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호

삶-GMC 산판차처럼

  • 입력2008-09-0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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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GMC 산판차처럼

    일러스트·박진영

    1

    보내주면서와 오면서로

    계절은 늘 섞여 있으면서

    한여름말고는 난로를 피워야 하는 추전(杻田)역엔

    싸리밭 사이 바람이 자울자울



    사람보다 산짐승들이 더 많으면서

    시작은 육지, 종착은

    아프도록 부서지면서 구애하는

    바다를 지나면서

    갇힌 수족관의 내용물들도

    삶아지거나 날것으로 부서지면서

    갈 때보다는 올 때가 빠르고

    오를 때보다는 내려올 때가 많이 보이면서

    2

    연휴는 엔도르핀으로 쓰이라고 만들었는데

    같은 날이면서도 누구는 쌓이고

    누구는 풀 듯이 각자의 숙제를 안고 살면서

    가던 길 막히고 오던 길도 막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쉽게 뚫리면서

    가볍게 갔다가

    주지도 않았는데 얻어온 것들이 쌓이면서

    버려질 듯 없어질 듯

    세룰리안 블루색 GMC 산판차도

    과거와 연결되면서

    그래요 우리

    버릴 것 많아도, 살아가요

    또 안아가면서.

    삶-GMC 산판차처럼
    宋瑄憲

    1966년 충북 영동 출생

    단국대 치과대학 졸업

    2007년 ‘개구리 참외’ 외 5편으로 문학사랑 신인상 수상

    現 미소가 있는 치과 대표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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