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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입사동기’ 이상백 전 美 벡텔 부사장

“현대건설에 ‘이명박 신화’는 없었다, 사장 시절 이라크와 계약 잘못해 부도”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MB 입사동기’ 이상백 전 美 벡텔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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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입사동기’ 이상백 전 美 벡텔 부사장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현대 재직 시절 정주영 회장과 동석한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이 대통령이 30대에 사장이 되는 등 고속 승진을 한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그분은 다른 직원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정도의 근면 성실, 이 한 가지로 정주영 회장의 신임을 받은 거예요.”

“이라크 미수금이 부도 원인”

▼ 이명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인 현대건설을 세계적 대기업으로 키워낸 주역으로 평가돼왔고, 이러한 ‘샐러리맨 신화’는 대통령이 되는 발판이 됐는데요.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현대건설에 ‘이명박 신화’는 없었어요. 이 대통령이나 내가 입사할 때 이미 현대건설은 국내 5대 건설사였습니다. 현대건설의 성장은 전적으로 사주인 정주영 회장의 덕으로 봐야 해요. 모든 아이디어, 전략, 결단은 정 회장에게서 나왔죠. 오너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전세계 기업이 마찬가지입니다. 그 외의 사람은 스태프에 불과해요. 정 회장이 현대건설의 리더십 그 자체였고 이 대통령은 스태프 중의 수장이었다고 할 수 있죠.”



▼ 이 대통령의 현대건설 재직 시절 활약상을 주제로 한 TV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현대건설 출신자들 사이에서 그 드라마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이 나왔죠. 아까 말했듯이 현대의 임원들은 일종의 ‘정주영 복제인’입니다. 주역은 정 회장이죠.”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2년에 낸 회고록에서 “드라마에선 조선소 건설이나 자동차 등이 다 그분(이명박 대통령)이 한 것처럼 나오니까 사내에 보이지 않는 위화감도 많이 생겼다”고 기술한 바 있다.

▼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재직 시절의 서초동 땅 매입과 관련해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회사에서 보너스로 땅을 줬다’고 해명했고요. 이 대통령이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도덕성 문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 대통령은 회사 일을 하면서 사적으로 이익을 취한 적이 없어요. 정 회장은 아랫사람이 회삿돈을 편취하거나 적당히 하는 걸 용서하지 않아요. 이 대통령도 직무와 관련해 윤리적 기준이 엄격했습니다.”

▼ 이 대통령에게 ‘불도저’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데요.

“그분은 강한 인상을 갖고 있지만 실은 순수하고 유순한 분이에요. 회사에서도 직원에게 욕을 하거나 함부로 대한 적이 없어요. 그런 인품이 아니에요. 다만 일에 서만큼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목표를 정하면 좌우 안 보고 밀어붙이죠.”

‘2000년 현대건설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부도가 난 2000년 2조98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으며 이와 같은 대규모 손실의 원인은 이라크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 1조703억원이라고 돼 있다. 공사비를 못 받은 이라크 공사는 주로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1977~88년)으로 재임 중이던 1980~85년에 수주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 “1970년대 후반기 현대건설 내부에서 ‘이라크는 리스크가 가장 높은 나라’라는 분석이 있었고 국내 대다수 건설사는 이라크 진출에 신중한 자세를 취했지만 이명박 사장은 이라크 진출을 밀어붙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는 이라크 공사비 미회수 부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 미수교국인 이라크의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자신이 직접 이라크 고위 정치인들과 접촉해 이라크 정부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를 했으나 이란·이라크 전쟁 발발로 공사비를 받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이라크 공사대금 미회수의 ‘책임소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 책에서 “정주영 회장은 그 책임이 그 시장을 개척한 내게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썼다. 정 회장의 생각을 미뤄 짐작하는 표현방식이지만, 이라크 미수금 발생 책임에서 자신이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자서전의 관련 내용이다.

자서전, 본인의 미수금 책임 언급

“이라크는 현대건설에 참으로 매력적인 시장이었다.…이라크의 투자계획은 야심 찬 것이었다. 3차 5개년 계획을 위해 450억달러를 투입했고, 1985년까지 시행될 4차 5개년 계획에는 750억달러를 쏟아 부을 예정이었다.”(202쪽) “우리는 이라크 혁명정부와 줄을 대기 위해 탐색전을 펼쳤다.…마침내 나는 바그다드 시장 와하브를 면담했다.…와하브의 소개로 이라크 주택건설성 장관과 상공장관을 만났다.”(203~209쪽) “현대건설은 얼마 뒤 이라크에서 7억2000만달러짜리 알무사이드 화력발전소 공사를 턴키 계약으로 따내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솔직히 말하면 이 같은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능력이 못 되었다. 이라크도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으로부터 기자재를 공급받고 엔지니어링에서도 도움을 받으며 시공해보라’고 조언까지 해가며 국가적 사업을 우리에게 맡겼다.…주택건설성에서도 8억2000만달러짜리 사마라 팔루자 주택 단지 공사를 계약해주었다.”(211쪽) “이란·이라크 전쟁은 현대건설은 물론 내 신상에도 미묘한 파장을 몰고 왔다. 나는 이라크 상륙전에서는 보기 좋게 승전보를 올렸지만 이란·이라크 간의 진짜 전쟁 때문에 나의 ‘전쟁’은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전쟁으로 인한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아직도 회사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216쪽)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되었다면 관련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조직의 냉엄한 생리다. 전쟁 발발로 공사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원유로 받기로 했으나, 정 회장은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못한 책임이 그 시장을 개척한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 회장과 내가 무슨 사안을 놓고 다투거나 적대감을 표출한 적은 없었다. 그저 냉랭한 기류가 흘렀고 대화가 사라졌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분위기 변화도 정 회장과 나와의 오랜 관계에서 본다면 무시하지 못할 사건이었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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