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호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사람은 적응의 동물…민영화 일단 해보고 말하라”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입력2008-10-07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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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Maurice McTigue<br>● 1940년생<br>● 뉴질랜드 고용부 장관, 공기업부 장관, 철도청 장관, 노동부 장관, 이민부 장관 역임<br>● 現 미 조지메이슨대 특임방문교수

    이명박 정부의 개혁이 주춤거리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좌파 정책들을 되돌리겠다”며 기세 좋게 내놓았던 공약들은 촛불의 기세에 눌려서 용두사미가 되어가는 듯하다. ‘747’이라는 거창한 꿈이 아니라 당장 겪고 있는 불황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던 것들을 털어내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끌어내리는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하고, 민간 기업들의 투자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외국 자본이 들어올 수 있게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세금을 대폭 내려 투자 심리도 고양시켜야 한다.

    그러나 선거 기간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갔는지 불안하다. 공기업 민영화는 선진화로 이름을 바꿔 달고 거의 안 하는 것이나 다름없이 변해가고 있다. 전기나 수도, 가스 등 정말 중요하고, 민영화가 꼭 필요한 산업들에 대해 대통령 자신이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민영화를 하겠다고 발표한 부분은 숫자도 몇 되지 않는 데다 안 해도 그만일 정도로 작은 부분들뿐이다.

    이처럼 작은 반대에도 물러서는 식이라면 규제를 푸는 일 역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벌써부터 수도권 규제의 폐지는 물 건너간 것 같고, 다른 규제도 논란이 큰 것은 풀릴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연 한국이 개혁을 완수하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생각이 복잡하던 차에 문득 뉴질랜드의 맥티그 장관이 생각났다.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7월초 세계재산권협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 만찬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두 금발의 신사가 농민에 관해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빨려 들어왔다.

    “농민도 스스로 책임지게 하면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 보조금에 적응하느라 창의력을 잃고 정부 돈 받는 일에만 몰두합니다. 농민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의 장관(minister of change)’

    도대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내 소개를 하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알고 보니 그 노신사가 ‘변화의 장관(minister of change)’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모리스 맥티그(Maurice McTigue)씨였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다섯 개 부처 장관을 거치면서 가는 곳마다 파격적인 개혁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재정부 부장관일 때는 예산을 줄이는 일을 맡았고, 공기업부 장관일 때는 철도·전기·통신·국유림 할 것 없이 대대적인 민영화에 나섰으며, 노동부 장관일 때는 노조가 아니라 개인이 노동계약의 주체가 되는 고용계약법을 관철시켰다. 맥티그는 이명박 정부가 원래 공약으로 내세웠던 작은 정부와 민영화, 규제개혁을 교과서대로 성공시킨 사람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맥티그씨는 영국 버킹엄 궁에서 엘리자베스2세 여왕으로부터 QSO(Queen´s Service Order)라는 작위를 받는다. 뉴질랜드 공무원으로서는 최고 영예라고 한다.

    맥티그씨가 개혁정책을 가혹하리만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람들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나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유와 책임을 주면 그 능력이 살아난다. 그러나 의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각자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도 하지 말고 규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그저 심판자 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이 맥티그 전 장관의 철학이었고, 그 철학이 뉴질랜드의 부흥을 가능하게 했다.

    이명박 정부의 개혁 노력이 주춤거리고 있는 지금, 이 사람의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도 하고 내가 원장으로 있는 자유기업원의 행사에 연사로도 모실 겸 겸사겸사 그를 서울에 초청했다. 인터뷰는 그가 며칠 동안 묵었던 조선호텔 6층의 어느 방에서 이루어졌다. 그의 ‘대표작’인 민영화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민영화, 해보지도 않고 반대해서야”

    ▼ 김정호 : 한국에서는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심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땠습니까?

