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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여론, 대중의 지혜? 난폭한 포퓰리즘?

  • 이 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네티즌 여론, 대중의 지혜? 난폭한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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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며 때로는 독단적이다.’ ‘허위 정보와 무책임한 의견이 넘쳐난다.’ ‘원하는 정보와 듣고 싶은 의견만 골라 본다.’…
  • 이외에도 인터넷의 ‘결함’으로 지적될 만한 항목은 많다. 그러나 수많은 ‘결함’에도 인터넷은 여전히 여론 생산의 이상적인 모델로 통한다. 개인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정보와 의견을 취합해 전파하는 매체로서 인터넷만한 게 없다.
  • 얼마 전 우리는 새삼 이 같은 인터넷의 위력을 봤다. 바로 촛불집회다. 인터넷을 통해 결집한 개인들은 처음으로 기존 권위에 대항할 만한 힘을 과시했다. 이를 두고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 하나는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는 합리적인 다중(多衆)을 봤다는 것, 다른 하나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우매한 대중(大衆)을 봤다는 것이다.
  • 이렇듯 인터넷은 ‘야누스의 두 얼굴’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네티즌 여론, 대중의 지혜?  난폭한 포퓰리즘?
황우석 교수 사건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브릭(BRIC)’이라는 이름도 기억하는가. 2005년 겨울 대학과 정부, 그리고 자본의 결탁은 믿기 힘든 뉴스를 탄생시켰다. 세계적 기대를 모은 줄기세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이 그 사실을 지적했을 때 첫 반응은 “믿기 힘들다”였다. 그리고 “전문적인 영역은 전문가들의 목소리로만 반박될 수 있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때 관련 논문 등 시시비비의 검증을 주도한 웹사이트가 있었다. 바로 젊은 연구자들의 모임인 ‘브릭’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이 사이트에서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된 ‘과정’이다. 사이트에 처음 문제 제기를 한 이는 익명의 아이디(ID)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다른 익명의 누리꾼들에 의해 재가공됐다. 틀린 부분은 수정을, 부족한 부분은 보완을 거쳐 글의 내용은 신뢰도와 정확도를 더해갔다. 그렇게 완성된 ‘의견’은 인터넷 망을 따라 널리 퍼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터넷에 형성된 집단지성을 보았다”고 평가했다. 비록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라지만, 소수 전문가보다 다수의 여러 견해가 현명한 판단을 낳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생활화했다. 이는 모든 영역에서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변화의 바람은 미디어와 정치 분야에서 가장 거셌다. 과거에는 이슈를 만들고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특권을 언론과 정당만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펜, 아니 키보드를 두드린다. 자기 의사를 직접 전달하고 영향을 줄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다 이슈가 생기면 뜻 맞는 이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함께 행동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종횡무진하는 새로운 ‘권력’의 출현이다. 2008년 한국의 여름을 달군 촛불집회가 그 역사를 열었다. 광화문의 거대한 컨테이너 장벽에 맞선 촛불의 행렬은 세계 어디에도 참조할 교과서가 없는 새로운 현상이었다.

“촛불을 누구의 돈으로 샀느냐?” “배후는 없다.” “촛불집회의 배후는 양초공장 사장이다.” 항간에는 촛불집회의 배후를 놓고 한동안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진보와 보수진영이 최종으로 지목한 ‘배후’는 인터넷이었다. 촛불집회 참가자의 상당수는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그것을 토대로 행동에 나섰다.

촛불집회를 열렬히 지지하던 인터넷 여론은 그러나 순간 돌변했다. 6월 중순 이후 촛불시위는 대중 동원에 한계를 보였고, 촛불시위 관련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부쩍 늘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여론은 과연 합리적인 것이었는가’에 대한 반성도 뒤따랐다.

이 글은 “인터넷 여론은 과연 믿을 만한가”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다. 사회과학 계열의 대학교수 10명에게 기자가 작성한 ‘촛불집회와 인터넷 여론’주제의 설문을 보내 얻은 답변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Q1 : 이번 촛불집회는 온라인에서 형성된 커뮤니티가 현실공간에서 강력한 정치 결사체의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촛불집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세계 정치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이다.”(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좌파가 주도하는 거리의 비이성적 굿판이다. 촛불집회가 천민민주주의로 치닫고 있다.”(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촛불집회는 위대하지만 끔찍한 포퓰리즘적 행태다.”(작가 이문열)

지식인이 아닌 대중이 주도한 촛불집회의 성격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크게 “온라인에서 토론을 벌이다 이슈가 형성되면 직접행동에 나서는 ‘군중의 지혜’를 봤다”는 긍정적 의견과 “제한된 정보와 소수가 선동하는 파시즘적 행태”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한마디로 ‘아날로그 정부와 디지털 시민의 격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촛불집회에서 디지털 매체는 누리꾼 간 정보의 교류와 소통, 여론 형성, 대중 동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됐다. 그 뿐만 아니라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정서와 행동방식에도 온라인 문화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를테면 지도부 없는 시위과정에서 집단지성의 원리가 읽혔고, 장기간 지속된 집회도 지칠 줄 모르는 시민들의 참여는 웹2.0에서 말하는 ‘롱테일의 법칙’이 적용된 현상으로 보인다. 또 유연하고 무정형적인 시위 행렬은 하이퍼링크적 흐름을 꼭 닮았으며,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들고 나온 피켓에 적혀 있는 직설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문구들은 게시판 댓글을 연상케 한다. 이른바 ‘닭장차 투어’나 ‘신호등 시위’에서도 놀이와 저항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온라인 문화의 특성이 배어 있다. 결국 온라인을 통해 형성돼 있던 누리꾼들의 고유한 문화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시위 양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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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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