면은 2004년 이후 정부와 언론사, 각종 단체로부터 받은 상패와 트로피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받은 것만 해도 산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주는 ‘국가생산성 리더십부문’ 대상, ‘제4회 지역산업정책’ 대상 등 44개에 달한다.

    아시아권 벤치마킹 도시

    최근 창원시의 행보를 보면 국내 최고 지자체를 넘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각종 국제기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창원시 강원규 기획국장은 “이제 국내 지자체 간의 경쟁을 넘어 외국 지자체와 당당히 겨루는, 세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선진 지자체와 교류하다 보면 글로벌 역량도 강화되고 창원의 국제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를 실질적인 ‘국제화 원년’으로 정하고, 분야별로 나뉘어 있던 국제기구 관련 업무를 기획예산과로 일원화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국제기구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창원시가 가입한 국제기구는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UCLG), 자치단체 국제환경협의회(ICLEI), 아·태지방정부연합체(CITYNET), 국제교육도시연합(IAEC), 동북아기계산업도시연합(UMCA), 아·태도시관광진흥기구(TPO), 서태평양지역건강도시연맹(WHO) 등 8개. 분야도 지방자치, 교육, 산업, 관광, 건강 등 다양하다. 특히 UMCA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기계산업의 공동발전과 교류협력을 위해 창원시가 주도적으로 만든 기구로 본부도 이곳에 있다. 강 국장에 따르면 3~5개 국제기구에 더 가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창원시는 단순히 국제기구 가입에 머물지 않고 총회나 각종 회의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 10월 CITYNET 세계집행회의, 2009년 ICLEI 집행위원회의, 2011년 UCLG 아시아·태평양 총회, 2012년 ICLEI 총회, 2013년 CITYNET 세계총회 등의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참여 내용 면에서도 알차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UCLG 총회에서 박 시장은 우리나라 지자체장으로는 유일하게 ‘평생학습’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한 데 이어, UCLG 세계위원으로 선임됐다. 세계 120개국 약 2000개 도시가 가입된 UCLG는 ‘도시 간의 유엔’이라 할 수 있는 주요 기구다. 세계위원이 되면 회장, 부회장 등 임원 선출권과 예산편성 심의권을 갖게 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4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IAEC(국제교육도시연합) 세계총회에서도 창원시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소개된 데 이어 상임이사 도시로 선정됐다. 창원시는 앞으로 아시아권의 평생학습 거점도시 노릇을 하게 된다.

    5월 말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9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당사국 총회와 7월 태국 파타야에서 열리는 제2회 UCLG-ASPAC(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는 박 시장이 창원의 환경정책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환경교수들로 구성된 JAR(자국의 환경개선 노력)프로젝트팀에선 창원시를 환경분야 아시아권 벤치마킹 대상도시로 선정해 7~8월경에 물 관리와 폐기물 관리 실태를 견학할 계획이다. 대체 창원이 어떻기에 이처럼 세계가 주목하는 것일까.

    ‘행정 전봇대’ 뽑아내다

    환경사랑, 기업사랑으로 ‘명품도시’ 지향하는 창원시

    창원공단.

    창원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계획도시다. 정부의 중화학공업정책에 따라 1974년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시 전체를 현대적 도시설계기법으로 건설했다. 눈여겨볼 것은 이곳이 철기문화 중심지로 삼한시대부터 대표적인 철 생산지였다는 것. 당시 전국 철 생산량의 70%를 차지했고, 품질 또한 가장 좋았다고 한다. 먼 옛날 철의 고장이었던 곳에 1800여 년이 지나 대규모 기계공업단지가 들어선 것이다.

    창원은 산업도시로 급성장, 오늘날 전국 기계업종 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등 국가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52만 창원시민의 60%가 직·간접적으로 창원공단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고,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박완수 시장은 “현재 창원국가산업단지의 60%를 차지하는 기계산업을 앞으로 메카트로닉스·로봇 등 첨단기계산업으로 대체하고, IT·NT·BT·부품소재 등 첨단업종을 적극 유치해 성장 동력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의 미래를 내다볼 때 지금의 산업구조는 불투명합니다. GM이 망하는 바람에 디트로이트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닙니까. 창원국가산업단지도 지금부터 리모델링하고 산업 간의 세대교체를 이루지 않으면 미래가 없기에 지금부터 준비하려 합니다.”

    그가 이렇게 자신하는 건 남다른 기업사랑 정책 때문이다. 대규모 공단을 둔 기업도시는 많지만 지자체가 나서서 ‘기업사랑운동’을 전개한 곳은 2004년 창원시가 처음이었다. 그 후 지자체마다 기업사랑운동이 유행처럼 번졌다.

