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호

그곳에 없지만 있는 것처럼…텔레프레즌스

  • 류현정 /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입력2008-10-01 1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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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없지만 있는 것처럼…텔레프레즌스

    텔레프레즌스를 구현한 회의실.

    세계화는 대세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곳곳에서 벌어지지만 그 속도를 늦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대국의 속셈 같은 정치적 논리 때문이 아니라 눈부신 기술발달 때문에라도 그렇다. 특히 무한경쟁 중인 기업들은 수만리 떨어진 나라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토록 하는 정보기술(IT)을 재빨리 채택해 ‘세계화의 도구’로 삼는다.

    글로벌 시대를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기술 도구가 등장했다. 바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tele) 마치 눈앞에 있는 것(presence)과 같다는 뜻 그 자체로, 기존 화상회의에서 한발 더 나아간 차세대 영상회의 기술이다. 출장을 가지 않아도 면대면 회의와 거의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인류 문명이 초보 단계의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기도 하다.

    원래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판매회사였던 시스코는 최근 초고속망 구축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자 텔레프레즌스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기조 연설장에 오는 대신 3차원 홀로그램 형태로 등장해 텔레프레즌스의 진가를 알렸다. 구글은 해외법인을 만들 때 반드시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한다. 전세계 지사 직원들이 어느 지역 사무실에 가도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을 살펴보자. 우선 회의실 한쪽에 65인치 이상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다. 상대방을 실물 크기로 나타낼 수 있을 만큼 화면이 커야 하고, 해상도도 1080p급의 울트라HD 영상을 재생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간감을 재현하는 특수 오디오 기술, 잡음을 제거하는 각종 음향 기술도 채용된다. 고속영상을 전송하는 네트워크 기술이나 시야각 처리기술도 필요하다. 생생한 현장감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조명, 마이크로폰, 스피커 등 주변기기 기술도 동원된다.

    최근에는 텔레프레즌스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로, 지구 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이 추가됐다. 비행기를 타는 횟수를 줄이면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폴리콤이라는 회사의 영상회의 솔루션은 영상회의로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계산해 보여준다. 회계법인 PwC는 2007년 160만9344㎞ 거리의 비즈니스 출장을 영상 및 음성회의로 대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반직원에게는 해외출장이 줄어든다는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을 터. 자고로 기술발달이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지는 않았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우리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업무량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제 텔레프레즌스의 출현으로 인류는 과거 꿈도 꾸지 못했던 수의 사람들과 교류하게 될 것이다. 지구 반대편 동료에게 작은 업무를 맡기는 일도 잦아질 것이다. 점점 작아지는 지구, What a smal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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