    ▼ 맥티그 : 뉴질랜드에서도 논란은 심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공공성이 떨어진다느니 가격이 오른다느니 하는 심한 논쟁이 있었지요. 그럼에도 민영화로 가격은 내리고 품질은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감행할 수 있었습니다.

    ▼ 김정호 : 정말 그런가요? 뉴질랜드는 전력사업을 민영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말 민영화 이후 가격은 낮아지고 품질은 좋아졌습니까?

    ▼ 맥티그 : 그렇습니다. 1987년 민영화 이후 4년이 지난 1991년에 도매 전기가격이 13%나 인하됐지요. 품질도 물론 좋아졌고요. 이익도 많이 나서 투자자들도 상당한 배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김정호 : 가격은 낮아지고 이윤은 늘어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

    ▼ 맥티그 :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앞서 언급했던 그 4년 동안 발전부문의 생산성이 71%나 높아졌습니다.

    ▼ 김정호 : 그밖에 어떤 분야에 민영화가 이루어졌습니까?

    ▼ 맥티그 : 공항 항구 통신 철도 우체국 항공 은행 등 정부가 해오던 기능 중에서 민간이 할 수 있는 기능은 대부분 민영화됐다고 봐도 됩니다. 민영화가 안 된 부분은 주식회사로 만들어 정부의 지원 없이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에도 민간이 중복 진입할 수 있게 허용돼 있기 때문에, 아직 소유권이 공공에 있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민영화된 셈이지요.

    ▼ 김정호 : 모든 공항이 민영화된 건가요?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맥티그씨는 세계를 누비며 뉴질랜드의 개혁 경험을 전파하고 있다.

    ▼ 맥티그 : 많은 공항이 민영화되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지방공항 중에는 지방정부가 소유한 것도 아직 있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정부 소유라고 해도 운영은 일반 사기업처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적자가 나도 정부가 세금으로 도와주지 않는 철저한 독립채산제라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모든 공항이 실질적으로는 민영화됐다고 봐야겠지요.

    ▼ 김정호 : 한국의 경우 인천국제공항 주식의 49%를 매각할 계획인데요, 반대자들은 민영화된 공항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항공사들에 높은 공항이용료를 부과할 것을 걱정합니다. 뉴질랜드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 맥티그 : 조금만 더 멀리 보면 공항은 독점이 아닙니다. 인천공항 역시 그렇습니다. 국내에서만 보면 인천공항이 독점인 것 같지만, 전세계 항공사 입장에서 보면 상하이 푸둥공항이나 홍콩의 첵랩콕공항,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일본의 나리타공항 등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 인천공항이 사용료를 올린다고 해 보세요. 항공사들이 그냥 당하고 있기만 할까요? 아마도 항공사들은 다른 공항으로 주 기착지를 옮길 겁니다. 오히려 민영화가 되면 더 치열하게 원가를 절감해서 사용료를 낮추고 그것으로 더 많은 항공사를 끌어들일 겁니다.

    ▼ 김정호 : 한국의 인천공항은 이미 경영효율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민영화한다고 해도 효율성이 더 높아질 여지가 없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효율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어떻게 판단합니까? 다른 외국공항과 비교하는 것은 민영화 논의에서 그다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은 인천공항이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공항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김정호 : 일단 민영화를 해봐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 맥티그 : 그렇습니다. 민영화를 해본 후 그 결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지금까지 비효율적으로 운영돼왔음을 뜻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십중팔구는 민영화 이후 효율성이 높아질 겁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으니까요.

    “대중은 쉽게 잊고 비판한다”

    ▼ 김정호 : 국유림도 민영화했다고 하셨는데요. 환경보존이라는 목표를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 아닙니까?