    창원의 기업사랑운동 방법은 다양하다. 신문사와 연계해 올해·이달의 최고 경영인·근로인을 시상하는가 하면, 청소년들이 친(親)기업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 산업현장 일일교실’도 운영한다. 또한 ‘찾아가는 기업사랑 음악회’를 개최해 노동자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단셔틀버스 4개 노선을 운행해 공단근로자들의 출퇴근을 돕고 있다. 창원시노동복지관을 개관해 노동법률상담, 노동교육, 노동상담 등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기업을 돕기 위해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공업지역의 건폐율을 70%에서 80%로 상향조정, 공장 추가건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기업민원관련종합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즉시 처리하도록 했다. 일찌감치 행정의 전봇대를 뽑은 셈이다.

    대표적인 게 2006년 포스코특수강 공장을 관통하는 하천을 복개하고 물길을 공장경계지역으로 돌리도록 한 것. 예전 같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시가 나서서 10차례나 환경부와 경남도청을 방문, 설득했다. 당시 포스코특수강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하천을 복개함으로써 4400여 평의 부지확보 효과가 생기자 이에 보답하듯 4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했다. 창원시민은 일자리를 잃지 않게 되었고, 시는 지방세수가 늘게 됐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본 셈이다. 세원셀론텍이라는 회사는 부지가 협소해 플랜트 설비 등을 선적할 장소가 없어 주차장에 선적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주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창원시는 회사 정문 앞 고가철길 아래 땅을 정비, 차량 360대를 주차할 수 있게 해줬다.

    기업지원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창원시의 강한 기업사랑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어떤 시책이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었는지 파악할 수 있어 향후 기업지원 방향을 설정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업성장 시기, 규모에 따라 원하는 지원시책이 무엇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사랑운동 결과 2004년 1604개이던 기업체가 2007년 말엔 2000개로 396개(30%)가 증가했고, 근로자는 7만4000명에서 8만명으로 6000명(8%) 증가했다.

    물과 바람이 순환하는 도시

    창원시는 2006년 전국 최초로 ‘환경수도’를 선언했다. 이를 입증하듯 2007년 한국경제신문사의 친환경경영대상 ‘공공서비스부문 대상’, 건설교통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평가에서 ‘녹색교통부문 대상’, 한국언론인포럼의 살기 좋은 도시부문 ‘한국지방자치대상’ 등을 석권했다.

    창원시 김광수 공보과장은 ‘환경수도’에 대해 “단순히 환경정책을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정도가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미래생태도시를 말한다. 물과 바람이 순환하는 도시,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도시, 에너지와 자원 순환형 도시, 시민과 함께 하는 선진 환경도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기본적인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2015년까지 대한민국 환경수도로, 2020년까지는 세계 환경수도로 인정받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환경사랑, 기업사랑으로 ‘명품도시’ 지향하는 창원시

    10월 열리는 창원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세계적인 명소로 떠오른 주남저수지.

    창원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구조라 대기오염에 취약하다. 따라서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확보를 위해 ‘바람 길’을 조성하고, 클린로드(Clean-Road)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환경부와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로 조성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시내버스를 전부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하고, 경전철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신교통수단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적인 녹색교통(green mode)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공업도시에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도시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시를 관통하는 하천들을 생태하천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까지 창원의 대표적 도심하천인 가음정천을 복원하고, 단계적으로 시가지 내 13개 하천을 호안, 습지, 둔치 등 자연형으로 조성해 생명이 살아 숨쉬는 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것. 하천엔 생물서식 환경조성과 함께 어류 서식처, 소공원, 생태탐방로 등이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공원·녹지 보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공원들을 테마형으로 바꾸고 서로 이어지게 하는 등 녹지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 ‘도시 정원화(庭園化)’할 계획”이라고 했다.

    “감계지구 등 새로운 개발택지에는 환경친화적, 에너지 절약형 및 물 순환체계를 고려한 에코타운을 조성하고,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태양열 주택, 자전거 산책코스, 생태마을 등 테마로 구성된 환경촌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재활용 가능 자원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최첨단 에너지 보급을 추진하는 등 세계적인 생태환경도시로 만들 겁니다.”

