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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운의 지중해 편지

그리스 미코노스

풍차는 밤에 깨어난다

  • 사진/글·최상운(여행작가) goodluckchoi@naver.com

그리스 미코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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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미코노스

바다 저편 언덕에 미코노스의 명물 풍차들이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알베르 카뮈가 ‘섬’에 바친 멋진 서문은 내가 그리스의 섬들을 찾는 이번 여행에 그르니에의 책을 고른 것이 참 잘된 선택이었음을 확인해준다.

부드럽게 미끄러져가는 배의 운항 속도에 맞춰 느린 호흡으로 글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경쾌한 아코디언과 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약간은 지루해진 승객들을 위함인지 2명의 연주자가 흥겨운 그리스 음악을 연주한다. 졸거나 긴 침묵 속에 잠겨 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이 예기치 않은 여흥에 새삼 반색을 한다.

연주가 끝나고 두 개의 작은 섬을 지나 미코노스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저녁이다. 벨벳의 윤기를 닮은 어둠이 섬을 감싸고 있다.

호텔 근처의 그리스식 레스토랑인 ‘taverna’에서 식사를 마치고 미코노스의 시내로 가보았다. 작은 섬이라 별 기대 없이 나선 길이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이곳이 정말 인구 6000명의 작은 섬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미코노스의 밤이 역동적이란 것은 이미 여행책자에서 본 적이 있지만 이처럼 화려하고 활기찬 밤풍경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온갖 종류의 가게들과 레스토랑, 술집, 카페, 나이트클럽까지 마치 어느 대도시의 유흥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골목에는 특히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지만 딱히 남녀노소의 구별 없이 많은 여행객이 미코노스의 밤을 즐기고 있다. 옷가게, 신발가게 같은 곳도 밤늦은 시각까지 문을 열고 있다. 몇 시에 문을 닫는지 물어보니 “보통은 밤 1시 정도에 문을 닫는데 손님이 있으면 더 늦게까지도 연다”는 태평한 대답이 돌아온다. 지나칠 정도로 정확하게 문을 여닫는 유럽의 가게들과 너무 다른 모습에 그리스인의 느긋함이 느껴져 한결 여유가 생긴다.



그리스 미코노스

바닷가 근처의 노점에서 꽃과 채소를 파는 할아버지와 손자.(좌)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를 출발해 미코노스로 가는 여객선의 갑판 풍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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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최상운(여행작가) goodluck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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