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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라톤 한계기록은 1시간57분?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인간의 마라톤 한계기록은 1시간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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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한국 마라톤의 장점은 은근과 끈기다. 하지만 요즘 현대 마라톤에선 그것은 자랑이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스피드가 부족한 선수는 아예 마라토너를 꿈꾸지 않는 게 낫다. 게브르셀라시에나 완지루의 발자취를 보면 세계최고의 마라토너가 되는 방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19세 때부터 29세까지 세계 중장거리(1500, 3000, 5000, 10000m)를 휩쓸었다. 10년 동안 크로스컨트리, 5000m, 10000m에서 24번의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29세인 2002년에야 비로소 런던마라톤 대회에서 처음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다. 그는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2시간6분대 이후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만큼 스피드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달리기 천재 흑인

완지루도 2007년 4월 하프마라톤에서 세계최고기록(58분33초)을 세운 뒤 그해 12월 후쿠오카대회에서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 우승했다. 역시 19세 때 게브르셀라시에처럼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10000 m에서 우승(신기록)했다.

결국 5000, 10000m, 하프마라톤에서 세계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마라톤에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현대 마라톤은 ‘단거리의 확대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처절한 스피드 레이스다. 2시간5분대를 달리려면 5000m 13분20초 이내, 10000m 27분대에 끊어야 한다. 5000m 세계기록은 에티오피아의 케네니사 베켈레 12분37초35(한국 지영준 13분49초99). 10000m 세계기록은 역시 베켈레의 26분17초35(한국 김종윤 28분30초54).

한국 마라톤 최고기록은 2000년 2월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다. 이 기록은 이미 1985년 포르투갈의 카를로스 로페스가 2시간7분12초를 세우며 넘어선 기록이다. 한국마라톤은 세계에 딱 23년 뒤지는 셈이다.

거리로 따져보면, 게브르셀라시에가 결승선에 골인할 때 이봉주는 정확히 1.108km 뒤처진 41.087km 지점을 달린다고 말할 수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초원을 천진난만하게 달린다. 힘도 들이지 않고 즐겁고 신나게 뛰어다닌다. 이들은 커서 자연스럽게 마라토너가 된다.

아베베 비킬라(에티오피아·1932~ 1973)가 1960년 로마올림픽 마라톤에서 맨발로 달려 우승한 것은 사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만약 아프리카 국가들이 좀 더 ‘먹고살 만하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훨씬 이전에 올림픽을 휩쓸었을 것이다. 아베베는 올림픽에 나가기 전까지 공식 대회에서 딱 한 번밖에 풀코스를 달려본 적이 없다. 생애 두 번째 마라톤 레이스에서 가볍게 목에 금메달을 건 것이다. 흑인 최초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이었다. 그는 내친김에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우승했다. 이번엔 신발을 신고 달렸다.

달리기는 이제 흑인들 세상이다. 단거리는 중서아프리카(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출신과, 미국 그리고 카리브 연안 출신 흑인들이 펄펄 날고 있다. 장거리는 동부아프리카(케냐, 에티오피아)와 남아공 흑인들이 우승을 휩쓸고 있다. 왜 흑인들은 달리기에 뛰어날까? 연구 결과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다만 최근 미국의 생물학자 빈센트 사리히는 재미있는 통계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수년간 세계 각종 육상대회 성적을 토대로 중장거리에 대한 케냐인들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마라토너가 나올 확률은 ‘케냐의 칼렌진 부족이 100만명에 80명꼴이라면 이외 다른 국가는 인구 2000만에 1명꼴’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구 300만의 케냐 칼렌진 부족에 약 240명의 잠재적인 세계적 마라토너가 있다면 한국엔 잘해야 2, 3명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 어쩌면 황영조, 이봉주를 이을 천재가 당분간 나오기 힘들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왜냐하면 두 천재가 이미 나왔으니 확률로 보면 당분간은 더 나오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혹시 황영조만 천재로 인정한다면 1, 2명은 더 나올지도 모른다.

5대 마라톤 대회

덴마크의 코펜하겐 대학 벵트 샐틴 교수는 30여 년 동안 동아프리카인들의 생리적 특징을 연구해온 학자다. 샐틴 교수는 말한다. “보통 인간은 심한 운동을 하면 근육에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면서 극도로 피로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동부 아프리카인들은 심한 운동을 해도 유전적으로 근육에 암모니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라톤대회는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5대 마라톤 대회’를 꼽는다.

1897년에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보스턴마라톤 대회, 뉴욕시민들이 만들어낸 뉴욕마라톤, 상금이 가장 많아 ‘마라톤 세계 톱10’ 선수들이 즐겨 찾는 런던마라톤, 코스가 평탄하고 좋아 기록이 잘 나오는 베를린마라톤과 시카고마라톤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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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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