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호

기로에 선 중국 경제

요란한 ‘경착륙’ 시그널, 그러나 조기 회복 가능성 높아

  •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pbs21@seri.org

    입력2008-09-03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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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와 세계 경제 호황에 힘입어 놀라운 성장세를 구가해온 중국 경제. 하지만 침체된 국제금융시장 경기와 중국 내 투자여건 악화는 중국이 더 이상 그간의 ‘기적’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반면 1964년 도쿄올림픽을 전후한 일본의 사례 등을 살펴보면 중국이 눈앞에 닥친 경기침체를 단기간에 이겨내고 향후 5년간 9%대의 견고한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변화하는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한국에 던지는 미래 전략의 비전.
    8월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쏟아진 세계인의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중국이 자랑하는 5000년 문화의 정수를 아낌없이 보여준 압도적인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큰 이벤트가 가능했던 동력은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문화말고도 또 있다. 바로 지난 수년간 계속된 중국의 고도성장이다. 엄청난 자본과 시간, 전문기술이 투입된 개막식의 화려함은 중국이 최근 일군 막대한 부(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국이 2008올림픽을 유치한 2001년은 제2의 개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이뤄진 해이기도 하다. 이 두 개의 이벤트는 이후 중국을 변모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고, 중국의 경제 및 무역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2006년에 이미 시장환율 기준으로 세계 GDP의 5.5%,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15.0%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 됐다. 교역량은 더욱 빠르게 증가해 2007년 중국의 수출은 세계 2위, 수입은 세계 3위로 성장했다.

    단순히 경제가 양적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체질도 강화됐다. 실질임금이 최근 수년 동안 연 10% 이상 상승했음에도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수출상품 구조는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에서 자본 및 기술집약적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2007년 수출품 가운데 섬유가 8.9%, 신발이 2.1%, 완구가 2.2% 등 낮은 비중을 보인 반면 전자산업의 비중은 이미 24.7%에 달한다. 2007년 말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페트로차이나,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 기업이 5개나 올라 있고 그 가운데 페트로차이나는 1위다.

    국제기관이 평가하는 중국의 국가경쟁력도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중국의 정부부문 효율성은 2003년 22위에서 2007년 8위로, 비즈니스 부문의 효율성은 같은 기간 38위에서 26위로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2007년 현재 IMD가 평가하는 중국의 국가경쟁력은 54개국 중 15위다.

    몰려오는 먹구름



    이러한 급속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이후에는 이처럼 화려한 성장도 한물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국내의 성장요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림픽 관련 투자가 더는 계속되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기대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그 근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중국이 올림픽 유치 이후 이루어온 고도성장이 계속된 고투자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중국의 성장에서 투자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려면 경제 각 부문이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보면 된다. 투자의 성장 기여율은 1990~2000년 기간에 35.4%로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 45.8%보다 낮았다. 그러나 2000~2006년 기간에는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 28%보다 훨씬 큰 48.4%로 높아졌다. 이렇게 볼 때 올림픽이 종료되면 투자 잔치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성장도 정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기로에 선 중국 경제
    올림픽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최근 악화하고 있는 중국의 외국인 투자환경도 투자부진에 부채질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올해 중국 기업과 외자 기업에 모두 25%의 동일한 소득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센티브로 저세율을 적용받았던 외자계 기업의 세율은 올리고,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중국 기업의 세율을 낮춘 것이다. 이 조치로 2008년 한 해에만 외자계 기업의 소득세가 410억위안 증가하고, 중국 기업의 세금은 1340억위안 절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그림자

    노동관계법의 강화로 인한 노사분규 증가 가능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은 중국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되므로 노사분규의 증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8월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역시 외국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여기에 그동안 외자계 기업이 집중 입지했던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인건비, 땅값, 전력 사용료, 용수, 원재료 가격 등이 상승하고 위안화의 가치 상승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에 진출한 생산기지형 다국적기업의 국외 이주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세계 경제 자체가 혼조를 보이면서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살펴보자. 사실 중국 경제의 최근 성장은 지난 수년간의 세계 경제 호황과 깊이 연관돼 있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 추진 당시 97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2007년 1조218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 30년 동안 중국은 세계시장을 이용해 경제를 성장시켜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세계 경제는 2004~2007년 기간 연평균 3.8% 정도의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그 결과 중국의 수출은 급격히 증가했고, 1990~2000년 기간 2.4%에 불과했던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율은 2000~2006년 기간 11.6%로 급증했다.

    기로에 선 중국 경제

    중국 주요 증시가 4% 하락한 2008년 1월22일 상하이 주식시장 전광판 앞에 선 투자자.

