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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살아가기

한반도 기온 상승률 세계 평균의 두 배

‘더워 죽겠다’는 말, 이제 현실이 됐다

  • 이한음 /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한반도 기온 상승률 세계 평균의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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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온 상승률 세계 평균의 두 배

일찍 더위가 찾아오자 5월6일 서울 서초구 공무원들이 반포천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인 말라리아도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말라리아는 1970년대에 거의 사라졌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다시 나타났으며, 현재 급증하는 추세다. 말라리아 환자는 1994년 5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 2000명을 넘었다. 환자는 대부분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었으며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야간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감염되었다. 말라리아는 적혈구를 파괴하여 빈혈을 일으키며 오한과 발열을 동반한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말라리아는 치명적인 종류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연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겨울이 한 달 줄어들고 여름이 한 달 늘어난 셈이 됐다. 그만큼 모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졌다. 모기는 말라리아뿐 아니라 뎅기열, 황열병, 일본뇌염을 옮긴다. 뎅기열은 전형적인 열대 전염병으로 머리, 눈, 관절 등의 통증과 발진을 일으킨다. 뎅기바이러스를 지닌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동남아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감염됐는데, 최근에는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국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지구, 모기의 천국 된다

모기는 다양한 생물의 피를 빨기 때문에 바이러스와 세균을 비롯한 온갖 병원체를 전염시킬 수 있다. 추위는 모기 같은 해충의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이런 해충들은 주로 알 상태로 겨울을 나는데, 혹독한 추위를 겪으면서 많은 알이 죽는다. 반대로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알은 죽지 않고 무사히 깨어난다. 모기는 기온이 상승할수록 번식 주기도 빨라지며 활동도 왕성해진다. 모기의 몸속에 사는 병원체도 기온이 올라갈수록 번식 주기가 빨라진다.

잦아진 홍수와 가뭄은 모기 개체수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 홍수는 도랑이나 하수구, 축사 등에 쌓인 오염물질을 강과 호수로 유입시켜 모기의 천적들이 살기 어렵게 만든다. 가뭄은 오염된 물웅덩이를 많이 만들어 모기 유충의 서식지를 늘린다. 온난화는 지구를 모기의 천국으로 만드는 셈이다.



온난화는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생태계 교란을 통해서도 인간의 건강에 큰 해를 입힌다. 온난화로 생태계가 교란되면 모기 유충을 먹이로 삼는 개구리 같은 양서류와 어류, 수서 곤충의 수가 줄어든다. 특히 양서류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양서류가 쇠퇴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온난화, 오존층 파괴, 오염물질, 서식지 파괴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물과 뭍 양쪽 서식지를 필요로 하는 양서류는 다른 생물보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인간의 건강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기여를 한다.

호주의 생물학자 리처드 샤인은 인공 연못을 만들어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와 올챙이를 함께 넣고 키우는 실험을 했다. 샤인은 올챙이가 있을 때 장구벌레의 생존율이 약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을 발견했다. 둘이 먹이와 서식지 측면에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챙이가 줄어들면 모기는 그만큼 많아진다. 또 올챙이가 탈바꿈한 개구리는 장구벌레를 먹어치우기 때문에, 개구리가 사라지면 모기는 이중으로 혜택을 보는 셈이다.

파충류도 기온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악어, 도마뱀, 거북 등 파충류 중에는 기온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종이 꽤 있다. 호주의 고산지대에 사는 한 도마뱀은 주변 온도가 높으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모두 수컷이 된다. 반대로 많은 거북 종은 주변 온도가 낮으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모두 수컷이 되고, 높으면 모두 암컷이 된다. 미국의 악어인 엘리게이터는 고온과 저온에서는 암컷이, 중간 온도에서는 수컷이 된다. 이렇게 기온에 의존하는 성 결정기구를 지닌 파충류는 성비(性比)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에서 알을 낳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온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런 세심함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될 수 있다. 암컷만 탄생하거나 수컷만 탄생한다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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