    ‘환경 올림픽’ 창원 람사르 총회

    환경운동의 기본은 자전거타기운동이다. 자전거 보유율이 전국 평균 14.4%인데 창원시는 25.6%에 달한다. 하지만 75%에 육박하는 서구 도시들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 이를 높이기 위해 올해 자전거 관련 인프라 확충, 제도적 장치 마련, 시민 붐 조성을 위해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인프라 확충·개선으로 자동차 위주인 현재의 도로시설물 설치기준을 자전거 중심으로 바꿀 예정인데, 박완수 시장은 “우리 시의 설치모델이 전국 표준모델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자전거전용도로를 L형측구 포장을 해 자동차 도로구간과 분리시켜 안전성을 높인다는 게 눈에 띈다. 이 외에 별도 자전거신호등을 설치하고, 시내 곳곳에 자전거 무료대여소 및 간단한 수리공구(용품)를 비치하는 등 시민들이 손쉽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뿐 아니라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자전거는 건강, 경제, 환경, 교통 등 장점이 많은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사람의 속성상 아무리 명분이 좋다 하더라도 편한 것을 놔두고 불편한 쪽으로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자전거의 가장 큰 단점은 한번 가지고 나가면 계속 끌고 다녀야 한다는 것. 그래서 박 시장은 프랑스 파리의 무인 자전거 대여소인 ‘벨리브’(VELIB·자전거를 뜻하는 Velo와 자유를 뜻하는 Liberte의 합성어) 제도를 도입했다.

    “100m마다 무료대여소를 설치해 시민들이 손쉽게 자전거를 타고 반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창원시민이 50여만 명이니까 파리처럼 100명당 1대씩, 5000대를 설치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시민들에게만 타라고 해서는 안 되잖아요. 저부터 실천해야죠. 그래서 지난해 6월부터 자전거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퇴근은 행사나 약속이 있어 힘들지만 출근만큼은 눈비가 오지 않는 한 꼭 자전거로 합니다. 처음엔 공무원이나 시민들이 ‘전시행정이다’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이젠 그런 이야기가 쑥 들어갔어요. 저의 진정성을 확인한 모양입니다.”

    10월28일부터 11월4일까지 창원시에서 제10회 창원 람사르 총회가 열린다. 창원 람사르 총회는 150여 개국 정부와 시민·환경단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일종의 ‘환경 올림픽’이다. 박 시장은 창원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창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환경수도로 각인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우선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를 생태 탐방로로 개장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것. 또한 시민을 대상으로 생태학교, 탐조교실, 습지시범학교를 운영하여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한편, 창원월드퍼레이드페스티벌과 한국무형문화재축제를 통해 창원시의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총회에서 창원선언이 발표될 겁니다. 앞으로 환경 이야기가 나올 때 창원이란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창원은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각인될 겁니다.”

    박완수 창원시장 인터뷰

    “지자체도 글로벌 역량 강화해 브랜드 가치 높일 때”


    환경사랑, 기업사랑으로 ‘명품도시’ 지향하는 창원시
    ▼ ‘기업사랑도시’ ‘환경수도’는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요.

    “외환위기 이후 정부에선 매년 30만~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정작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은 한국을 떠나는 상황이었어요. 왜 기업들이 떠날까, 어떻게 하면 떠나지 않게 할까를 고민하다 창원만이라도 반(反)기업 정서를 없애고, 기업이 투자할 마음을 갖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쇠락하면 창원시는 미래가 없기 때문에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나간 겁니다. 또한 세계 일류도시들을 방문하면서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적인 기반도 튼튼해야 하지만 쾌적한 도시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맑고 푸른 하늘, 깨끗하고 안전한 물, 쾌적한 녹색도시 공간을 목표로 환경수도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 공무원들과 시민들 반대는 없었나요.

    “제가 시장이 된 2004년까지만 해도 시민은 물론 시 당국도 기업에 대해 별 관심을 안 가졌습니다. 국가산업단지니까 국가에서 신경을 쓸 것이란 생각이었죠. 그래서 처음 기업사랑운동을 제창했을 때 모두 ‘그걸 뭐하러 하냐’며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모든 지자체가 따라하고 있어요. 심지어 우리가 4년 전에 만든 ‘기업 명예의 전당’을 대구시에서는 이제 시작한다고 합니다. 환경수도 역시 처음엔 ‘창원은 공업도시라 안 된다’고들 했지만 지금은 모두 호응하고 있습니다.”

    ▼ 창원은 상을 많이 받은 자치단체로 유명한데요.

    “그동안 상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까 ‘돈 주고 받는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오해죠. 한국언론인포럼에서 2005년부터 분야별로 지방자치대상을 시상합니다. 특히 ‘살기 좋은 도시 분야’는 사전에 신청도 받지 않고 전국 도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선정합니다. 저희가 3년 연속 이 상을 수상했습니다. 상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느끼는 만족도입니다. 매년 연말이면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교통, 환경, 복지 등 분야별 시민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매우 잘한다, 잘한다, 보통까지 포함하면 90%가 넘습니다.”

    ▼ 근래 들어 국제기구에도 많이 가입하고 국제회의도 많이 유치하고 있더군요.