    다시 말해 2000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해외수출을 기반으로 한 투자를 중심으로 전개돼왔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고유가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이러한 성장세를 더 이상 가능할 수 없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국경제의 성장 전망이 계속 불투명한 상태고, 미국의 무역압력으로 중국의 최대시장인 대미 수출이 예전 같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최근 고도성장은 유리한 국제금융 상황 덕분이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가 빚어낸 국제 유동성의 확대로 중국 증권시장이 호황을 이어올 수 있었고, 국유은행 등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강화됐다.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는 세계 자본의 투자처가 되기도 했다. 중국이 누린 이 유동성 붐은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으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시작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국제금융시장이 압박을 받은 데다 미국 소비자들이 계속 소비를 확대하기도 어렵게 된 것이다. 이어지는 전세계적인 금리 상승은 다시 한번 세계시장의 소비를 둔화시키고, 중국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는 올림픽 이후 국내외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급속히 하강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일각의 주장처럼 거품의 붕괴와 함께 심각한 경착륙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일까.

    1964년 도쿄, 2008년 베이징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선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경착륙’의 기준부터 설정해보기로 하자. 중국 당국의 경우 신규 노동력에 일자리를 꾸준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8% 정도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제11차 5개년 계획기간(2006~ 2010)의 성장률 목표치를 10차 계획기간의 실적인 8.8%보다 낮은 8.0~8.5%대로 잡았다. 올림픽 이후 중국의 성장률이 이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착륙을 하게 될지 아니면 9% 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할지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앞서 살펴본 고투자 문제를 검토해보자. 올림픽 이후 투자가 급락할 것이라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중국 측 학자들은 베이징 경제가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4%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올림픽에 대한 기대심리는 일반 기업부문에서도 분명 갖고 있었을 것이고, 이 같은 심리가 투자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투자율이 실제로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하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여건만 만들어져 있다면 그 기간은 아주 짧을 수 있다. 1964년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의 사례는 이러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일본의 경우 올림픽 이전인 1961~1964년 기간 투자율은 연평균 35.5%였지만 1965~1966년 기간에는 32.7%로 하락했다. 그러나 1967년 이후에는 투자율이 다시 상승해 1970년까지는 올림픽 이전보다 더 높은 30% 후반대가 됐다. 중국의 투자가 일본의 투자패턴을 따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GDP의 45% 수준에 달하는 중국의 투자율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1990년대 전반 동아시아의 투자율이 매우 높았을 때도 30% 후반 수준이었다. 일본은 올림픽이 있었던 1964년을 전후로 1961~1970년의 10년 동안 연평균 10.4%의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기간 일본의 투자율은 연평균 35.9%에 불과했다. 2003~2007년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10.7%로 1960년대의 일본과 비슷하지만 투자율은 40% 중반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올림픽을 전후한 중국의 투자는 일본의 투자에 비해 비효율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다시 말해 중국이 투자의 효율을 증진한다면 투자율이 대폭 낮아져도 동일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악화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경영여건 부분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러 부정적인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외국인 기업이 당장 중국을 버리고 떠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중국은 아직도 다른 어느 개도국보다 많은 기회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현재의 비용상승 압력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자계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부품이나 중간재의 중국 내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도리어 중국 부품산업 발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생산비용 상승과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수출기업의 수익률이 하락한다고 해도, 수출기업은 내수비중을 확대하고 외자계 제조업체들은 중국 내륙으로 이동하는 등의 대안이 가능하다. 중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비용상승 압박이 산업구조 고도화를 촉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5년간 9% 성장률을 이어간다면

    물론 올림픽 이후 어느 정도의 투자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고 정부의 재정상태도 양호하다. 경기급락에 대처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아직 많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간소비가 투자를 대신해 성장을 견인하는 그림도 충분히 그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고투자를 통해 대량생산형 제조업이 수출을 주도하게 만드는 중국의 성장전략은 그간 국내적으로는 양극화를 심화시켜왔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의 소득분배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여기에서 나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자료에 의하면, 소득분배 정도를 평가하는 지니계수가 1993년 40.74에서 2004년 47.25로 증가했고, 최상위 소득층 20%의 소득이 최하위 20%의 소득에 비해 1993년 7.57배 높았지만 2004년에는 11.37배나 높아졌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후진타오 주석이 조화사회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후 주석의 사회적·환경적 조화 추구는 향후 중국경제를 지배하는 화두가 될 것이다. 저개발지역과 농업부문의 발전, 저소득계층의 소득수준 향상이 정책의 초점이 되면서 도시지역에 집중돼 있던 소비가 농촌지역이나 저소득층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제대로 풀지 않을 경우 올림픽 이후 신장된 국민들의 자유에 대한 욕구를 현재의 틀 안에서 담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필수불가결에 가깝다.