    ▼ 맥티그 :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오히려 환경 보호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겁니다. 그전에는 아주 짧은 기간에만 민간에게 국유림의 벌채권을 불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나무를 베더군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민영화를 해버렸지요. 그 결과, 미래를 생각하게 된 거지요. 내 것 아니라고 함부로 나무를 베던 사람들이 나무도 가려서 베고, 또 스스로 나무를 심고 가꾸게 되었지요. 야생동물은 남획을 해도 가축은 아끼고 그 수를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김정호 : 숲을 사유재산화한 거군요. 그랬더니 그 재산을 보호할 인센티브가 생기더라….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최근의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뉴질랜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로저 커씨가 ‘뉴질랜드헤럴드’에 기고한 칼럼을 봤더니 뉴질랜드 국민 사이에 민영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민영화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 맥티그 : 뉴질랜드 국민이 민영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민영화 이전의 상태가 어땠는지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민영화를 추진하기 이전 뉴질랜드의 공기업들은 형편없었지요. 경영은 비효율적이어서 세금을 먹는 기계였고, 품질은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민영화가 그 문제를 해결한 거죠. 대중은 이 사실을 잊게 된 거예요.

    ▼ 김정호 : 민영화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 맥티그 : 그렇습니다. 민영화에는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공기업이던 통신회사를 민영화하고 나니까 뉴질랜드 경제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은행, 보험회사, 국유림, 항구와 공항, 철도 등 각 부문 공기업들을 민영화했기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뉴질랜드 경제가 경쟁력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 김정호 : 구체적인 증거가 있나요?

    ▼ 맥티그 : 그럼요. 실업률만 보더라도 10%에서 3.4%로 떨어졌지요. 흥미로운 것은 인구가 늘었다는 건데요, 그전에는 많은 사람이 뉴질랜드를 떠나 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러다가 개혁정책 이후 뉴질랜드 경제가 좋아지니까 인구도 늘어나고 사람들도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 김정호 : 장관님은 민영화의 방식으로 공모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농업보조금 철폐

    ▼ 맥티그 : 기술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공모를 하려면 먼저 신청자에게 공모안내서(prospectus)를 줘야 하는데, 그 속에는 주식을 공모하려는 기업의 자산들이 기재되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공기업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자산을 정확히 기재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 소송에 휘말리기도 쉽습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고요. 그래서 공모 방식을 꺼렸던 겁니다.

    ▼ 김정호 : 과감한 민영화 못지않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농업보조금을 폐지한 것인데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습니까?

    ▼ 맥티그 : 농민들이 먼저 보조금 폐지를 요구했습니다. 본래 뉴질랜드는 영국의 식량공급기지 구실을 해왔지요. 그런데 영국이 유럽연합에 편입되면서 뉴질랜드는 주된 농산물 시장을 잃게 되었습니다. 농민들의 살길이 막막해진 거지요. 정부는 농민을 달래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리 없지요.

    보조금 지출로 재정적자가 늘기 시작했고, 이는 물가 앙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농민들 처지에서도 보조금을 받아봐야 물가가 올라서 그다지 이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농민단체 대표가 정부에다 농업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물가를 잡아달라고 건의하기에 이르렀지요. 그것이 그 다음 집권한 노동당 개혁정책의 일부로 채택된 겁니다.

    ▼ 김정호 : 아무리 그렇더라도 농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 맥티그 : 저항이 있었지만 설득을 했지요. 사실 농민들이 보조금 받는 것을 좋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조금 없이 생존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없었을 뿐이지요. 정부가 한 것은 농민들에게 얼마든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설득하는 일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개혁은 농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수입품에 대한 모든 제한이 폐지됐고, 외환거래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모든 규제가 폐지됐습니다. 모든 가격 규제, 금리 규제, 임금 규제 같은 것이 폐지됐습니다. 농업보조금 폐지도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뤄진 자유화 조치의 하나였습니다. 개혁에 성역은 없었습니다.

    ▼ 김정호 : 보조금에 익숙한 상황에서 보조금을 끊었으니 많은 농민이 파산했을 것 같은데요.

    ▼ 맥티그 : 뉴질랜드에서도 그런 염려를 많이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존 농민의 25%는 파산할 거라고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지요. 하지만 실제로 파산한 농민은 전체의 0.5%에 불과했습니다. 파산한 농가가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 김정호 : 농민의 세대교체가 있었나요?