    “한국의 자치단체들은 어디가 뭘 잘한다고 하면 모두 따라 합니다.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좋은데, 그러다 보니 도시 고유의 성격을 살리지 못하고 똑같아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외국 일류 도시들과의 경쟁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제기구에도 가입하고, 우리 시가 주도해서 ‘동북아기계산업도시연합’도 창설했습니다.”

    ▼ 창원이 부산, 울산 등 대도시들 틈에 끼어 있어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갖기가 힘들지 않나요.

    “근래 들어 경남도청소재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기계공업 중심의 산업공단 이미지가 강했어요. 앞으로 창원을 모범적인 환경도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 중심도시로 만들 계획입니다. 또한 의료, 교육, 환경, 복지 모든 분야에서 명품도시로 만들어갈 겁니다.”

    ▼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의료부분도 부족하고, 특목고와 과학고도 없습니다. 대학병원과 특목고를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창원카이스트대학을 설립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창원시민들은 젊은데다 학력과 소득이 높아 평생학습에 대한 욕구가 큽니다. 2년 전부터 저명한 인사를 초빙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창원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데, 700석 규모의 성산아트홀 소공연장이 다 차서 밖에서 모니터를 통해 봐야 할 정도로 호응이 높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할 인프라를 많이 구축하려고 합니다.”

    ▼ 창원은 계획도시란 특성 때문에 다른 곳보다 애향심이 떨어지지 않나요.

    “산업공단이 만들어지면서 전국 팔도 사람들이 모인 데다 시로 승격된 지 28년밖에 안 된 신생도시라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희박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팔도에서 모인 처녀총각들이 결혼해 태어난 2세들이 여기서 초·중·고를 나왔어요. 이들에겐 창원이 고향이죠. 애향심이 높아졌다는 건 스포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원은 프로농구 LG세이커스와 프로축구 FC경남의 연고지입니다. LG세이커스는 아직 우승 한 번 못했지만 관중 동원 1위일 만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가 마침 창원이란 지명이 생긴 지 6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조선 태종8년(1408)에 처음 생겼거든요. 이를 계기로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키려고 합니다.”

    ▼ ‘창원=박완수’라는 등식이 회자될 만큼 박 시장의 지명도가 높더군요.

    “저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치단체든, 국가든 창조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국가산업단지가 만들어졌고, 1인당 시민소득 3만달러를 일궜습니다. 창원시와 시민과 기업이 창조와 도전 정신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가정형편이 안 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고를 졸업했고, 전자회사에서 납땜을 하고 수리하는 일을 하면서도 학업을 향한 꿈을 잃지 않아 공무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02년엔 안정된 공무원의 길을 포기하고 시장에 도전하는 등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길을 찾고 도전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창조와 도전 정신이 창원의 이미지와 닮았다고나 할까요.”


    시민중심 행정

    창원시의 시민중심 행정은 교육과 과학, 문화정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2004년 과학문화재단은 창원을 과학문화도시로 지정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민간투자(BTL사업) 유치를 통해 과학체험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과학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내년 공립과학고등학교 개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과학축전·과학교실 등을 운영하여 ‘과학 창원’을 구현해나갈 계획이다.

    창원은 평생학습도시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창원시 전체를 삶터학습권, 일터학습권, 여가문화학습권 등 3개의 학습권으로 나눠 시민 누구나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평생학습의 낙원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공단도시의 특성을 살려 기업체의 평생교육 및 재교육시스템 구축을 적극 지원, ‘학습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문화도시, 역사문화도시, 여가문화도시로서의 창원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창원문화예술재단을 만들고, 문화시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화콘텐츠 및 여가정보를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지역문화 통합서비스센터를 설치할 생각입니다. 또한 올해 개장하는 창원축구센터를 2012년까지 각종 레저·스포츠시설을 구비한 시민 레포츠파크로 만드는 등 시민들이 운동하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출 겁니다.”

    세계 일류도시를 향한 창원시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로드맵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성공의 관건은 지역의 모든 주체가 비전을 공유하고 참여해 지역 역량을 결집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완수 시장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다.

    박 시장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촉발시키기 위한 동기 부여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원정신갖기운동을 추진할 것이다. 창원은 삼한시대부터 철을 생산해 멀리 중국과 일본에까지 수출했다. 예로부터 생산 즉 ‘창조’의 요람이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공업입국 ‘도전’의 상징도시였으며, 오늘날에는 ‘지방자치경쟁력 1위 도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이뤄냈다. 창조, 도전, 일류 정신이야말로 창원정신이다. 이 창원정신갖기운동을 통해 시민들을 하나로 결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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