    미국보다 큰 중국의 세계 경제 영향력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이 부분에서도 중국 경제의 성장이 올림픽 이후 다소 둔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이 올림픽 이후에도 고도성장을 한 것은 때마침 이어진 세계 경제의 호조 덕분이었다. 따라서 당시 일본의 사례를 세계 경제가 수년간의 호황을 끝내고 있는 현재의 중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다. 과거 일본은 1950년대부터 1990년까지, 1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4년과 1980년대 초 세계 경기의 불황에 타격을 받았던 1983~1984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40년간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렇게 볼 때 중국도 향후 상당기간 세계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나 한국이 오일쇼크 등 급격한 충격을 받은 뒤 한두 해의 저성장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곧 극복했던 것처럼, 중국 역시 최근의 세계 경제 침체를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세계 경기가 다시 호전된다면 9%대의 성장을 적어도 5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중국 경제의 성과는 이미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중국의 시장환율 기준 GDP는 세계의 5.5%로, 미국의 27.4%와 비교하자면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러나 2007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1.9%였으며 미국의 성장률은 2.2%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2007년 중국이 새로 창출한 부가가치가 미국이 새로 창출한 부가가치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 GDP의 증가에 기여한 부분이 미국이 기여한 부분보다 더 많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미 중국 경제의 영향력은 미국 경제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세계은행(World Bank)은 2008년 미국의 성장률이 1.1%, 중국의 성장률이 9.4%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07년에 비해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성장 기여율은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성장률에 달린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제 통합?

    중국이 향후 5년간 연평균 9%대의 성장을 지속한다면 이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첫째, 중국의 성장은 세계의 중산층을 확대하고 세계 전체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성장이 세계 빈곤층 인구를 대폭 줄인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중산층이 두터워지면 과거 선진국에 한정돼 있던 중산층이 대폭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세계의 유효수요가 증가하고, 세계의 기업들은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 5년이 지나면 중국이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아 경기가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소비자들이 세계 경기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둘째, 중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면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중간 공업국은 선진 시장에서 계속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미 중국은 국제무역에서 소국이 아닌 대국으로 세계의 교역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은 초기에 동아시아 일부 경쟁국가에 상당한 타격이 됐다. 즉 중국 국내수요가 수출보다 더디게 성장하는 동안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동남아 국가들은 수출시장을 상실해온 것이다.

    동시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당한 교역조건 악화를 경험하게 된다. 중국의 중저가 상품은 대량생산 제조업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동아시아 국가들에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선진국의 성숙한 시장에서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역으로 중국에서 기회를 찾게 될 것이고 이런 개발도상국들은 중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셋째는 위의 둘째 영향과 관계가 깊다. 중국의 꾸준한 성장은 향후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촉진하면서 세계 경제의 3극(極)체제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수년 동안 중국은 동아시아 경제에 가장 중요한 성장요인이 됐다. 동아시아 주요국가 가운데 미국에 대한 수출이 중국에 대한 수출보다 많은 국가는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2000년 이후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대(對)미국 수출 비중보다 빨리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만 해도 대미 수출 비중은 21.9%에 이르렀으나 2007년에는 12.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중국 수출 비중은 10.7%에서 2배 이상 증가한 22.1%에 이르렀다. 일본의 경우도 이 기간 대미 수출은 30.1%에서 20.4%로 거의 10%포인트가 하락한 대신 대중국 수출 비중은 6.3%에서 15.3%로 증가했다. 필리핀의 경우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대미 수출이 2000년 29.8%에 이르렀으나 2007년에는 13.4%로 하락한 반면 대중국 수출은 1.7%에서 29.3%로 증가했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확대는 중국에 대한 수출품이 모두 소비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시아 내의 산업분업 현상을 보여준다. 즉 아시아 내에서는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공정 간 분업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수 국가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공정을 분리해서 생산하는 생산공유(production sharing)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 때문에라도 동아시아 국가들에 있어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은 필수적이다.

    이제 중국은 동아시아의 시장 역할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부품과 중간재를 수입·조립하여 완제품을 역외, 특히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그간 중국의 주된 무역구조였다면, 미국 경제의 불안과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감축에 맞닥뜨린 현재의 중국은 새로운 시장을 발견해야만 한다. 중국에 유럽과 아시아는 새로운 시장이다. 부품이나 중간재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제 중국은 이들 상품을 아시아에 공급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이 앞으로 아시아의 경제통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분명한 근거를 갖는다.

    동아시아 국가의 대미·대중 수출의존도 추이 (단위:%)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미국 2000년 21.9 30.1 13.7 20.5 29.8 17.3 21.0 5.1
    2007년 12.4 20.4 10.7 15.6 13.4 8.9 12.6 22.8
    중국 2000년 10.7 6.3 4.5 3.1 1.7 3.9 4.0 10.6
    2007년 22.1 15.3 8.6 8.8 29.3 9.7 9.7 6.3
    출처 : 국제통화기금 무역통계

    한국은 지난 수년 동안 중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해 경제성장을 이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중국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한다 해도 이전과 같은 수출호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 기업들은 투자효율을 증진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이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조립업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과 중간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의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현지 조달을 확대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급속히 하강하지 않는다 해도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세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비관적인 전망뿐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중국의 성장구조가 소비주도로 바뀔 때, 우리 옆에는 인구 13억의 소비시장이 자리하게 된다. 비록 중국의 제조업 생산기반이 강하다고 해도 그 전제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기존의 부품과 중간재 중심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섭게 증가하는 중국의 다양한 소비계층,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 수출로 영역을 확대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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