    ▼ 맥티그 : 그렇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농민들이 그대로 남아서 성공을 거둔 겁니다. 하지만 사람은 같더라도 태도는 완전히 새로운 농민으로 거듭났다고 봐야지요. 정부가 보조금을 끊자 농민들의 마음에 혁신적인 사고가 자리 잡기 시작했던 겁니다.

    ▼ 김정호 :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주신다면요?

    ▼ 맥티그 : 뉴질랜드에는 낙농을 하는 농가가 많은데요, 보조금을 지급하던 시절에는 우유로부터 70여 종의 낙농제품이 만들어져 판매됐습니다. 그러나 보조금을 끊자 이제는 2000가지도 넘는 유제품이 시장에 나옵니다.

    ▼ 김정호 : 어떻게 그런 변화가 가능했던 건가요?

    ▼ 맥티그 :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이 보조금으로 살아갈 때는 어떻게 해야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만 궁리했습니다. 그러니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리 없지요. 보조금이 사라지고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가 오늘날 완전히 새로워진 뉴질랜드 농민의 모습입니다. 과거보다 훨씬 부유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들로 변한 겁니다. 그렇게 보면 과거의 보조금은 농민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공무원과 자유주의?

    좋은 약이 입에 쓰듯 좋은 정책도 당장은 괴롭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만큼 사람들을 당당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정책은 없지만, 당장은 그것만큼 야박하고 잔인해 보이는 정책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운이 좋은 나라만이 그런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맥티그 장관 당시의 뉴질랜드가 그랬다. 그전까지 뉴질랜드 정부는 마음씨 좋은 사회주의 정책을 폈지만, 그 결과 나라의 경제는 성장이 거의 멈출 지경이 돼버렸다. 운이 좋은 나라는 이럴 때 반전의 기회를 잡는다. 뉴질랜드에는 더글러스 장관과 맥티그 장관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었고, 이들은 위기 속에서 파격적인 자유주의 정책을 펴나간다. 민영화, 규제 철폐, 파격적인 감세 및 정부예산 축소, 완전에 가까운 수입개방 등이 그 내용이다.

    어느 것 하나 보통 유권자의 눈에 고와 보이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전까지 마음씨 좋은 정책들로 말미암은 고통이 워낙 컸던 터라 국민들은 그냥 참고 넘어갔다. 그 결과 뉴질랜드는 아주 짧은 기간에 뛰어난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다. 실업은 줄고 성장은 돌아왔으며 특히 보조금과 보호정책을 완전히 폐지해버린 농업은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다. 뉴질랜드 국민이 스스로 원한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자유주의 정책들이 그들에게 엄청나게 달콤한 결과를 안겨준 것이다. 맥티그씨의 말처럼 각자에게 자유를 주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게 하는 것처럼 인간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게 만드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金正浩

    1956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수료

    미국 일리노이대 석·박사 (경제학), 숭실대 박사(법학)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한국지방 행정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근무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겸임교수

    現 자유기업원 원장

    저서 : ‘땅은 사유재산이다’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편역) ‘갈등하는 본능’ 등


    맥티그 전 장관, 아마도 그는 공무원 중에서 가장 투철한 자유주의적 신념을 가진 사람일 것 같다. 공무원이면서 정부의 규모가 작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정부가 경제에서 손을 뗄 때 민간의 창의가 살아나고 그래야 경제가 잘된다는 신념을 이론으로뿐만 아니라 실제의 경험을 통해 철저히 믿게 된 사람이다.

    그는 지금 그야말로 자유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의 거처는 뉴질랜드가 아니라 미국의 워싱턴DC 근교이고, 활동무대는 전세계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면서 뉴질랜드의 개혁 경험을 전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철학과 경험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한 사람이라도 더 자유와 풍요를 누리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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